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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를 향한 '신경'전... 영등포을 오차범위 박빙

[총선 현장 - 서울 영등포을] 권영세와 신경민 대결... 혼전 양상

등록|2012.04.02 13:54 수정|2012.04.02 13:54
서울 '영등포을' 선거구가 들썩이고 있다. 이곳은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3선의 권영세(53) 의원과 민주통합당 대변인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신경민(58) 전 MBC 앵커가 맞붙으면서 전국적인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영등포을 선거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품고 있어 그 상징성이 남다르다. 그런 이유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지난달 29일 오전 나란히 영등포을 지역을 방문, 각각 대림역과 신길역 앞에서 권 후보와 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 영등포을 선거구에서 4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는 "엄마가 행복한 세상"을 홍보문구로 삼았다. ⓒ 최육상


▲ 정치 신인인 민주통합당 신경민 후보는 "우리들의 대변인"이라는 문구와 "진실의 힘, 영등포를 바꾼다"로 권영세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 최육상


여론조사 오차 범위 내 접전, 주민 여론도 팽팽하게 맞서

현재까지 이루어진 각종 여론조사는 권영세 후보가 한발 앞선 상황.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에 의뢰해 3월 24~25일 이틀간 지역구별 유권자 6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권 후보는 35.5%로 신 후보(32.4%)를 오차범위인 3.1%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전화 RDD와 휴대전화 패널 결합 방식.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0%p)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3월 29일 하루 동안 만나본 영등포을 주민들의 의견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팽팽했다. 

"권영세 의원은 중앙(새누리당)에서 많은 일을 했다.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 돈 받아먹은 것도 없고. 우리 지역에서도 큰 일꾼 하나 키워야 한다. 그동안 3번 모두 권영세 밀어줬는데, 이번에도 당연히 권영세 찍을 거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부근,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의 말이다. "여의도에 산 지 20년이 됐다"는 그는 "민주당이 정권심판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들은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세력들로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신경민이라는 사람, TV에서 많이 봤다. 얘기 들어보니까 정부가 쫓아냈다고 그러던데, 그러면 안 된다. 큰 마트만 계속 들어서서, 우리 같이 가난한 상인들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데…. 신경민 후보가 우리 맘 잘 이해할 것 같다."

신길동에 위치한 신길시장에서 10년 째 장사하고 있다는 50대 아주머니의 말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에 와서 사진만 찍고 가지 말고, 제발 우리들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하소연했다.

▲ 서울 여의도 모습. 오른쪽 멀리 보이는 것이 63빌딩이고, 왼쪽 건물이 KBS다. ⓒ 최육상


"신경민 후보가 경쟁력 있어 이번에는 기대한다"

영등포을 선거구는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많은 여의도동과 서민들 밀집 지역인 신길동(1, 4~7동)·대림동(1~3동)으로 구분된다. 역대 선거의 투표 성향은 두 지역 간에 확연히 나뉘었다. 여의도동 주민들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표를 많이 준 반면, 신길동과 대림동 주민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 많은 지지를 보냈다.

"정부도 잘못하면 교체하고, 국회의원도 일 못하면 바꿔야 한다. 권영세 의원이 10년 넘게 일했는데, 우리 동네(대림동)를 위해서 해준 게 뭐가 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신경민 후보가 인물도 괜찮고 경쟁력도 있어서 이번에는 기대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택이 뒤섞여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대림동의 선플라자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의 말이다. 그는 "대림동에서만 15년 넘게 살았는데, 그동안 생활과 교육 환경 등 나아진 게 없다"며 "권영세 의원은 국회의사당과 새누리당 당사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신길동 뉴타운이 전면적으로 개발된다고 해서 이곳에 입주했다. 2년 정도 됐는데 생각보다는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래도 뉴타운을 추진할 곳은 새누리당 밖에 없지 않나. 서울시장이 바뀌어서 고민은 되지만,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변의 낙후된 주택, 상가와 비교되며 높이 솟아 오른 신길동의 새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40대 여성의 말이다. 그녀는 "아무리 뉴타운이 문제가 많더라도 결국 개발될 곳은 개발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민주당이 뉴타운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무조건 뉴타운 반대하는 건 문제"

▲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거리 모습. 이곳은 서민층이 밀집한 다세대주택이 많고, 중간중간 고층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 최육상


주민들의 여론이 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권영세 후보와 신경민 후보가 내세운 공약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권영세 후보는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추진 ▲여의도 상업지역 용적률 상향 ▲경전철 서부선 추진 ▲영등포장학재단 설립 ▲어린이 영어전문도서관 설립 등을 공약했다.

