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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합대회,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사진] 산행에 통돼지 바비큐, 그리고 족구까지... 신납니다

등록|2012.03.27 11:20 수정|2012.03.27 11:23

▲ 장태산 구름다리 위에서 다함께 찰칵! ⓒ 박병춘


학급 단합대회를 앞두고 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바람은 좀 불었으나 그 '바람(風)'은 봄날 고3 학급 단합대회를 잘 마치라는 '바람(願)'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 대전 대신고등학교 3학년 4반 36명 학생들과 아버지 네 분이 대전 인근 흑석리에 있는 장태산 자락으로 향했습니다.

▲ "우와~ 이거 제법인 걸?" ⓒ 박병춘


▲ 아름다운 동행 ⓒ 박병춘


▲ 내일을 향해 쏜다! ⓒ 박병춘


오전 9시 30분, 우리는 약속 장소에 모두 모여 우선 산행을 했습니다. 보기에 낮은 산도 오르면 어려운 법인가요? 고3 수험생으로 대입시험 준비에 산행 경험이 부족한 터라 가파른 곳에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합니다. 그래도 아버지와 친구와 동행하니 힘이 솟아납니다.

▲ 함께 한 아버지들의 미소 ⓒ 박병춘


어딘가에 오른다면 내려가야 할 때가 있고, 내려가려면 올라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산행은 우리네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활에 가르침을 줍니다. 장안 저수지 정자로부터 장태산 관리소까지 올가미 산행을 하며 맑게 갠 하늘 아래 친교의 시간은 깊어만 갔습니다.      

통돼지 바비큐로 유명한 식당을 잡아 예약을 했습니다. 마침 족구장도 있어 다섯 명씩 일곱 개 모둠을 만들어 족구 대회를 열었습니다. 물론 1, 2, 3위까지 상품도 마련했지요. 연습용 축구공 두 개가 땅과 허공을 오가고, 선수들은 분주하게 뛰었습니다.

▲ 여덟 시간 참나무 장작으로 구운 통돼지 바비큐 ⓒ 박병춘


▲ 기름기가 쫙 빠진 돼지 고기 ⓒ 박병춘


▲ 살살 녹아요~~ ⓒ 박병춘


▲ 좋은 날 기분 좋습니다. 반장 인사에 화답하는 아버지 ⓒ 박병춘


드디어 오늘의 메인 이벤트, 개봉박두! 통돼지 바비큐 파티가 시작됐습니다. 이 식당이 자랑하는 통돼지 바비큐는 참나무 장작으로 무려 8시간 동안 빙빙 돌려 구워 기름기가 쫙 빠진 데다 그 맛 또한 일품입니다.

별도로 마련한 야외 공간에서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중앙에 아버지 네 분이 동석하여 "4반! 파이팅!"을 외치며 반주로 막걸리를 마십니다. 아이들과 격 없는 대화가 오가고 분위기도 무르익습니다. 공깃밥에 김치찌개까지 더해지니 포만감에 행복합니다. '이렇게 맛난 돼지고기 처음 먹어본다'는 추임새에 힘이 솟습니다.

▲ 안전하게, 안전하게, 진지한 아버지들 ⓒ 박병춘


▲ 앗! 아버지, 이거 군대 족구 아닌가요? ^^* ⓒ 박병춘


▲ 족구는 즐거워~ ⓒ 박병춘


만찬을 마치고 족구 시합에 돌입합니다. 치열하게 조별 예선을 거쳐 우승 모둠이 가려졌습니다. 저와 아빠들이 뭉쳐 한 모둠을 만들어 우승 팀과 기량을 겨뤘습니다. 족구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속설일 뿐 세트 스코어 1대 1 상황에서 마지막 3세트에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패했습니다.

경기에서 지자 저와 아빠들이 열 받았나 봅니다. 다시 한 판 붙자는 제안에 자식들이 동의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다시 세트 스코어 1대 1 상황에서 마지막 3세트에 듀스에 듀스를 거듭했습니다. 결국, 아빠들이 이겼습니다. 종합 전적은 1대 1.

▲ "으아! 저게 아웃이라니!!" ⓒ 박병춘


▲ "오, 예!! 이겼다!" - 학급에 늘 웃음을 선사하는 족구 대장 낙원이 ⓒ 박병춘


▲ 우린 꼭 승리합니다! ⓒ 박병춘


▲ 3학년 4반 파이팅!! 얼쑤!! ⓒ 박병춘


▲ 아름다운 사제동행 ⓒ 박병춘


▲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 박병춘


▲ 짜릿한 우승 기념! ⓒ 박병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심정으로 자식들과 악수합니다. 헛발질도, 모자라거나 과한 힘 조절도 봄 햇살 속에서 웃음을 줍니다. 아름다운 동행은 교실 밖 자연 속에서 더욱 빛납니다.

▲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됩니다. 3학년 4반 파이팅!! ⓒ 박병춘


새 학기 학교 현장에도 봄이 옵니다. 교육의 빛과 어둠을 분간치 못한 채 학교 현장을 폭력 문화의 산실처럼 오해하는 사회 풍토가 밉습니다. 학교 현장을 믿고 응원해주면 안 되는 걸까요?

단합대회를 마치며 교사로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힘든 여정을 헤쳐나갈 고3 제자들이 힘들지 않게 저부터 교실의 빛이 돼야겠습니다. 고맙고 사랑한다. 제자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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