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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러시아 대통령과 유럽 MD 관련 밀담 들통

핵안보정상회의서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선거만 끝나면..."

등록|2012.03.27 14:22 수정|2012.03.27 14:25

▲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비공개 대화 유출을 보도하는 폭스뉴스 ⓒ Fox News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나눈 '밀담'이 들통났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는 26일 메드베데프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중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대화를 속삭이다가 결국 모두 공개되면서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오바마는 메드베데프에게 "오는 11월 대선은 나의 마지막 기회"라며 "선거가 끝나면 유연성을 더 발휘할 수 있다(more flexibility)"고 말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란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처한다는 논리로 내세운 유럽 미사일 방어방(MD) 구축과 관련해 러시아가 불만을 나타내자 이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오바마가 "(블라디미드 푸틴 차기 대통령이) 나에게 좀 더 여유(space)를 줘야 한다"고 말하자 메드베데프 역시 "이해하겠다"며 "이를 푸틴에게 전하겠다"고 화답했다.

'유럽 미사일 방어방' 관련 러시아 불만 달래기로 해석

결국 오바마가 유럽 MD 구축을 대선 전략으로 이용한 뒤 재선에 성공하면 계획을 바꿀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백악관은 "양국에 대선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발언"이라며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오바마가 러시아에 굴복하려는 뜻을 보였다"며 "오바마의 유연성이 어떤 것인지 미국 국민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오바마가 한국에서 돌아오면 그 '유연함'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길 기다리겠다"며 정치적 공격을 예고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방송용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뒷담화'를 나누다가 난처해진 경험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날 메드베데프와의 대화로 공화당 측에 제대로 '약점'을 잡힌 오바마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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