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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형기 조합원 영장실질심사 다녀와서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을 겪으며 '동지'란 말이 좋아졌습니다

등록|2012.04.01 11:34 수정|2012.04.01 11:34

울산법원김형기 씨를 만나러 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 변창기


'3월 29일 오후 2시 동부서에  출두했습니다. 경찰은 김형기동지를 구속하여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김형기동지는 중부서에 수감 중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불법파견 현행범인 정몽구회장을 처벌하고 김형기동지를 즉각 석방하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갑자기 위와 같은 글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잠시 놀랐고 어떻게 된 사연인지 알아 보았습니다. 김형기씨는 2004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생겨나면서 노조에 가입하고 현대차 재벌에 맞서 열심히 투쟁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 이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집회와 모임에 참석하면서 현대차로부터 감시받던 그는 몇차례 구속 되기도 했었습니다.

▲ 담당 변호사와 포승줄에 묶여 있는 김형기 씨. 오른쪽 옆엔 비정규직 해고자. ⓒ 변창기


성실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 김형기씨는 노동부에서 2004년 말 현대자동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후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신경 써 왔습니다. 그는 아내가 암진단을 받기도 해서 무척 어렵게 활동을 진행해 왔었습니다. 작년 12월까지 집행유예 기간이었는데 제작년 11월 중순에 있었던 현대차 1공장 안에 있던 CTS 점거파업 때 함께 했다는 이유로 다시 수배령이 떨어 지기도 했었습니다.

얼마후 다른 게시물이 올라 왔습니다.

'김형기 동지에게 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영장 실질심사는 3월 31일(토) 14시 울산지법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참석가능한 동지는 얼굴이라도 보러 갑시다. 천하에 범법자 정몽구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불법을 개선하고자 투쟁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줄줄이 구속되고 있으니, 이럴때 이렇게 외치는게 당연하겠죠. 김형기를 석방하고, 정몽구를 구속하라!'

그동안 수배생활을 해오던 김형기씨는 이제 대법원 판결도 났고 해서 더이상 수배활동 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판단한거 같습니다. 오늘 저는 김형기씨를 보러 법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오후 2시가 다가오자 하얀색 승합차에다 김형기씨를 태우고 법원에 도착 했습니다. 김형기씨는 밝게 웃는 모습이었으나 양손을 수갑으로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포승줄로도 묶어 두었습니다.

법원 들어가는 문우리는 법정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 변창기


10여명 노동자들이 김형기씨를 보러 법원에 온거 같습니다. 오늘 법원서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영장실질심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가 무엇이냐 물었더니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구속 시킬 것인지 말것인지 판사가 결정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오후 2시에 심사를 마치면 오후 5시에서 밤 10시 경에 발표 난다고 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방청객을 들이지 않는다 합니다. 그래서 변호사와 김형기씨만 법원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 일행은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김형기씨를 보러 온 분들에게 "아직 법률이 정한 범죄자 신분이 아닌데 왜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어 두는가?"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저는 그게 궁금 했습니다. 자진 출두 한 사람을 무슨 이유로 볼썽 사납게 두겹으로 손을 묶어 두는지 이해 할수 없었습니다. 주변 분들은 '도주우려와 증거인멸' 때문에 묶어 둔다는데 참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진 출두한 사람이 도망은 왜 갈 것이며 증거를 없앨 수가 있을까요? 경찰이 증거를 가지고 수배령을 내렸을 건데 말입니다. 자세한건 경찰에 물어 보라해서 기다렸습니다.

법원 안으로 들어간 변호사와 김형기씨는 30여분만에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경찰이 승합차에 태워 바삐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물어보고 싶었는데 못물어 보았습니다.

'CTS건으로 자진출두한 김형기 조합원 영장청구가 기각될 듯, 중구서로 모여 환영 합시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기다리던 문자가 그렇게 왔습니다. 저녁에 김형기 조합원은 풀려났고 여러 노동자와 환영회를 했다고 합니다. 오늘 그렇게 노동자들 사이에 오가는 말 '동지'라는 말이 생동감 있게 다가 왔습니다. 동지... 참 듣기 좋은 말 같습니다. 20대 후반 노조활동에 참여하던 초보시절엔 그 동지라는 말이 참 어색하던데 40대 후반이 된 지금은 동지란 말을 들으면 참 기분이 좋아 집니다.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해오면서 '동지'란 말이 더 살갑게 느껴 졌습니다.

▲ 법원에 출석하기전 참석한 노동자와 담소 ⓒ 변창기


김형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범죄자도 아닌데 경찰은 포승줄과 수갑을 채워 두었다. 법정에서 유죄가 판결나기 전까진 범법자가 아니지 않는가?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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