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연비전쟁'...세계 자동차업계 주도권 싸움 '후끈'
현대기아차, 직분사·터보엔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점
▲ 쏘나타 하이브리드 ⓒ 현대차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간의 '연비전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최근 치솟는 기름 값으로 인해 친환경과 고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점 커져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름은 적게 들면서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른바 연비와 출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생존전략으로 꺼내든 무기는 바로 '연비 높이기' 작업이다.
다운사이징(엔진 크기는 줄이고 출력과 연비를 개선) 기술은 이제 연비 향상의 기본 코스가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탄소나노섬유나 강화플라스틱 등 가볍고 단단한 신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줄이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자동차시장은 지금 연료소비효율을 높이 위해 연비와의 싸움 중에 있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연비 높이기 경쟁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평균연비 기준을 2016년까지 리터당 15.0㎞까지 끌어올린 뒤 2025년까지 리터당 23.0㎞로 대폭 올릴 계획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리터당 20.3㎞, EU는 2012년부터 리터당 18㎞의 연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130g으로 규제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연비를 2015년까지 리터당 17㎞,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40g으로 맞춰야 한다.
▲ 감마 GDI엔진 ⓒ 현대차
유럽·일본 업체, 친환경 디젤엔진·하이브리드로 승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차들은 최근 들어 친환경 디젤엔진과 하이브리드(가솔린+전기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BMW는 엔진 다운사이징 통해 연비를 대폭 높인 3·5시리즈를 내놓았다.
디젤차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폭스바겐은 최근 연비가 리터당 111㎞에 이르는 디젤 하이브리드 '포뮬러 XL1'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 토요타나 혼다도 다운사이징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를 세계시장에 선보이고 일찌감치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특히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앞세워 친환경 고연비 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닛산은 전기차(리프)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크루즈 에코 모델을 앞세워 고연비 실현에 나서고 있고 포드 역시 2013년까지 북미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의 90%에 대해 엔진을 다운사이징하고 터보차저를 적용한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메이커와 경쟁하는 현대기아차의 연비 경쟁력은 어떨까. 현대기아차도 최근 자동차업계의 추세인 고연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연비가 높은 차량과 신형 엔진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차뿐 아니라 다운사이징을 통해 GDi엔진과 터보엔진 등을 장착, 차의 연비를 높이는 데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터보 직분사엔진의 핵심인 터보차저 ⓒ 현대차
현대기아차 '고연비' 비법? 직분사(GDi)·터보 엔진
현대기아차의 고연비 기술의 핵심은 터보차저와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을 꼽을 수 있다. 이 엔진은 기존 다중분사방식(MPi)과 달리 고압의 연료를 실린더 내에 직접 분사를 하는 방식으로 엔진의 흡기 충진 효율을 향상시켜 엔진 성능을 높인다.
또한 냉각효과를 이용한 높은 압축비 설계로 열효율이 향상돼 연비 개선효과와 함께 배출가스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쏘나타 2.4 모델에 처음 적용한 이후 K5, 아반떼·포르테·벨로스터·엑센트(1.6감마 GDi엔진) 등에 장착했다. 특히 1.6감마 GDi엔진은 '미국 10대 엔진'에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감마 GDI 엔진은 세타 GDI 엔진과 동일하게 고압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해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량을 증대시키는 한편 노킹 현상도 개선시켜 동력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1.6감마 GDi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를 공통적으로 지닌다. 연비는 6단자동변속기 기준 아반떼와 포르테 세단은 16.5km/ℓ, 포르테 쿱과 해치백은 15.7km/ℓ를 나타낸다. 또 엑센트는 리터당 16.7km, 벨로스터는 15.3km의 연비를 자랑한다.
신형 그랜저와 K7, 쏘나타, K5에는 세타 2.4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동력 성능에 연비는 신형 그랜저·K7이 준대형 최초 12.8km/ℓ(2등급)를 나타낸다. 또 쏘나타와 K5도 연비가 3.0km/ℓ(자동변속기 기준)로 기존 동급 가솔린 엔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 람다 3.8 GDi 엔진 ⓒ 현대차
터보차저 기술 활용한 터보·람다·타우 엔진 주목
현대기아차는 GDi 엔진과 함께 차세대 엔진으로 주목받는 터보엔진도 개발, 연비와 출력을 높였다.
터보엔진은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공기를 강제로 압축시킨 후 이를 연소실로 보내 더 많은 연료가 연소될 수 있도록 하는 터보차저를 탑재한 것으로, 출력을 1.5배 안팎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 엔진 기술력을 입힌 대표적인 모델은 쏘나타, K5, 스포티지R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쏘나타 2.0 터보GDi는 2.4모델에 비해 배기량은 17%줄었지만 출력은 35% 향상됐다는 것이 현대 측의 설명이다. 이 엔진을 얹은 쏘나타와 K5는 작년에 미국시장에 진출, 인기를 끌고 있다.
