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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선거구 '꼼수'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민 의견 무시한 선거구 '편법 조정', 게리멘더링 의혹

등록|2012.03.26 13:10 수정|2012.03.26 13:10
다가오는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월 27일,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가운데 몇 지역은 인구 증가에 따른 분구를 주장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과 행정구역 경계
등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선거구 획책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게리멘
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의도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도 바로 그 선거구 논란의 대상인 지역이다.

경기도 용인시 선거구, 무엇이 문제인가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과 마북동은 처인구 선거구로 변경, 용인시 수지구 상현 2동은 기흥
구 선거구로 편입되었는데,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과는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선거
구 조정이라며 반발하는 상황. 이에 동백동을 비롯한 주민대표 일동은 지난 3월 6일에 김
학규 용인시장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관련기사 : <용인시, 누더기 선거구 법적 대응 나서>).

또한, 지난 1월 선거구 조정에 반대하는 동백 지역 30여 개 주민단체들은 "정치적으로 선거
구가 조정된다면 선거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용인 동백동 주민 선거구 처인구 편 입에 반발>).

동백동 선거구 반발 현수막동백동 주택가에 걸려있는 현수막에서, 동백 지역 주민들이 이번 선거구 획정에 반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김준수


새로 조정된 선거구의 경우, 행정구역 상으로는 기흥구에 속하는 용인시 동백동과 마북동
의 주민들이 처인구를 위해서 일할 국회의원을 가리기 위해 투표를 해야하는 웃지 못할 상
황이 발생한다. 선거는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을 선출하는 권리행
사임을 생각할 때, 이는 선거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기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흥구 18대 국회의원 선거 득표 현황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동백동은 상대적으로 제 1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 용인시 기흥구 선관위 자료 인용


또한, 용인시 기흥구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던 18대 국회의원 선거 득표 현황 자
료를 토대로 만든 위의 표를 보자면, 처인구로 편입되는 동백동은 기흥구의 다른 동에 비
하여 제 1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역이다. 마북동과 비교해봐도 인구
가 2배 이상 많은 6만여명이라 유권자도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이 지역이 처인구로 편입되
면 과연 다가오는 선거에는 어떤 영향이 생길 수 있을까?

용인시 기흥구 가상 총선 여론조사 결과'용인 을' 선거구 양당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미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뉴스톡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백동과 마북동이 속해 있던 지역인 '용인 을'
선거구의 여야 두 후보의 지지율은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쪽의
지지율이 높은 동백동이 다른 선거구로 편입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작은
변동에도 선거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서 8년 이상 살아왔다는 주민인 42세 이아무개씨와 대화를 나눠봤다.

"처인구는 예전부터 젊은 층을 기반으로 민주당 쪽 지지율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우제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3선에 도전하고 있을 정도죠. 선거구 변화가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거라고 봐요. 하지만 기흥구는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두 후보 간의 격차가 크지 않
지만, 야당 지지율이 높은 동백동이 다른 선거구가 되어버리면, 어찌될는지 몰라요."

그리고 그는,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선거구를 바꿔버리는 것은 정말 답답한
처사가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지금의 경기도 용인시 선거구 관련 논란은, 앞서 보인 자료들과 득표 결과가 치열한 접전
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야 총선 후보들 지지율을 토대로 생각해보았을 때, 자칫 불합리
한 방법과 과정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가져오는 '게리멘더링' 사건이 되
진 않을까 우려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주민들이 선거구 변경에 대하여 반발과 우려하는 의견들 표출하는 것은 용인시
인터넷 민원 게시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용인 인터넷 민원게시판이번 선거구 획정에 대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 용인시 e민원 홈페이지


선거권 침해 우려되는 선거구 조정, 재검토 되어야 마땅하다

기사 앞부분에서도 말했듯이, 선거란 국민이 한 표를 행사하여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의견
을 수렴하고 정책을 수행할 정치인을 선출하는 과정이다. 그 한 표는 어떤 경우에도 존중
되어야 마땅한, 성인이 된 대한민국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고귀한 권리이다. 이는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어서는 안되며, 국가가 보호해주어야 한다. 이는 선거구 또한 마찬가지이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공평함을 위해 선거구법정주의가 지켜져야 한다.

나와 우리 지역민의 한 표가 아닌 다른 지역구 의지와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 인위적으로
조정된 선거구를 통해 생긴 영향을 받았을지 모를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어찌 그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그들을 대신하여 정책을 펴겠는가?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인의 정당성은 올바른 투표로 선출되었을 때 나온다. 이 기초적인
전제가 무너진다면 그 어떤 정치인이건 국민들로부터 임기 동안 신임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늦지 않았다.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선거 전까지 아
직 2주여의 시간이 남아있기도 하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위해, 당선되어 앞으로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할 국회의원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선거구 조정을 재검토하여 훼손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국민들의 손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을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반대당이 지지율이 높은 지역을 강제로 분할하거나 자기당에게 유리한 지역을 인위적으로 결합시켜 당선을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선거구를 정할 때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유리하도록 정했을 경우 선거가 공정성을 잃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구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법률로 정하게끔 되어 있으며, 이를 선거구법정주의라고 한다.

게리맨더링이란 단어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시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 Gerry)가 1812년의 선거에서 소속 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임의로 정했는데 그 지역구의 형태가 전설의 도마뱀(salamander)같다고 본 신문기자가 게리 주지사의 이름과 합성하여 게리멘더(Gerrymander)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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