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룡바위 타고 고래등에 올랐습니다

풀꽃산행팀과 함께 한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

등록|2012.04.02 17:29 수정|2012.04.02 17:29

▲ 등대섬의 등대와 바위 ⓒ 서종규


▲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마을입니다. 몇 곳의 팬션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 서종규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 '아름다운 섬'이란 수식어 때문에 늘 찾아가보고 싶은 소망이 가득한 섬입니다. 그렇게 늘 꿈꾸던 섬을 처음 본 순간, 그 맑음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바다도 맑고 섬도 맑았습니다. 섬은 쪽빛 그 푸름이 가득하여 바다 속까지 들여다보이고, 하늘은 그 푸름을 받아 더욱 투명하더군요. 그 맑음을 간직한 섬에 봄기운까지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백꽃은 아직도 색채의 대조가 선명한데, 봄기운을 머금은 꽃은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동백나무 숲에 깃들어 있던 휘파람새도 맑은 울음을 쏟아내며, 금년 유난히 늦게 찾아오는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니까요.

봄 기운 머금은 동백꽃은 뚝뚝 떨어지고...

▲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 기암괴석 해안의 절경입니다. ⓒ 서종규


▲ 생태마을을 꿈꾸는 소매물도라는 마을 표지판이 인상적입니다. ⓒ 서종규


지난 3월 31일(토) 오전 6시 30분, 봄을 찾아 떠나는 산행으로 풀꽃산행팀 91명이 광주를 출발하였습니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섬진강휴게소를 지나 10시, 거제도 저구항에 도착하였지요. 소매물도는 통영에서 출발하는 배와 거제도 맨 끝에 위치한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답니다.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하루에 4차례 왕복 운항하는데, 주말에 여행객들이 많으면 증편을 하는 것 같았어요. 저구항에서 11시에 출발하는 배는 소매물도까지 약 40분이 걸리는데, 전날 흐린 날씨에 비하여 햇살이 가득한 하늘과 바다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우리나라 연안의 배를 타고 가다보면 늘 따라오는 갈매기의 군무가 새롭습니다. 물론 새우깡 등을 던져 주는 여행객과의 만남이기는 하지만 출발하여 소매물도에 도착할 때까지 줄기차게 뒤따르며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 떼가 늘 반갑지요. 섬들이 떠 있는 사이로 지나가는 배는 시원스럽게 물살을 가릅니다. 가까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양식장들도 보이고, 섬에 주황색 지붕의 어촌들도 보입니다. 소매물도 옆에 매물도가 있는데, 소매물도에 비하여 더 큰 섬입니다. 파도가 심할 경우에는 소매물도에 배를 대지 못하고 매물도만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소매물도에 다다를수록 바다는 섬들이 보이지 않고 넓은 대양이 펼쳐지는데, 그 위에 조그마하지만 신기한 바위들이 솟아 있었어요. 배의 선장은 밀물 때에는 다섯 개의 바위섬이 썰물 때에는 여섯 개의 바위섬으로 둘러싸인 오륙도라고 소개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뾰쪽한 바위들을 꽃아 놓은 분재들 같습디다.

소매물도 선착장에는 많은 여행객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일찍 소매물도를 찾은 여행객이 우리가 타고 들어간 배를 타고 나오려는 모양입니다. 선착창 위로 몇 개의 펜션이 보이고, 나머지 몇 개의 상점들이 보이고, 그 옆에 주황색으로 몇 가구 집들이 보입니다. 선착장 옆에는 싱싱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썰어 파는 좌판 회 식당이 늘어서 있습니다.

▲ 눈이 시리도록 푸른 동백잎 너머 바다에 떠있는 바위 섬이 아련합니다. ⓒ 서종규


▲ 선착장에 설치된 좌판에서 싱싱한 해산물들을 회로 썰어서 팔고 있습니다. 아주 큰 굴이 특징적입니다. ⓒ 서종규


매물도는 메밀만 재배할 수 있는 척박한 섬으로 경상도 사투리인 '매물'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있으며, 대매물도와 소매물도로 나뉘는데, 두 섬은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형제 섬이고  일본 대마도는 70km 거리에 있답니다. 소매물도는 면적 2.51㎢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해안선 길이 3.8㎞, 가장 높은 산 망태봉 높이가 157.2m이랍니다. 조선시대에 1904년경 김해 김씨가 소매물도에 가면 해산물이 많아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거제도에서 이주하여 한때는 총 30여 가구가 살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20여 가구만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선착장에서 오르막길 옆에는 여행객의 쉼터인 펜션이 현대식으로 지여져 있었어요. 그 입구에 정겨운 마을 표지판이 인상적입니다. 나무로 깎아 만들어 놓은 버섯모양의 표지판에는 '생태마을을 꿈꾸는 소매물도'라는 글씨가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마을 옆을 지나 조금 오르자 옛날 아이들이 배웠던 소매물도 분교가 숨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푸른 풀이 가득 자란 풀밭이 펼쳐져 있고, 위 쪽에 소매물도 안내판이 있고, 그 옆에 바다가 보이는 동백나무 아래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습니다. 그곳부터 놓인 계단을 타고 5분 정도 오르니 망태봉 정상(157m)에 도착하였는데, 선착장에서 망태봉까지의 거리는 0.75km밖에 되지 않습니다.