람다와 타우 직분사 엔진도 눈여겨 볼만하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이 엔진은 기존의 람다·타우엔진 시스템에서 연료를 인젝터를 통해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
신형 그랜저와 K7에 탑재된 람다 3.0 GDi 엔진은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kg·m, 연비 11.6km/ℓ를 보인다. 2012년형 제네시스에는 람다 V6 3.3 GDi 엔진을 얹어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5.5kg·m, 연비 10.6km/ℓ를 나타낸다.
특히 람다 3.8 GDi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순수 독자기술을 통해 엔진 토크와 출력은 극대화하면서도 높은 연비를 추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최첨단 엔진으로 강화된 북미 배기규제인 ULEV2(ultra-low emission vehicle, 초저공해 차량)까지 만족한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흡기밸브와 배기밸브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흡배기 가변 밸브 기구(Dual-CVVT)와 엔진 회전과 부하에 따라 흡입통로를 조절, 출력을 높여주는 2단 가변흡기 시스템(VIS) 등 첨단 신기술을 적용해 흡배기 효율을 극대화하고 주행성능 및 연비를 향상시켰다.
V6 3.8 GDi 엔진을 단 2012년형 에쿠스는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 연비 9.7km/ℓ, 2012년형 제네시스도 같은 엔진을 탑재해 동일한 동력 성능 및 10.2km/ℓ의 연비를 실현했다.
타우 5.0 GDi 엔진은 토크와 출력은 극대화 하면서도 높은 연비를 추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최첨단 대형 엔진으로 강화된 북미 배기규제인 ULEV2(ultra-low emission vehicle, 초저공해 차량)와 국내 배기 규제인 09EM 기준까지 만족한다.
이 엔진은 현대차의 최고급 대형 엔진으로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의 '2011 10대 최고엔진에 선정됐다. 타우엔진은 2009년과 2010년 4.6리터 엔진의 수상을 포함해 미국에서 10대 최고엔진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바 있다.
2012년형 에쿠스는 타우 V8 5.0 GDi 엔진을 달아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2.0kg·m, 연비 8.8km/ℓ로 경쟁 수입차를 압도한다고 현대측은 전했다.
특히 기존 에쿠스에 탑재되던 타우 4.6 MPi 엔진과 비교해 최고출력은 8%, 최대토크는 1.9%, 연비는 3.5%가 각각 향상됐다.
이밖에 현대차 벨로스터에 적용한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도 연비를 높이는 장치다. 클러치를 2개를 달아 자동 변속 시점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해줘 고연비를 낼 수 있다.
▲ 에쿠스 타우 5.0 GDi 엔진 ⓒ 현대차
'1kg이라도 더 가볍게' 핫스탬핑 공법 사용
현대기아차가 연비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기술력은 차체경량화다. 주요 부품에 보다 가볍고 내구성은 강화된 소재 적용했으며 양산차량에도 이 같은 소재를 적용했다.
우선 쏘나타, K5에 고강도 플라스틱인 '글라스 버블'을 채택했으며, 일반 고무보다 20% 가벼운 '클레이 나노복합재'도 사용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차량 경량화 기술의 핵심은 '핫스탬핑' 공법이라고 설명한다. 뜨거운 상태의 철강소재를 도장을 찍듯 프레스로 성형한 뒤 냉각시키는 방법을 쓴다. 이렇게 되면 원소재는 가공 전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강도를 지니게 되며 25% 가량의 경량화 효과를 가져와 연비개선이 이뤄진다는 것.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쉽게 생각한다면 과거 대장간에서 쇠를 불에 달궈 두드리고 물에 식히기를 여러 번 하는 담금질을 통해 철기구를 만든 원리를 현재의 열처리 기술에 적용한 것으로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핫스탬핑' 공법은 차량의 루프사이드 레일·센터필라·센터플로어 멤버·범퍼 등에 사용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와 합작으로 개발해 국내 판매 차량과 해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이 같은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해 리터당 12㎞에 달하는 연비를 실현했다.
이밖에 고장력 강판 및 하이드로 포밍 공법을 통해 연비개선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신형 에쿠스의 차체에는 고장력 강판을 75%까지 확대 적용해 차체 구조의 강성을 높이는 한편 경량화에 성공했다. 고장력 강판은 엔진룸 부품의 84%까지 되고 있다.
제네시스 역시 차체 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이 74.5%에 이른다. 또한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적용된 전기유압식 파워스티어링(EHPS; Electro-Hydraulic Power Steering)은 기존 엔진에 연결된 펌프 대신 조향 시에만 엔진과 독립된 전기모터로 유압 펌프를 구동하여 조향 보조력을 발생시켜 높은 연비를 나타나게 한다.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열쇠는 고연비 차량개발에 있다"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연비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 현대기아차는 엔진이나 차체 소재, 디자인 등 자동차 주요 구성품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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