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보궐선거 승리... '미얀마의 봄' 올까
'민주화 상징' 수치 여사, 의회 입성... 외신들 "기념비적 승리"
▲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미얀마 보궐선거 승리를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미얀마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 여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AP, BBC 등 주요 외신들은 1일(한국시간) 미얀마 4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상,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수치 여사의 당선이 확정됐다며 미얀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landmark)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빈민층 지역 카우무에 출마한 수치 여사를 비롯해 총 44명의 후보가 이번 선거에 나선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대부분의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발표했다.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이후 줄곧 재야에서만 활동하며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지 못했던 수치 여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미얀마 민주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넘쳐나고 있다.
미얀마는 선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에서 참관인이 직접 선거 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경우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버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수치 여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어머니를 따라 외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귀국했다. 1988년 8월8일 일어난 반군부독재 시위인 이른바 '8888 항쟁'은 수치 여사를 민주화 운동으로 이끌었다.
이듬해 군부는 수치 여사에게 가택연금을 명령했고 기나긴 고통이 시작됐다. 1990년 치러진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동맹은 70%가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 군부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군부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감수하면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정치범들을 숙청했으나 나라의 '국부'나 다름 없는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여사는 섣불리 건드릴 수 없었다.
결국 군부는 수치 여사를 가택연금 기간을 무기한으로 늘리며 정치 활동을 막았지만 오히려 민주화 운동가로서 수치 여사의 국제적 명성은 갈수록 높아졌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0년 마침내 14년간 계속된 가택연금에서 완전히 풀려난 수치 여사는 이날 보궐선거 승리로 의회 입성까지 성공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민족동맹이 보궐선거를 휩쓸더라도 의석은 7%에 불과하며 정권을 잡고 있는 군부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며 야당의 정계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군부 정권의 내각에는 진출하고 싶지 않다"며 의회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수치 여사가 과연 제도권 정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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