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블로그 활동도 농사의 연장입니다”

현미와 백미 조화시킨 '황금눈쌀' 내놓은 농사꾼 장형준씨

등록|2012.03.29 14:02 수정|2012.03.29 14:02

▲ 황금눈쌀로 지은 밥. 쌀눈이 살아있는 게 보인다. ⓒ 이돈삼


쌀은 낟알의 표면 제거 정도에 따라 백미와 현미로 나뉜다. 많이 깎으면 백미, 조금 덜 깎은 게 현미다. 백미는 밥맛이 좋고, 현미는 건강에 더 좋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밥맛도 좋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면 더 좋으련만.

하지만 이젠 더 이상 희망사항이 아니다. '황금눈쌀'이 있어서다. 현미의 영양분과 백미의 밥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쌀을 내놓은 농업인이 전라남도 화순군에 살고 있다. 온라인에서 '쌀집아저씨'로 활동하고 있는 장형준(42)씨가 그 주인공.

우렁이농법으로 무농약 인증 농사를 지으면서 정미소까지 운영하고 있는 그가 쌀의 표면을 백미 수준으로 깎으면서도 영양분의 상징인 쌀눈을 그대로 살리는 도정방식을 찾아냈다. 보통의 방아 찧기보다 시간과 노력이 배 이상 들어가지만, 친환경 쌀을 이렇게 찧어 밥을 지으면 노란 빛깔의 쌀눈이 그대로 밥알에 남는다. 쌀눈이 살아있는 것이다.

방아도 미리 찧어놓지 않는다. 주문을 받은 다음 자신의 정미소에서 부모와 함께 직접 방아를 찧어 소비자에게 보내준다. 특허 등록된 황금눈쌀은 일반쌀보다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밥맛을 본 고객들이 다시 주문을 해오기 때문이다.

▲ 황금눈쌀. 쌀의 표면을 백미처럼 부드럽게 하면서도 영양분의 상징인 쌀눈이 그대로 살아있다. ⓒ 이돈삼


▲ 이것이 황금눈쌀.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는 장형준 씨가 쌀눈이 살아있는 황금눈쌀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돈삼


쌀만 별난 게 아니다. 그의 마케팅 기법과 고객 관리방식도 눈길을 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8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바로 직거래를 시작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벼농사를 짓고 직접 방아 찧은 쌀을 팔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전자상거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홈페이지 개설교육을 받고 고민을 거듭하며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인터넷 카페와 게시판 등을 드나들며 황금눈쌀의 우수성도 알렸다. 틈틈이 확보한 전자우편(이메일)을 통해선 농사짓는 농부의 일상을 전했다.

고객들에게 쌀을 보낼 땐 팸플릿과 명함, 감사인사를 담은 엽서를 함께 넣어 보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해 농촌풍경과 농업인들의 일상을 담으며 '황금눈쌀'을 알렸다.

"카페나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전 이것도 농사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도 되거든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제 글이 나오니까 지속적인 홍보도 되고요."

▲ 백용정미소 풍경. 장형준 씨가 직접 방아를 찧는 정미소다. ⓒ 이돈삼


▲ 장형준씨.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장씨가 자신의 정미소 앞에서 황금눈쌀 한 포대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이돈삼


장씨는 공격적인 홍보방식을 택했다.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먼저 찾아다니면서 소비자들을 만났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황금눈쌀'이 밥맛과 영양까지 한꺼번에 담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최상의 상품 없이 말로만 마케팅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는 '황금눈쌀' 고객을 한명씩 확보해 나가며 신뢰를 쌓아갔다. 홈페이지 등 인터넷 공간을 통한 지속적인 만남은 소비자에게 믿음을 심어 주었다. 틈틈이 전하는 농촌의 실상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농업인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갖도록 만들었다.

가끔 소비자들을 정미소로 초청, 체험기회를 제공한 것도 신용을 쌓는 계기가 됐다. 블로그 이벤트를 통해 '황금눈쌀'을 선물하면 그 쌀을 받은 블로그 운영자들이 직접 밥을 지어 먹어보고 "밥맛 정말 좋다"며 다시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농사짓는 사람이 하는 열 마디 말보다 더 홍보효과가 컸다.

장씨는 "농촌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의 직거래는 우리 농업과 농민을 살리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우리 농촌의 희망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며 "농사 지으며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그런 행복한 농업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 추수 끝난 들녘 풍경. 장형준 씨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들판 모습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