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청력 잃기 전 풍금소리 좋아했어요"
[찜! e시민기자]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사는이야기 쓰는 이영미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이런 시즌에도 그녀의 기사를 보면, 일단 선거기사는 아니겠거니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야말로 보석과 같은 존재. 그녀의 기사는 생나무와 잉걸 기사가 대부분이며, 가끔 사는맛보기에서 볼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시민기자의 주인공은 이영미씨. 이번주 <오마이뉴스>는 '찜e 시민기자'로 이영미씨를 뽑았다.
▲ 시민기자 이영미씨 ⓒ 이영미 제공
이영미씨와 인터뷰는 지난 3일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내고, 받은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있다면 상세히 써 주세요.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38세부터 같아요. 집도, 의료보험도 없이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서기 할 때가 있었어요. 한 번도 가족과 떨어져 잠을 자 본적이 없다가, 막상 혼자가 되니 세상이 두렵고, 외로웠었죠. 오로지 침묵으로 기도했지만 여러 어려움을 풀어가기에는 신심이 크지 않았어요. 그때는 컴맹, 운전맹이었죠.
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나를 치유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세상과 사이좋게 소통하고 싶은 때가 있었어요. 그간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는데, 하루종일 붓만 잡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성당 신부님께서 권하시는 대로 컴퓨터를 배워서 워드를 익혀 자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가족과 떨어져 있던 그때에 마음 안의 사무침을 글로 풀어내니, 몸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것 같은 숨 고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불어 세상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화목한 느낌이 들어서 틈만 나면 글을 쓰게 되었어요."
- <오마이뉴스>를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언제부터 쓰게 됐나요? 혹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기사가 있다면 알려주시고 그 이유도 적어주세요.
"우연히 알았어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기사는 기억이 안 나구요.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이야기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속에 한 가지 일맥상통한 것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일맥상통한 그것은 진솔함. 있는 그대로의 사람내음새였어요."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감성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어떤 기쁨과 슬픔에 침잠하지 않고, 그것들이 그대로 지나가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서, 가끔은 '오마이닥터'에서 지도도 받았어요.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없애고, 간결하게 쓰는 것도 배우고요.
덕분에 책도 두 권 냈어요. 첫 책은 청주시 1인 1책 만들기 대회에서 1200명 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요. 경비가 없어서 직접 표지를 캘리그라피해서 만들고, 일일이 편집을 하고, 복사 집에 가서 제본을 했었죠. 심사평 중에 '있는 그대로의 따스한 사람내음새와 간결한 문장'을 평했는데, 이것이 <오마이뉴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 이 기자님께서 시민기자로 활동하시는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딸들과 친한 지인 몇 명 빼고 잘 몰라요. 딸들은 제가 한 때 문학을 지망했던 것을 알기 때문에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해요. 지역에서 지역신문과 웹진 알림이로도 활동하고 있거든요. 딸들은 저의 기사의 애독자이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의 기사를 쓸 수 있게 하는 지킴이 이기도 해요."
▲ 시민기자 이영미씨의 작품. ⓒ 이영미 제공
"13년 동안 여성장애인단체 대표를 해서 저를 인권활동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요. 저는 4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서예가이기도 하고, 여성 가장이기도 하고, 매주 90명 가까이 문하생들을 지도하는 선생이기도 해요.
올해 다섯 번째 '묵향으로 열어가는 사랑의 세상' 전시회인 개인전을 인사동과 소도시에서 개최하려고 작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또 아이들의 학비도 마련해야 하는 가장이기에 직장생활도 하고 있어요. 주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하여 지역에 활성화하여 보급 하는 일을 하는데요. 그것을 에듀케이터라고 해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기 에듀케이터로 3년 간 양성교육을 받아 지역기반시설에서 일하고 있어요."
- 이영미 기자님은 청각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기자님의 상태를 간락하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유아시절 항생제 부작용으로 청신경이 완전히 마비되었어요. 최근에 청력검사를 받았는데요. 양쪽 모두 100데시빌이 넘어요. 기차소리와 비행기소리를 구분 못하는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되어요.
마흔이 되어 본격적으로 스피치 연습을 해서 구화는 그럭저럭합니다. 못 듣는 부분은 눈치코치로, 눈빛과 마음으로 소통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 아이디가 오르간(organ)이에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오르간은 우리말로 풍금인데요. 제가 완전청력을 상실하기 전에 초등학교 때 마루에 울리는 풍금소리를 너무 좋아했어요. 지금도 많이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주로 음악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현재 일하는 곳에 합창반도 만들고, 아코디언우크랠래반, 크로마하프반도 만들었어요.
못 들어도 몸을 통해서 울리는 그 울림의 진동이 참 좋아요. 머리도 맑게 하고, 가슴도 따스하게 만들어주거든요. 못 듣지만…. 좋은음악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좋은 음악 선생님, 교정시설과 어르신들, 지역주민들에게 보급하게 되어서 감사하답니다."
- 앞으로 쓰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어떤 것이며, 바라는 점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문화예술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이 서로 공감하는 기사, 사이좋은 소통 속에서 따스하게 되고, 동심으로 행복해지는 그러한 기사를 자주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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