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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은 즉흥적, '사다리 타기'로 연수결정  MBC 관여 K-POP 해외공연은 모두 적자났다"

[인터뷰] 한상혁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김재철 사장 해임부결, 말도 안 돼"

등록|2012.03.30 11:28 수정|2012.03.30 13:08

▲ 한상혁 변호사. ⓒ 권우성


"현재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MBC의 공영성을 지키는 역할이 아니라 거꾸로 망가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문진 이사 중 한 명인 한상혁 변호사가 지금의 방문진에 쓴소리를 던졌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 결의안이 부결된 28일 한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몇 가지 사실들이 지금 (MBC 파업) 사태를 보는 (여야 이사진의) 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28일 표결 결과를 보며) 이 상태의 방문진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는 현재 총 9명의 이사진이 있다. 이 중 6명은 여당 측 추천으로, 3명은 야당 측 추천으로 각각 임명됐다. 한상혁 변호사는 지난 2009년 제 8기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된 야당 측 추천 이사다.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상식적으로 납득 안 되는 결과"

먼저 한상혁 변호사는 2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 표결 결과에 대해 "(여야 이사진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신인지, 다른 요인이 작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결과"라고 평했다.
이어 "보직부장들이 대거 사퇴하고, 방송 파행이 이어지는 상황인데도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나 자진사퇴 권고안을 두고 '그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노조가 굴복하고 돌아오면 선처하겠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이어 한상혁 변호사는 여당 이사진에서 제기한 MBC 파업 사태 대책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21일 MBC 파업의 대책을 논의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여당 측) 이사 한 분이 방문진 주도로 MBC 보도의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외부기구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김재우 이사장은 22일 MBC 노조 집행부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MBC가 공정한지 아닌지를 내부에서 어떻게 아나, 밖에서 평가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이를 두고 "(이는) 방송에 대한 상식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내부에서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통해 공정성 문제를 다뤄 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또 그런 기구를 만든다 해도 보직부장까지 물러난 상황에 언제 구성할 것이며, 평가하는 위원은 어떻게 구성하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등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없는데 그걸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한가한 이야기고 한편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또 외부 평가 기구가 보도를 간섭하는 기구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나."

또한 한 변호사는 "노조가 빨리 복귀하고, 사측은 성실히 대응하라는 성명서를 (방문진 이사진 이름으로) 내자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이 역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노조에게 무릎꿇고 들어오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재철, 즉흥적인 사람... 사다리로 연수지역 결정"
앞서 언급했듯 한상혁 변호사는 2009년부터 방문진 이사로 일했다. 2010년 취임한 김재철 사장을 처음부터 지켜본 셈이다. 김 사장에 대해 평을 부탁하자 한상혁 변호사는 "굉장히 즉흥적이다"라고 정의했다.
"보직부장들과 회식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해외연수 안 다녀왔지, 다녀와'라고 말한다거나 사다리를 타서 (연수) 지역을 결정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한 한 변호사는 "회사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연수·교육을 하려면 큰 계획에 맞춰 세부 계획과 예산을 편성하고 공정하게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있어 2011년 문제제기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K-POP 관련 행사도 잦았다. 이에 대해 한상혁 변호사는 "지금까지 MBC가 관여했던 K-POP 해외공연이 모두 적자"라며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고 'MBC 브랜드 가치를 높였으니 훨씬 이익이다'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엄기영 전 사장 때와는 다르게 여당 이사진들이 지나치게 김 사장을 옹호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엄기영 사장 때에는 여당 이사들 6명이 일관되게 엄 사장의 능력을 지적하거나, 분위기가 느슨하다며 질책하고 모욕까지 줬다"며 "그러다 사장이 바뀌니 (여당 이사진들이 사장을) 방어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문제제기를 하려 하면 여당 이사진들이 '별것 아니다', 또는 '옛날보다 나아졌다'고만 한다"며 "MBC가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에도 이들은 '옛날엔 편파적이었지만 지금은 좀 돌아왔는데 그래도 아직 덜하다'고 이야기하니 (여야 이사간) 인식 차이가 엄청난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재철 사장이 (이사회에) 출석했을 때 문제를 이야기하면 바로 김 사장이 '자기 생각은 다르다'고 말하고, 바로 여당 이사들이 '지당하다'고 거든다"며 그간 겪어온 어려움을 토로한 한 변호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왕따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소수의 비애라곤 하지만, 사회 통념과 상식이 있는 것 아니냐. 그것을 진영논리로 나눠 이쪽 말은 다 맞고, 다른 쪽은 틀리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한상혁 변호사. ⓒ 권우성


"불법 파업? 언론사에선 보도·제작의 자율성도 아주 중요한 근로조건"

한상혁 변호사는 현 MBC 파업 상황에 대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 보도에 중심이 사라졌다"며 "데스크들이 (보도) 아이템 선정까지 개입하면서 MBC 구성원들이 제작 과정에서 자율성을 갖지 못하게 됐고, 이런 지경에서 MBC 구성원의 대다수가 '김재철 사장이 있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불법 파업'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한상혁 변호사는 "언론사에서는 월급·수당·휴가뿐만 아니라 보도 제작의 자율성도 아주 중요한 근로조건의 하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노조가 어디를 점거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고 수단도 평화적인데 일방적으로 불법 파업이라 주장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나중에 법적 판단을 받더라도 수단의 상당성과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업 중 제기된 논란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먼저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일단 턱도 없이 많이 썼고, 공기업 같은 곳에선 법인카드 내역을 다 공개하게 되어 있는데, 그게 무슨 영업비밀인지도 모르겠다"며 "실제 업무상 용도에 맞게 썼더라도, 의혹이 제기된 이상 자신이 어떤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 자신이 하나하나 소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사장은 '부정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만 뭉개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용처에 대한 소명을 정리해서 제출하라 했는데, 방문진에 출석해선 그렇게 하겠다더니 돌아가서는 '내부 감사 중이니 그 이후에 주겠다'고 했다. 그것도 관련 자료 원본이 아니라 결과만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한상혁 변호사는 파업 중 MBC가 계약직 기자나 프리랜서 앵커 등을 채용하며 사실상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게 '특별 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이는) 부당노동 사례이며, 처벌 사례도 있지만 '불법 파업이라 상관없다'는 게 MBC의 입장"이라 전했다.

"한 번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돈을 더 얹어주는 건 치사한 것 아니냐, 경영자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김재철 사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이 고생하기 때문에 더 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수당을) 받은 사람이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노조에 반납하기도 하지 않냐'고 다시 물으니 '그런 사람들은 양다리 걸치는 거다'라는 반응이었다."


"근본적 해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함께 고민해야"
파업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한상혁 변호사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도 중요하지만 "사측이 노조와 가슴을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며 "대화는 않고 계속 징계·손해배상 청구·재산 압류만 하는데, 이런 걸로 문제가 해결되겠냐"는 말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에 더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KBS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처럼 정권만 잡으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누구든지 (사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구조로는 방송 독립성을 지킬 수 없다"며 "독일의 공영방송 ZDF처럼 사회 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많은 수의 사람이 추천위원이 되어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정성'의 정의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를 통해 공영방송사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MBC 노사간, 그리고 방문진 여야 이사간 '공정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기 때문이다.

한상혁 변호사는 "공정성은 보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라는 것이지,  아이템을 정할 때 어떤 것은 하고 어떤 것은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완벽한 공정성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기준은 세워야 한다. 공영방송사라면 사회의 여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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