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두 후보... 진보 1번지 무너지나
[총선 현장 - 창원 성산] 통합진보당 손석형 - 진보신당 김창근... '치킨게임'
'새누리당의 아성'이라 불리는 야당 불모지 경남. 그럼에도 진보정당 깃발을 들고 출마한 권영길 후보를 두 번이나 당선시킨 곳이 바로 창원 성산구입니다. 이른바 경남의 '진보정치 1번지'입니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은 일찌감치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뒤이어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러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됐습니다.
진보정치의 또다른 한축인 진보신당도 일찍부터 후보를 발굴해 선거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야권은 상징적인 선거구인만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삐걱거렸고, 결국 후보단일화 판은 깨졌습니다.
진보진영, 권영길 재선 창원 성산구 지켜낼까?
통합진보당은 우여곡절 끝에 손석형을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진보신당은 김창근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변철호·주대환 후보가 나섰고, 박훈 변호사도 무소속으로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강기윤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통합민주당과 시민사회 진영은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는 박훈 변호사의 지지를 얻으며 단일화를 했습니다.
'진보정치 1번지'에서 야권연대는 완성되지 못한 셈입니다. 후보단일화는 일종의 '치킨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배짱 좋은 쪽이 오래 버티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울러 여러 지역 사례를 보면, 야권연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수록 단일화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창원 성산구에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원인은 몇 가지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은만큼 당연히 손석형을 '야권 단일후보'로 여깁니다. 또 통합진보당 일각에서는 "상대방(진보신당)이 야권연대 의지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측은 손석형 후보의 도의원 중도사퇴를 크게 문제 삼고 있습니다. 손석형 후보는 재선 도의원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 넘게 임기를 남겨두고 도의원직을 사퇴하고 총선 후보로 나섰습니다.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선에 나오면 안 된다는 게 김 후보측 주장입니다.
진보신당은 2월까지만 야권연대 논의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은 손석형을 단일후보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현재 새누리당 강기윤, 통합진보당 손석형, 진보신당 김창근이 대결하는 3자 구도입니다.
KBS가 지난 26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강기윤 후보 35.5%, 손석형 후보 30.8%, 김창근 후보 7.7%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500명 대상 임의전화번호걸기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4.38%p)
험난한 창원 성산의 야권연대... "사표 방지해야" vs "꼼수정치 막아야"
선거 공학을 말하는 사람들은, '구도'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파란만장한 선거 경험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구도'를 잘 만들어 불리한 선거에서 승리하였지요.
'구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창원 성산구 선거에서 야권이 패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진보신당에서 가장 크게 지적하는 문제가 '손 후보 도의원 중도 사퇴'입니다. 그런데 하필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돼 권영길 후보에게 패했던 인물입니다.
도의원을 중도 사퇴한 손 후보는,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의 지역구에서 도의원 보궐선거로 당선해 재선까지 성공했습니다. 당시 강기윤 후보의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가 총선과 도의원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이었고, 손석형 후보는 무난히 당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이번에는 손석형 후보가 똑같이 도의원을 중도에 사퇴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야권연대 협상과 논의 과정을 보면 투표 당일까지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손석형 후보는 29일 "완전한 야권단일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수권정당끼리 단일화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전체 야권단일화를 위한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더 낮은 자세로 양보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강기윤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손 후보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더 자세를 낮추고 부지런하게 노력할 것이다. 오차범위의 박빙이 오히려 나에게 힘을 준다"며 "노동자와 서민은 '사표'를 하지 않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표를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김창근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 여론에 대해 "이곳에서는 전체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았다. 시민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며 "(손석형 후보는) 두 당(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이 단일화를 한 것인데, 야권 전체가 단일화한 것으로 (시민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진보·노동정치를 위해서는 '꼼수정치'를 몰아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손석형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김 후보는 "손 후보는 이미 지난 20일 단일화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단일화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는데,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보진영 두 후보의 '치킨게임'... 새누리당 어부지리?
실제 투표에 들어가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표는, 당선 가능성 높은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지만, 진보신당의 득표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진보신당은 경남에서 창원 성산구와 거제, 단 두 곳에서만 지역구 선거를 치릅니다. 양쪽 선거구에 전 당원들이 당의 사활을 걸고 올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두 후보의 경력도 눈길을 끕니다. 손석형 후보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4대·8대·9대·11대·13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장을 지냈습니다. 김창근 후보 역시 한국중공업 노조설립위원장과 7대·10대·12대·14대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쟁쟁한 노동운동가 출신입니다.
