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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부인 내사' 하명한 '비선조직' 있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지원관실 중복 내사... 비선조직에 의한 하명?

등록|2012.04.06 20:08 수정|2012.04.07 09:26

▲ 지난 2008년 9월 25일 작성된 '남경필 의원 사찰 결과 보고서'의 일부 ⓒ 오마이뉴스


'정치인 사찰 논란'을 일으켰던 남경필 현 새누리당 의원과 그의 부인에 관한 내사가 비선조직의 하명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들에 따르면, 남 의원과 관련된 내사는 'BH 하명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1팀 현재 추진중인 업무현황'이나 '2009.1 현재 진행중인 미션 내역',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등의 문건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런데 지원관실 '공직1팀'이 지난 2008년 9월 25일 작성한 '남○○ 관련 내사건 보고'라는 문건에는 "민정2, 국정원, 대검정보분석팀에서 남○○ 내사 관련"이라고 적시돼 있다. 점검1팀에 근무했던 한 조사관도 지난 2010년 검찰조사에서 "(남 의원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정아무개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민정2비서관실, 국정원, 대검 범죄정보분석팀에서 물어봐서 귀찮다고 하면서 더 이상 이 사건에 관여되는 것을 싫어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과 국정원, 대검 정보분석팀에서 부인의 보석 밀반입 지원 등 남 의원과 관련된 의혹들을 은밀하게 내사했음을 보여준다.

지원관실과 민정비서관실이 왜 중복해서 내사?

▲ KBS 새노조가 <리셋KBS뉴스9>를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3년간 작성한 사찰 보고서2619건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BH하명'이라고 적힌 불법사찰 문건을 가리키며 "불법 사찰은 전임 정권에서 일한 사람의 약점을 잡고 충성맹세를 시킬지, 퇴출시킬지를 활용하기 위해 2종류로 분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비선조직 하명에 의한 내사' 의혹은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과 지원관실이 동시에 내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보고체제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원관실에 '하명'하고, 하명받은 지원관실은 진행과정과 결과 등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해야 한다.

지원관실 문건들은 모두 남 의원 관련 내사를 'BH 하명사건'으로 적시해놓고 있다. 여기서 'BH'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가리킨다. 최영호 전 조사관은 지난 2010년 8월 검찰조사에서 "'BH 하명'이라는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받은 하명사건을 뜻한다"고 진술했다.

최 전 조사관의 진술대로 남 의원 관련 내사가 'BH 하명사건'이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별도로 내사를 벌일 이유가 없다. 지원관실에 하명했으면 결과만 보고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공직1팀의 '남○○ 관련 내사건 보고' 문건은 지원관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중복해서 남 의원을 내사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원관실에 남 의원 관련 내사를 하명한 'BH'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닌 다른 곳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도 이러한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8월 김화기 전 조사관을 조사하던 한 검사는 "(공직1팀의 '남○○ 관련 내사건 보고' 문건에 의하면)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이 별도로 이와 같은 일(남 의원 관련 내사)를 했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추궁했다.

"그런데 최영호(조사관)가 작성한 자료에는 사건의 단서가 'BH 하명'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BH'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진술인은 청와대 하명사건이라면 민정수석실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민정수석실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하명한 곳은 어디인가?"

하지만 김화기 전 조사관은 "꼭 그렇지는 않다"며 "어떤 사안을 크로스 체크하니까 그것만 가지고 민정수석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남경필 의원 내사 하명한 '비선조직' 있나?

▲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 22일 부인에 대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조직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검찰은 누구 지시에 의해 이런 불법사찰이 벌어졌는지, 얼마나 광범위하게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지원관실에서 처리한 사건들은 크게 '하명사건'과 '인지사건'으로 나뉜다. 여기서 하명사건이란 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하명받은 사건을 가리킨다. 직제상 지원관실의 보고라인이 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원관실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중복해서 남 의원과 그의 부인을 내사했다는 것은 이러한 정상적인 보고체제가 무너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앞서 언급한 검사의 지적처럼 남 의원 관련 내사를 하명한 '비선조직'이 있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몸통'인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목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지원관실의 설치와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그런 유착관계 때문에 지원관실에 민간인 사찰, 공직자 감찰 등과 관련된 자료를 파기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다른 검사는 지난 2010년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을 조사할 당시 "지원관실과 업무상 연관이 없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을 피의자(진경락 전 과장)가 62회나 방문했다는 것은 지원관실이 고용노사비서관으로부터 하명사건을 받아오고, 그 사건의 진행상황과 처리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지원관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중복 내사 사실을 보여준 문건은 '공직1팀'에서 작성했다. '공직1팀'은 민간인 사찰의 핵심부서로 알려진 '점검1팀'이고, 점검1팀은 이영호 전 비서관의 '직할조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 의원 관련 내사건을 김화기 전 조사관에게 배당한 이는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이었다. 김 전 팀장은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에 개입한 이영호 전 비서관, 최종석 전 행정관과 같은 경북 포항출신이다. 그런 인적 구성으로 인해 하명의 배후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맥인 '영포라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김 전 팀장은 검찰조사에서 "김화기 전 조사관이 스스로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 남 의원 관련 사건을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이런 사찰이 정권 차원이 아니라 영포라인이라는 사적인 네트워크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영포라인)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 저와 정두언·정태근 의원의 뒤를 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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