망태봉 정상에는 매물도 관세 역사관이 하얀 버섯모양으로 맞이합니다. 한국 전쟁 이후 혼란한 틈을 노려 남해안에 대마도를 거점으로 하는 일본과의 해상 밀수가 횡횡하였답니다. 이러한 밀수를 감시하기 위하여 1975년 남해안특별감시선단을 만들어 장승포세관에 거점을 두고 이곳 소매물도에 레이더기지를 구축하여 감시활동을 벌였답니다. 1987년에 폐쇄되어 지금의 기념관이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망태봉에선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해안 절벽이며, 등대섬을 연결하는 몽돌이며, 등대섬에 하얗게 서 있는 등대의 모습이 파란 하늘과 쪽빛 바다,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하나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소매물도가 그대로 눈에 들어 왔습니다.

망태봉 정상에 있는 매물도 관세 역사관

▲ 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엔 등대 외에 소매물도항로표지관리소가 있습니다. ⓒ 서종규


▲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건너려면 몽돌 바닷길을 건너야 합니다. 밀물이 되면 길은 사라지고 썰물이되어야 건널 수 있습니다. ⓒ 서종규


망태봉에서 점심을 먹은 후 등대섬으로 내려갔습니다. 망태봉에서 등대까지는 1.3km입니다. 거의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길에는 동백숲이 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봄빛을 발산하는 푸른 동백잎들 사이사이 붉은 동백꽃이 선명합니다. 바닥에 통꽃으로 진 동백꽃도 보이구요. 등대섬으로 가는 길목은 '열목개'라는 이름의 몽돌 길인데, 70m 정도 몽돌로 된 바닷길입니다. 파도에 수많은 세월 동안 달아져 둥글둥글해진 돌들이 신기하게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밀물 때에는 바닷물에 잠겨 통행할 수가 없답니다. 따라서 썰물의 때를 잘 맞추어야 등대섬에 오를 수 있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밀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몽돌에 바닷물이 차오르자 사람들이 건너는 것을 주저합니다. 몇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 몽돌 지점에서 파도가 충돌하여 물방울들이 튀어 오릅니다. 파도가 빠지면 하얗게 드러나는 몽돌을 재빨리 뛰어갔다가 파도가 들어오면 다시 서서 기다립니다.

등대섬에 도착하니, 등대까지는 대부분 나무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식생이 파괴되어 복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구에 소매물도항로표지연구소 몇 채의 집이 있습니다. 파란 지붕을 하고 있는데, 태양열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계단 끝에는 하얀 등대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이 등대는 1917년 8월 5일 처음 설치되었는데, 높이가 16m이고 불빛은 주변 48km까지 비추어서 남해안을 지나는 배의 이정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등대 옆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등대 바로 아래 수직으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밑에 옥빛 바다가 출렁거려 바다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고, 그 바위 틈새에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등대섬은 국가지정문화제 명승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밀물이 차오르기 전에 건너야 하는 아쉬움 때문에 다시 몽돌 바닷길을 건너왔습니다. 물이 조금 더 차오르고 있었고, 파도도 더 거세었습니다. 몽돌 길을 건너 공룡바위를 타고 지나가 고래등에 올랐습니다. 저기 보이는 등대섬이 더욱 새롭게 보였습니다.

몽돌 바닷길, 공룡바위 타고 고래등에 올라

▲ 소매물도 해안 절벽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 서종규


▲ 소매물도 남매바위를 도는 등산로에 이제 피기 시작한 진달래들이 인사를 합니다. ⓒ 서종규


다시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 옆을 지나 남매바위쪽으로 돌아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습니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숲이 계속 펼쳐지면서 상록수 터널을 지났습니다. 그런데 많은 나무들 밑에 분홍꽃잎들이 산들산들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봄 소식을 전하는 진달래 몇 송이들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무더기진 진달래의 군락지는 아니지만 피곤한 다리를 어루만져 주기에는 너무나 흡족한 모습입니다. 화창하지만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3월의 마지막 날에도 봄의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데, 길가에서 맞아주는 진달래 몇 송이들이 마음에 가득 차 들어 온 것입니다.

남매바위를 지나 선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바람이 거세져 가끔 파도가 튀어 올라 날립니다. 그래도 선착장 좌판장에 펼쳐진 횟집엔 분주한 손놀림의 할머니들이 즐겁습니다. 싱싱한 해산물 한 접시에 막걸리가 딱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해산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주 큰 자연산 굴입니다. 굴껍데기를 망치로 치니 엄청나게 큰 굴이 쏟아져 나옵니다. 손질하는 할머니는 칼로 몇 번 썰어서 얹어 줍니다.

오후 4시, 파도에 접안하기 힘들어하는 배를 겨우 타고 육지로 향하였습니다. 파도가 거셌습니다. 배 옆으로 산처럼 불룩하게 밀려옵니다. 선장은 노련하게 배를 몰아갑니다. 파도의 위험 때문에 갑판에 나가는 것도 막았습니다.

김우숙씨는 아름다운 소매물도를 늘 간직하고 싶다며 "다시 뒤돌아 봐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로 눈과 마음이 쭈욱 행복했으면…. 아니 얼마 동안이라도…. 그러려고 산행하는 거 아닌가요? 뒤돌아서자마자 곧바로 다치지 않고, 마음도 닫히지 않고"라고 말합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배 안에서는 즐거운 소매물도의 경치를 이야기하다 모두 조용해집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