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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보호처분은 성폭력 전과에 포함 안 돼"

하급심서 전자발찌 부착 상충되는 판단, 대법원 판결로 교통정리

등록|2012.03.22 16:31 수정|2012.03.22 16:31
미성년자일 때 성폭행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더라도, 소년보호처분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이 규정하는 성폭력범죄 전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전자장치부착법이 부착명령 청구 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유죄 확정판결 받은 경우 포함) 그 습벽이 인정된 때'라는 해석과 관련해 적지 않은 다툼이 있어왔고, 하급심 판결에서도 서로 상충하는 판단이 내려지기도 했으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통일적인 법 해석의 지침이 마련됐다. 대법원이 교통 정리한 것.

범죄사실에 따르면 A(29)씨는 2010년 10월 12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교회 앞에서 귀가하던 B(22·여)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안면부 타박상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그런데 당시 16세이던 A씨는 1999년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치상죄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결정이 내려져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검사는 "과거 강간치상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A씨가 2010년 B씨에 대한 강간상해 범행을 저질러 성폭행범죄를 2회 이상 범해 그 습벽으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부착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3호는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해(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다) 그 습벽이 인정된 때'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인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인식 부장판사)는 2011년 7월 강간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전자발찌 부착명령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자발찌와 관련, 재판부는 "소년보호처분은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엄격한 증명에 의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소년보호처분의 원인이 된 성폭력범죄의 비행사실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부착법률의 '성폭력범죄'에 포한되지 않아,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전자발찌 부착명령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이 과거 성폭력범죄로 인해 받은 보호처분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고등법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상 유죄 판단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므로 피고인은 2회 이상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2형사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도 2011년 10월 1심과 같은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과 같이 성폭력범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소년부 송치결정이 내려져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경우는 전자장치부착법에 규정된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요건인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해(유죄 확정판결 받은 경우 포함) 그 습벽이 인정된 때'를 해석함에 있어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냐는 문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2일 귀가하던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 등)로 기소된 A(2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검사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청구는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은 전자장치부착법의 '2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과 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자장치부착법 제5조 제1항 제3호는 그 문언상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 사실을 포함해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더라도, 이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므로, '2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범했는지'를 판단함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을 고려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강간상해 성폭력범죄를 1회 범한 것 외에 과거에 성폭력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전자장부착법이 정한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검사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안대희·양창수·박병대·김용덕 대법관은 "습벽 판단의 기본이 되는 성폭력범죄에는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은 성폭력범죄 행위가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문언 그대로 '2회 이상 성폭력범죄 행위를 한 경우'를 뜻한다고 봐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대법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소년보호처분이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한 소년법의 규정취지 및 적법절차와 법률주의를 강조한 헌법 정신 등에 비춰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요건에 관한 규정도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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