노동운동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두 후보는 창원지역 최대 사업장인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번갈아 맡았습니다. 정당 이념과 정치노선의 차이도 분명하지만, 두 후보의 노동운동 경력만 봐도 후보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의 '치킨게임'은 둘 모두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두 후보의 양보 없는 대결 덕에 강기윤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은 일찌감치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뒤이어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러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됐습니다.
▲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좌),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 ⓒ 김정숙
진보진영, 권영길 재선 창원 성산구 지켜낼까?
통합진보당은 우여곡절 끝에 손석형을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진보신당은 김창근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변철호·주대환 후보가 나섰고, 박훈 변호사도 무소속으로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강기윤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통합민주당과 시민사회 진영은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는 박훈 변호사의 지지를 얻으며 단일화를 했습니다.
'진보정치 1번지'에서 야권연대는 완성되지 못한 셈입니다. 후보단일화는 일종의 '치킨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배짱 좋은 쪽이 오래 버티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울러 여러 지역 사례를 보면, 야권연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수록 단일화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창원 성산구에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원인은 몇 가지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은만큼 당연히 손석형을 '야권 단일후보'로 여깁니다. 또 통합진보당 일각에서는 "상대방(진보신당)이 야권연대 의지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측은 손석형 후보의 도의원 중도사퇴를 크게 문제 삼고 있습니다. 손석형 후보는 재선 도의원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 넘게 임기를 남겨두고 도의원직을 사퇴하고 총선 후보로 나섰습니다.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선에 나오면 안 된다는 게 김 후보측 주장입니다.
▲ 블로거 합동 인터뷰에 참가한 손석형, 김창근, 박훈 후보. ⓒ 김정숙
진보신당은 2월까지만 야권연대 논의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은 손석형을 단일후보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현재 새누리당 강기윤, 통합진보당 손석형, 진보신당 김창근이 대결하는 3자 구도입니다.
KBS가 지난 26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강기윤 후보 35.5%, 손석형 후보 30.8%, 김창근 후보 7.7%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500명 대상 임의전화번호걸기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4.38%p)
험난한 창원 성산의 야권연대... "사표 방지해야" vs "꼼수정치 막아야"
선거 공학을 말하는 사람들은, '구도'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파란만장한 선거 경험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구도'를 잘 만들어 불리한 선거에서 승리하였지요.
'구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창원 성산구 선거에서 야권이 패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진보신당에서 가장 크게 지적하는 문제가 '손 후보 도의원 중도 사퇴'입니다. 그런데 하필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돼 권영길 후보에게 패했던 인물입니다.
도의원을 중도 사퇴한 손 후보는,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의 지역구에서 도의원 보궐선거로 당선해 재선까지 성공했습니다. 당시 강기윤 후보의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가 총선과 도의원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이었고, 손석형 후보는 무난히 당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이번에는 손석형 후보가 똑같이 도의원을 중도에 사퇴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야권연대 협상과 논의 과정을 보면 투표 당일까지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손석형 후보는 29일 "완전한 야권단일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수권정당끼리 단일화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전체 야권단일화를 위한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더 낮은 자세로 양보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4.11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9일 아침 '창원성산'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거리에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여론조사에서 강기윤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손 후보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더 자세를 낮추고 부지런하게 노력할 것이다. 오차범위의 박빙이 오히려 나에게 힘을 준다"며 "노동자와 서민은 '사표'를 하지 않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표를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김창근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 여론에 대해 "이곳에서는 전체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았다. 시민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며 "(손석형 후보는) 두 당(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이 단일화를 한 것인데, 야권 전체가 단일화한 것으로 (시민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진보·노동정치를 위해서는 '꼼수정치'를 몰아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손석형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김 후보는 "손 후보는 이미 지난 20일 단일화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단일화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는데,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보진영 두 후보의 '치킨게임'... 새누리당 어부지리?
실제 투표에 들어가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표는, 당선 가능성 높은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지만, 진보신당의 득표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진보신당은 경남에서 창원 성산구와 거제, 단 두 곳에서만 지역구 선거를 치릅니다. 양쪽 선거구에 전 당원들이 당의 사활을 걸고 올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 4.11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9일 아침 '창원성산'에 출마한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가 거리에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또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두 후보의 경력도 눈길을 끕니다. 손석형 후보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4대·8대·9대·11대·13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장을 지냈습니다. 김창근 후보 역시 한국중공업 노조설립위원장과 7대·10대·12대·14대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쟁쟁한 노동운동가 출신입니다.
노동운동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두 후보는 창원지역 최대 사업장인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번갈아 맡았습니다. 정당 이념과 정치노선의 차이도 분명하지만, 두 후보의 노동운동 경력만 봐도 후보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의 '치킨게임'은 둘 모두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두 후보의 양보 없는 대결 덕에 강기윤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윤기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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