신경민 후보는 ▲영등포 공교육혁신특구 지정 ▲전월세 상한제와 반값등록금 ▲전통시장 활성화 ▲뉴타운, 재개발 재검토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전면 재검토 등을 내걸었다.

이 중에서 특히,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정'과 관련된 정책이 크게 부딪히고 있다. 권영세 후보가 개발 쪽에 초점을 맞춘 반면 신경민 후보는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고 있는 것. 이는 두 후보의 승부를 가릴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여의도동에는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인 70만 명의 신도가 다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금융감독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회관, 한국증권선물거래소, KBS, MBC 등 굵직굵직한 단체들이 모여 있다.

여의도동 주민들은 그동안 권영세 후보가 3선을 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의도동 주민들은 2010년 선거 때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68%, 2011년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65.8%의 지지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오세훈 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서울시의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사업은 현재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해당 구역 주민들이 개발에 따른 '기부채납 40%' 등의 내용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기부채납은 국가나 지자체에 공공 시설물 등의 재산을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기부채납을 하면 사업 시행에 있어 대체로 아파트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

▲ 서울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에 포함된 삼익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서울시 여의도전략정비구역 결사반대", "기부채납 40%, 여의도주민이 봉이냐?" 등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 최육상


"도대체 기부채납 40%가 말이 되나? 여의도 환경을 정비한다면서 결국은 사유재산을 강탈해가는 게 아니고 뭔가? 여기 주민들은 모두 정비구역을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여의도 주민은 봉이 아니다."

'서울시 여의도전략정비구역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외벽에 내걸린 삼익아파트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미우나 고우나 한나라당을 찍어 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만약에 주민들 의견을 계속 무시하면 권영세 의원은 큰 코 다칠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략정비 1구역에 포함된 삼익아파트와 한양아파트를 비롯해 2구역에 속한 광장아파트와 미성아파트 주민들에게서 그대로 느껴졌다. 권영세 후보나 신경민 후보가 어떻게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풀어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5적 권영세' vs '비례대표 거절당한 신경민' 상호 공격

여당의 실세로 불리는 권영세 후보와 정치 신인임에도 인지도가 높은 신경민 후보의 맞대결은 아직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29일, 연이어 찾아간 두 후보의 선거 사무실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권영세 후보 사무실은 여러 차례 선거를 치러봐서인지 다소 차분한 모습이었다.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10여 년이 넘게 지역을 다져온 권영세 후보의 힘이 느껴졌다.

반면, 신경민 후보 사무실은 상당히 분주했다. 계속되는 전화 통화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겹치면서 생동감이 넘쳤다. 그러나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아직은 조금 어색해 보였다.  

민주통합당은 권영세 후보를 '새누리당 5적'으로 삼으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영등포을의 권영세 후보를 비롯해 동대문을의 홍준표 후보, 종로의 홍사덕 후보, 은평을의 이재오 후보, 강남을의 김종훈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새누리당은 신경민 후보를 향해서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영등포을로 밀려왔다고 비판했다. 선거 사무실 관계자는 "신경민 후보가 영등포에서 30년을 살았다는데, 여의도를 벗어나 신길동과 대림동을 제대로 둘러나 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사무를 총괄하며 4선에 도전하는 기호 1번 권영세 후보와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마무리 발언)로 인지도가 높은 기호 2번 신경민 후보의 '권세'를 놓고 벌이는 '신경' 전이 뜨겁다. 국회의사당을 향한 의사당 대로에 파란 신호등이 켜진 지금, 영등포을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4년 동안의 일꾼으로 삼을까.

▲ 의사당대로에서 본 여의도. 사진 끝에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영등포을 유권자들은 일꾼으로 권영세 후보와 신경민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까. ⓒ 최육상


덧붙이는 글 최육상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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