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입학식장이 울음바다 된 까닭은?
5일, 규슈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 입학식장
▲ 입학식장에서 인사말 하고 있는 박지나 학생 ⓒ 주영덕
5일 재일 조선학교인 일본 내 규슈조선중고급학교(우리학교) 고급부 입학식장. 이날 즐거워야 할 입학식이 한 학생의 인사말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전 10시 일본 후쿠오카 현 규슈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 입학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학교 고급부에 입학한 박지나 학생이 대표로 참석자들에게 인사했다.
▲ 박지나 학생 인사말 ⓒ 주영덕
이 학생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중급부 시절은 동무들과 함께 학과학습과 소년단조직생활, 소조활동에 힘을 바친 3년간이었다"며 "즐겁고 보람찬 나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립 고교(일본 학교)에 합격했지만 우리 민족학교의 좋은 점을 많이 알고 긍지로 여기고 있다"며 "많은 고민 끝에 자기의사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불안도 많지만 고급부와 동창생 30명이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자"고 제의했다.
입학생 대표의 인사말을 듣던 참석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조선인학교와 학생에 대한 차별을 겪어온 이들이 고급부 진학에 앞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해왔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이날 고급부에 진학한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겪었던 동병상련의 아픔이기도 했다.
눈물의 입학식... 일본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 극심
▲ 규슈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과 교사 학부모 기념사진 ⓒ 주영덕
1945년 해방이 됐지만 당시 70만 명의 재일동포가 한으로 돌아올 기회를 놓쳤다. 이들은 자신들이 돌아갈 고향이 '통일된 조국'이라고 생각하고 일본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자비로 버려진 땅에 터를 잡아 우리학교를 세웠다.
하지만 이들은 일본 국적이 아닌 맥아더 군정시기에 통칭됐던 '조선적'이라는 난민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무국적자 상태로 살아 왔다. 일본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차별은 극심했고, 일본 우익단체들은 우리학교 여학생들의 치마저고리를 찢는 등 수시로 폭력을 가하고 있다. 현재 조선학교 구성원의 60%는 대한민국 국적이며, 20%는 일본 국적, 나머지 20%는 '조선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입학식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박지나 학생 본인도 울고 내 딸도 울고, 딸의 친구들도 울고, 나도 울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며 "서로 안타까운 심정에 울고 또 울었다"고 말했다.
박지나 학생은 "고급부 3년간, 몸과 마음을 튼튼히 키워 동포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우리학교는 일본 우익세력과 일본정부의 차별정책으로 540여 개에서 현재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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