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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요회' 없다더니..."2008년 김인규 위해 결성"

KBS 새노조, 30일 오전 <리셋 KBS뉴스9> 통해 총리실 사찰 문건 공개

등록|2012.03.30 12:08 수정|2012.03.30 12:08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 총리실 사찰은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현석·이하 노조)는 30일 오전 유튜브에 올린 자체 제작 뉴스 프로그램 <리셋 KBS뉴스9>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언론사에 대한 사찰과 이를 통한 언론 장악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YTN 해직 기자들과 관련해서는 총리실이 직접 검찰 수사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전했다.

<리셋 KBS뉴스9>가 입수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라는 문서에는 '노조의 반발 제압'이라는 소제목 아래 "노종면 등 불법 파업주동자의 1심 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적혀 있다. 이 문서는 2009년 9월 3일에 작성된 것으로, 당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구본홍 전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다 업무방해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상태였다.

노조는 "항소 건의를 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문맥상 YTN 사측 또는 총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에 대해 YTN 측은 검찰에 항소 건의를 한 적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YTN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항소 건의를 한 주체는 총리실이나 그 윗선인 청와대일 가능성이 높다"며 "독립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검찰의 사건 처리 방향에 총리실 혹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직무 대행이었던 배석규 YTN 사장에 대한 평가도 담겨 있다. 이를 살펴보면 '배석규 신임 대표이사의 개혁조치'이라는 소제목 아래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는 말들이 있다.

또한 이 문서는 배 사장에 대해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우수한 경영능력 보유자임에도 전 정부때 차별을 받아 온 자로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 평가하며 "(배석규 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다. 보고서가 작성된 지 한 달 후에 배 사장은 정식 사장으로 임명된다.

김인규 KBS 사장부터 <피디수첩><한겨레21>까지 사찰



특히 방송사 경영진의 교체 상황을 보고하는 일부 문건에는 이러한 사찰이 'BH하명'으로 이루어졌다고 적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낙하산 사장을 방송사 사장으로 앉혔다'는 언론계의 주장이 큰 신빙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리셋 KBS뉴스9>가 공개한 '1팀 사건 진행 상황'(2009년 8월 25일 작성됨)이라는 또 다른 문건에서는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KBS와 YTN, MBC의 사장과 임원 인사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특히 이 항목은 3개월 뒤인 11월에 작성된 문서에서도 발견돼 방송사 인사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이 시기는 김인규 KBS 사장과 배석규 YTN 사장의 선임이 결정되고 엄기영 전 MBC 사장에 대한 퇴임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김인규 KBS 사장과 KBS 역시 사찰의 대상이었다. <리셋 KBS뉴스9>는 "KBS 노조의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특보 사장과 그 측근들에 대한 인물평까지 담겨 있다"며 'KBS 최근 동향 보고'라는 이름의 문서를 공개했다. 노조는 "총리실은 김 사장이 가장 먼저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 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거라고 분석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을 인사실장으로, '수요회' 회장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수요회'에 대해 "2008년 사장 선임 김인규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이라고 적었다. 이는 그동안 KBS가 이 모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오고, 지난 2010년 10월 <오마이뉴스>가 수요회에 대해 보도했을 때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고발한 것과는 정반대의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이 문건에는 KBS에 두 개의 노조가 있는 것에 대해 "KBS 내 노-노 대립으로 세가 약화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강성 집행부가 집권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분석한 내용과 김인규 사장이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리셋 KBS뉴스9>는 "김종익씨의 민간인 사찰을 보도한 MBC <피디수첩>의 동향을 추적한 문서 파일도 여러 건 발견됐다"며 "2009년 11월 9일에 작성된 '1팀 사건 진행 상황'이라는 문서에는 '피디수첩 역대 작가 확인'이라는 항목도 있어, <피디수첩>에 대한 사찰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같은 문서에서 "'<한겨레 21> 박용현 편집장'이라는 항목도 발견돼, 이른바 진보 언론에 대한 정권 차원의 사찰도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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