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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시절 잘나갔다" 퇴직 경찰도 사찰

[단독] 민주당 입당한 경찰 고위 간부도 사찰... 당사자들 "불쾌"

등록|2012.04.03 10:55 수정|2012.04.03 11:15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지난 2010년 2월 작성한 '전직 지방경찰청장 민주당 입당 관련 보고'. 당시 홍영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최석민 전 충북지방경찰청장, 정광섭 전 강원지방경찰청장 등이 나란히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입당한 것과 관련, 경찰청의 반박 성명 등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 김시연


"전직 경찰관이 여당 가면 괜찮고, 야당 가면 사찰 대상인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퇴직한 경찰 고위간부들까지 사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사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전직 경찰 간부 야당 입당에 "경찰청 반박 성명 내라"

<오마이뉴스>가 최근 확보한 지원실 문건에는 '전직 지방경찰청장 민주당 입당 관련 보고'라는 1쪽짜리 짤막한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10년 2월 10일 홍영기(57)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최석민(64) 전 충북지방경찰청장, 정광섭(65) 전 강원지방경찰청장 등이 나란히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것과 관련, 경찰청의 반박 성명 등 적극 대응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들이 입당 기자회견에서 용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고 촛불 시민, YTN 등 언론인, 시국선언 교사들에게 사죄하는 한편 "이명박 정권 들어 경찰은 다시 독재의 하수인으로 후퇴해 국민의 재산과 신체, 인권을 보호하라는 경찰 헌장은 한낱 휴지조각이 됐다"면서 경찰과 정부를 비판한 데 주목했다.

이에 지원관실은 "시국상황에 대해 관련기관 고위직 영입·동원하여 대정부 왜곡·비난 확산 시도"라고 규정하고 "경찰청에서 반박 성명 등 적극 대응, 사실 왜곡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편 개인 인적 사항에선 각각 "하의도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에서 특혜", "김홍일과 친하며 DJ 사저를 관할하는 마포서장을 하는 등 국민의 정부 시절 잘 나갔다", "경희대 동기인 김홍일 후원을 많이 받았다"며 이른바 김대중 정부와 인연을 강조해 의도 자체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다.

전직 경찰 간부들 "퇴직하면 민간인인데... 굉장히 불쾌"

▲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2007년 5월 25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사찰 대상자로 지목된 전직 경찰 고위 간부들도 발끈했다. 홍영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굉장히 불쾌하다"면서 "퇴직 후 자유로운 신분인데 사찰하면 국민이 어디 불안해서 살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권한 있는 기관도 아니고 전직 경찰관이 야당 가면 사찰하고 여당 가면 안하는 건가"라고 따졌다. '국민의 정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국민의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았으면 받았지 특혜 받은 건 없다"면서 "승진, 보직도 국민의 정부보다 그 전 정권에서 오히려 더 잘 받았다"고 반박했다.

경찰청의 적극 대응을 주문한 대목에 대해 홍 전 청장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조직 문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경찰청 내부에서) 우려하는 수준이었지 (반박 성명 같은) 적극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홍 전 청장은 민주당 입당 뒤 전남 목포시장 선거에 민주당 예비후보로 뛰어들었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홍 전 청장과 함께 민주당에 입당한 최석민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은 당시 경기도 광주시장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떨어졌고 이번엔 정통민주당 후보로 4월 총선에 뛰어들었다.

유세 중에 통화한 최석민 전 청장 역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감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쁜 놈들'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최 전 청장은 "나라를 위한 일이 자기 권력을 지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야당에 들어가 주목 받으니까 한 모양인데 으레 들어가는 건진 몰라도 쓸데없는 짓"이라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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