멸젓에 찍어먹는 삼겹살, 제주도 별미네요
[제주 맛집] 탐라는 도새기 '제주 흑돼지'...5가지 대박 경쟁력을 소개합니다
▲ 독특한 맛 궁합에 푸짐함까지 갖춘 제주 흑돼지 한상이었습니다. ⓒ 임현철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태어나 처음이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야채와 새우 등까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이었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제주도에 갔습니다. 위 음식 품평은 토요일 저녁, 제주 토박이에게 제주가 자랑하는 흑돼지 집을 소개받아 찾은 <탐라는 도새기> 집에서 함께 맛을 본 지인들의 하나같은 소감입니다.
밑반찬을 살폈습니다. 야채 사라다, 김치, 파절이, 양념된장, 된장찌개, 야채 등으로 다른 음식점과 대동소이했습니다. 눈길을 끈 건, 일반 고기구이 판이 아닌 가마솥 뚜껑이었습니다. 색다름이었습니다.
▲ 제주 흑돼지가 올려지기 전 밑반찬과 가마솥입니다. ⓒ 임현철
▲ 지인들 '제주 흑돼지라지만 얼마나 맛있겠어?'란 표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 임현철
▲ 청양고추와 마늘을 넣은 멸젓 소스입니다. ⓒ 임현철
이 집 대박비결 다섯가지는...
지켜보니 가마솥 뚜껑 위에 돼지껍데기, 배추김치, 무 채김치, 콩나물, 숙주, 버섯, 양파, 감자, 주꾸미, 새우 등이 올랐습니다. 요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돼지껍데기, 새우, 쭈꾸미가 김치, 콩나물과 함께 오를 걸 상상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새로운 맛 궁합으로 첫번째 대박 맛집 경쟁력인 '푸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가마솥 뚜껑 가운데 컵이 놓였습니다. 주인장 말로는 자기 집이 자랑하는 '소스'라데요. 소스는 제주에서 많이 쓰이는 멸젓이었습니다. 멸젓이 보글보글 끓으니 청양고추를 잘라 넣고, 마늘을 넣더군요. 이 소스에 제주 흑돼지 오겹살 등을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나 뭐라나.
소스를 찍어먹기 전까진 '제깐 놈이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겠어?'라고 평가절하 했습니다. 이 이야긴 뒤에 다시 하지요.
제주 흑돼지 오겹살과 목살을 반반 시켰습니다. 오겹살 등은 보통 1만5000원이 넘는데 여기선 1kg에 1만 원, 9000원 등으로 아주 저렴했습니다. 지갑 부담이 덜했습니다. 예서 두번째 대박 맛집 경쟁력인 '가격'을 찾았습니다.
▲ 제주 흑돼지 오겹살입니다. ⓒ 임현철
▲ 흑돼지 오겹살이 1만원이라니 아주 착한 가격입니다. ⓒ 임현철
▲ 돼지껍데기마저 쫄깃쫄깃 하더군요. ⓒ 임현철
제주 흑돼지를 불판에 올렸습니다. 1등급 도장까지 찍힌 제주 흑돼지가 자글자글 익었습니다. 냄새가 코를 자극하더군요. 가위로 자르는데 그 두께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고기가 익자 서둘러 젓가락질을 해댔습니다. 군침을 억누르는 비결은 빨리 맛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추에 파절이, 채김치, 콩나물, 숙주 등을 얹고 오겹살을 멸젓 소스에 찍어 한입 가득 넣었습니다. 기막힌 맛이었습니다. 제주 흑돼지의 순수한 맛을 즐기려고 야채 없이 소스에 찍어 먹었더니 육즙까지 죽여주더군요. 맛집을 찾았을 때의 충만함이 느껴지더군요. 세번째 대박 맛집 경쟁력인 '맛'까지 갖췄습니다.
행여 뒤질세라, 일행들 침묵 모드로 정신없이 먹어댔습니다. 이런 맛은 체면 불구하고 허겁지겁 먹어대야 최소한의 예의거든요. 지인들이 고기와 상추, 숙주, 채김치, 배추김치 등을 여지없이 시키데요. 미소 짓는 종업원의 모습에서 네번째 대박 맛집 경쟁력인 '친절'까지 더해졌습니다.
배가 빵빵하대요. 그때서야 정신 차리고 주인장 양해를 얻어 주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냉동실까지 두루 살폈습니다. 1등급 마크가 찍힌 고기들로 꽉찼습니다. 다섯번째 대박 맛집 경쟁력인 '재료의 품질'을 찾은 것입니다.
▲ 돼지고기는 요렇게 육즙이 흘러 나온 후 뒤집어야 맛있다는 거 아시죠? ⓒ 임현철
▲ 저 아르바이트 하는 박수정이라고 해요. 너무 쳐다보시니 웃음이 어색하잖아요!!! ⓒ 임현철
▲ 이 무슨 아이러니. 웃는 주인 부부 얼굴에서 돼지머리를 생각하다니... ⓒ 임현철
이 무슨 아이러니입니까? 제주 흑돼지를 든 주인 부부 김효관(40) 강은주(40)씨는 둘 다 돼지띠라더군요. 이 부부에게 사진 한 장을 청했습니다. 이들 역시 사진기 앞에 서니 엄청 썰렁하더군요. 웃기를 요청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들고 웃는 돼지 띠 부부 모습을 보며 가당찮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사 지낼 때 상에 올리는 돼지머리는 웃는 놈으로 고르는데, 이들 부부는 마치 웃는 돼지(?) 같군!'
내친 김에, 손님이 많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비결은 '박리다매'입니다. 음식점은 일단, 손님이 배부르게 먹는 게 최고입니다. 그 다음이 마진입니다. 저희는 파는 것에 비해 남는 게 적지만 손님들이 맛있다고 자꾸 찾아주니 서로 좋은 거지요."
젊은 부부가 마음까지 좋더군요. 참, 야채도 직접 키운다고 합니다. 일이 바빠 약 칠 시간이 없어 본의 아니게(?) 유기농 야채를 제공한다나요. 마음 씀씀이가 좋은 사람은 무엇을 해도 대박이라더니 이것까지 따라 주더군요. 참고로 <탐라는 도새기> 뜻은 "제주도하면 돼지고기다", "욕심나는 돼지"라데요.
제가 본 맛으로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아주 탁월한 맛집이었습니다. 그래선지, 전국에 체인점을 내는 게 꿈이랍니다. 이 소릴 듣고 함께 맛을 봤던 일행들이 앞 다퉈 서로 음식점 낸다고 난리법석이네요.
▲ 이 볶은밥마저 웃음을 불렀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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