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보좌관 과잉의욕? 지역여론은 달랐다

관악을 지역-온라인 여론, '이정희 후보 사퇴' 의견 높아... 일부선 '옹호'도

등록|2012.03.22 18:29 수정|2012.03.22 18:56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4·11 총선 서울 관악을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7~18일 서울 관악을 선거구 야권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이정희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2명이 당원들에게 나이를 속여 ARS 여론조사에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이정희 대표는 당 안팎으로부터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보좌관의 과잉 의욕에서 나온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이 공동대표가 진보정치의 도덕성에 흠집을 낸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또한 흔들리는 야권연대에 대한 이 공동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 상대인 김희철 의원은 21일 밤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보좌관 과잉 의욕? 새누리당 몸통자르기 행태와 다르지 않아"

지역 주민들은 이 공동대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1일 찾은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 고시촌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공동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 포함되는 이곳은 젊은 층 중심으로 이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은 지역이다. 

오승현(가명·32)씨는 "이정희 대표는 보좌관의 과잉 의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은 각종 문제가 터질 때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몸통 자르기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히 이정희 대표가 비서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개입으로 물의를 빚은 최구식 의원에게 물러나라고 했던 주장을 되짚어보면, 이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한(가명·34)씨는 "여론조작 사건과 같은 부정을 저질렀으면, 당연히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을 볼 때 부정을 저지른 후보한테 재시험을 치르게 해주지 않는다"면서 "후보직 사퇴가 아닌 재경선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전했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19대 국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근영(가명·30)씨는 "이정희 대표가 지난 18대 국회에서 참 많은 일을 했다"며 "이정희 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가 이곳의 국회의원이 돼, 국회에 진출하면 참 안타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이정희 후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후보 사퇴를 고려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21일 찾은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 고시촌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정희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 선대식


"진보 아이콘이 하루 사이에 무너졌다"

온라인상에서도 이정희 후보 사퇴 여론이 높았다. 트위터 아이디 'aliastimes'는 "'임종석 사태'의 교훈을 이정희 대표도 생각하기 바란다"며 "타산지석! 그렇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종석 전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보좌관이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탓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사퇴 압력에 버티기로 일관하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사무총장직과 4·11 총선 민주통합당 서울 성동을 선거구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다음 아이디 '이병숙'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정희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 다른 지역구나 비례대표까지 지지율에 영향이 가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상대후보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내게 하자가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 시험 커닝해놓고 다른 아이도 했다며 왜 나만 빵점이냐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연대와 총선 승리를 위해 이 공동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다음 아이디 '고우미'는 "진보 아이콘이 하루 사이에 무너졌구나"라며 "통 큰 결단이 자신도 살고 진보가 사는 길이건만"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트위터 아이디 'helusis'는 "이정희 대표가 갖고 있는 약자를 위한 정치적 강단을 존경하지만 야권연대에 있어서는 권력을 탐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만 한다"며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후보사퇴를 늦출수록 그의 진심은 왜곡될 것이다, 야권연대 파괴력이 그에게 달렸다"고 전했다.

반면, 이 공동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정파를 떠나 이정희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자신들이 필요한 곳에서 같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가) 사퇴했을 때 그를 대신해 누가 자신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겠느냐, 불행한 것은 그럴 인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아이디 '@PresidentYSKim'은 "이정희-김희철 경선의 심판은 경선관리위원회다. 만약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관중이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아니라 경선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면 된다"면서 "경선관리위원회는 '재경선'을 결정했지만, 김희철이 불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야권연대 위해 양당 지도부 빨리 협의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patriamea)에 "관악을에서 민통, 통진 양당의 '헛발질'을 계기로 야권연대 전체가 '누란지위' 상태"라며 "게다가 각 당에서 마구 달걀을 빼거나 올리려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양당 지도부의 빠른 합의가 없으면 야권연대 무너진다"고 전했다. 누란지위란 알을 쌓아 올린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트위터(@kim_hoki)를 통해 "총선은 12월 대선과 묶어 생각해야 한다, 우리 정치지형을 고려할 때 진보적 연립정부 구성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선 후보단일화, 정책연대, 연립 캐비닛(예비 내각)을 준비해야 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한 걸음 물러서 야권연대를 강화해야 할 이유"라고 전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