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때문에 스러지고 있는 이산 정조의 꿈
한양의 경상, 개성의 송상, 수원의 유상이 있었는데...
▲ 정조 이산수원상권을 설명하는 안내판에 그려진 정조 이산 ⓒ 팔달문시장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제3호인 수원 화성은 그 축성을 규장각 문신 정약용이 동서양의 기술서를 참고해 만든 <성화주략>(1793)을 지침서로 했다. 재상을 지낸 영중추부사 채제공의 총괄 아래 조심태의 지휘로 조선조 정조 18년인 1794년 1월에 착공에 들어가 1796년 9월에 완공됐다.
화성은 정조 이산이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정치구상의 중심지로 축성됐다. 또한 아버지인 장헌세자를 향한 효심과 수도 남쪽의 국방요새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축성 이전부터 몰려든 상권
▲ 축성수원 팔달문 앞의 상권은 수원 화성 축성부터 시작이 되었다. 220년의 역사를 지녔다 ⓒ 팔달문시장
▲ 상권수원 팔달문 앞에 시장은 전국의 장사치들이 몰려드는 상거래의 중심지였다 ⓒ 팔달문시장
성을 쌓기 위해서는 많은 물자와 인력이 필요하다. 화성에는 축성 이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축성이 시작되자 그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필품은 물론, 물자 조달을 위한 장거리가 형성됐다. 팔달문 앞에 있는 상권은 이미 정조 이산이 화성을 축성하기 이전부터 이곳을 기점으로 난전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수문을 복원하고 있는 곳에서 그 위편 매향동 방향으로 수원천을 따라 올라가다가 보면 개울가에 세워 놓은 그림을 그려 넣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팔달문시장에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그림 안내판은, 팔달문시장의 개장배경과 함께 정조 이산의 꿈이 이곳 상권에 함께 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 상점수원 팔달문 시장은 정조가 내어 준 6만냔으로 시작된 정조가 세운 장이다 ⓒ 팔달문시장
▲ 유상정조는 양반 장사치들인 팔달문시장의 유상들에게 갓과 인삼 유통권을 주었다 ⓒ 팔달문시장
정조 이산이 직접 6만 냥이라는 밑천을 대줘 이룩한 시장. 남문인 팔달문 앞에 전국 각처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어 시장을 일으킨 것은 바로 이러한 정조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정조는 이 시장으로 인해 경제를 살리고 더욱 강한 왕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다.
전국의 선비상들이 몰려든 수원
유상은 일반적인 장사치들이 아니다. 유상이란 수원 팔달문 앞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말하지만, 그들은 선비였다. 물론 이 유상이란 말은 버드나무를 심은 수원을 '유경'이라 부른데서 비롯한 용어다. 이들을 새롭게 조명해서 부르는 용어가 바로 유상이며, 전국 각처에서 모인 선비들로 이뤄진 장사치를 뜻한다. 그래서 이 유상들은 정조의 효심과 장조의 강한 왕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뜻에 동참한 사람들이었다.
그 유상들 중에는 윤선도 가문의 후손들을 비롯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참여했다. 정조는 이들에게 갓과 인삼 유통권을 줬다. 갓과 인삼의 유통권을 갖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수원 팔달문 시장의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중심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
▲ 상거래의 중심지팔달문시장은 전국 상거래의 중심지였다 ⓒ 팔달문시장
이러한 유상의 근거지인 수원의 팔달문 시장. 지금도 이곳은 팔달문시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7~8개의 시장이 모여 있는 상권의 중심지다. 수원시는 이곳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업비 12억 원(국·도비 포함)을 투자해 유상박물관과 팔달문시장 문화센터, 조형물 설치, IT 콘텐츠 제작 등 1차 사업을 완료했다. 또한 2차 사업은 1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팔달문 시장 등 재래시장 경쟁력을 키워줘야
그러나 이런 행위들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원시는 수원역사의 AK백화점을 비롯해 역세권 상권을 조성한다며 롯데쇼핑물 등을 허가를 내줬다. 거기다가 호매실 등에는 대형매장인 홈플러스 등이 속속 입점을 위한 공사에 착수를 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과연 기존의 상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찌보면 시가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상 선포식'(지난 2월 29일 진행) 등을 하고 재래상권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이곳에 있는 상인들은 그리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러한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 팔달문시장선비들의 장사치들이 운영한 팔달문 시장. 삽화 ⓒ 팔달문시장
일부 의원들은 대형마트 등의 영업에 관련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쉬는 날을 제정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된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집집마다 대형 냉장고 등을 갖추고 있는 요새 하루 정도 대형마트 등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상권이 재래시장으로 옮겨지진 않는다.
결국 근본적으로 재래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이산 정조의 꿈은 220년이 흐른 지금 끝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켜져야 할 것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유상 선포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유상들이 옛 선조들의 당당함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