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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으로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리뷰] 연극 <리턴 투 햄릿>을 보고

등록|2012.03.23 11:01 수정|2012.03.23 11:37

<리턴 투 햄릿> 공연사진. ⓒ 연극열전


영화배우 신성일씨는 젊은 시절, 연극인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영화계로 투신했다고 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연극인으로는 밥 먹고 살기가 요원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성일 씨가 연극인을 포기할 만큼의 여건이 신성일씨의 전성기 당시인 예전이나 21세기를 맞이한 지금이나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연극열전의 시즌4 가운데 그 첫번째를 장식하는 <리턴 투 햄릿>의 전반부는 이런 연극인의 열악한 상황을 분장실을 통해 보여준다. 

연극인에게 4대 보험 가입은 호사다. 혹여 조명 장치가 무대 바닥으로 떨어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청천벽력일 터. 연극 생활로는 돈이 되지 않아서 아동극과 재연드라마에 얼굴을 비치기도 한다.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버티기에는 연극인에 대한 예우가 조악하다는 점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만일 돈과 명예를 바라고 연극판에 뛰어드는 이가 혹시라도 있다면 그는 현실 감각이 전무에 가까울 사람이라는 시니컬의 관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배우들 사이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과 재영은 연영과 동기동창이다. 재학 시절 민은 방자를 맡고 재영은 이몽룡을 맡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처우가 다르다. 민이 TV를 통해 이름을 날리지만 재영은 아직까지도 명성을 드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영은 2인자 콤플렉스를 겪는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보다 2인자에 불과하던 민이 이제는 자신이 2인자가 되어 마음의 생채기가 생긴다. 이제는 재영이 민에게 끊임없이 시비를 거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되어버린다.

재영과 민 두 사람에게만 앙금이 있는 건 아니다. 거투르스를 맡는 여일은 분장실의 고참 선배 진우에게 딴죽 걸기 일쑤다. 한솥밥을 먹는 극단 배우지만 재영과 민, 진우와 여일에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연극인의 처우에 대한 자조 어린 한탄, 배우들의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리턴 투 햄릿>이 극중극으로 접어들면서 바뀐다. 이제는 쇼타임, 배꼽이 굴러다닐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여기 사시미 들고 있는 놈이 햄릿이요. 덴마크의 왕자... 야가 왕자, 요 양반이 왕인께... 서로는 부자지간... 그런디 아들이 아부지를 찌를라허니..."

익살맞은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풀어가는 극중극 햄릿은 웃음의 융단 폭격 시간이다. 이제는 쇼타임. 특히 '칼의 독백'은 관객의 배꼽과 눈주름을 무참하게 공략한다. 

마지막은 진한 페이소스를 자아냄으로 웃음 뒤의 눈물 한 방울을 자아낸다. 웃음과 진한 페이소스를 한 아름 담아내기란 정말 어렵지만 <리턴 투 햄릿>은 이를 가능케 만든다. 극 중 배우들이 토로하는 한국 연극인의 처우에 대한 자조 어린 한탄이 사라지는 날은 언제 도래할까.

개연성이 미흡한 동선 하나, 전반부에서 선배 진우에게 딴죽 걸기 바쁘던 여일이 후반부에 이르러 진우와 살갑게 대하기까지의 동선은 급격하게 이뤄진다. 중간에 진우와 여일의 사이를 연출함에 있어 클립 하나가 빠진 느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저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daum.net/js7keien)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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