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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줄 아는 그들의 농구, 이제 시작이다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안양 KGC

등록|2012.04.07 15:02 수정|2012.04.07 15:02
지난 2009 시즌부터 이번 2011-2012 정규시즌까지 이상범 감독의 안양 KGC는 강동희 감독의 원주 동부에 3승 15패로 약했다. 앞선 2년 동안은 리빌딩을 하는 과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리빌딩을 이룩한 이번 시즌에도 1승 5패로 동부에게 크게 약했던 KGC. 최근 3년간 정규시즌 18번의 맞대결에서 KGC는 겨우 3번 밖에 동부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 동부는 역대 최강팀이라 불렸기에,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농구팬들은 동부의 통합우승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KGC는 이번 챔피언결정전 6번의 맞대결 동안 4번의 승리를 가져가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3번의 정규시즌 동안 동부를 상대로 거둔 승수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거둔 승리가 더 많았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은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완전히 다른 팀으로의 리빌딩을 시도했던 KGC 이상범 감독. 그가 원했던 멤버 구성을 이룬 것은 이번 시즌이었고, 바로 그 시즌에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안양 KGC ⓒ KBL


KGC 현재 멤버는 분명 초호화 멤버라 볼 수 있다. 김태술, 박찬희, 양희종, 김성철, 오세근 등 주전급 선수들 대부분이 국가대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 값에서 다른 그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당연했던 것이라 여길 수는 없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초호화멤버를 구성한 팀은 보통 그에 걸맞은 성적을 기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팀의 공통점은 선수들이 팀이 아닌, 개인으로 뛴다는 것이었다.

KGC 역시 시즌 중반까지 팀보다는 개인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불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위기 속에서 이상범 감독은 선수와의 면담을 통해 팀을 하나로 묶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가 된 KGC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 부족을 드러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경험이 쌓인 KGC 선수단은 역대 최강팀인 동부를 넘어섰다. 동부가 못했다기보다는, KGC가 너무 잘했던 챔피언결정전이었다.

▲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이상범 감독 ⓒ KBL


특히 이들은 즐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지 보여줬다. 시리즈 내내 KGC 선수들은 함께 웃고 환호했다. 노련미로 뭉친 동부 선수들도, 역대 최강이라 불린 동부 선수단도, KGC 선수들의 즐기는 농구를 넘어서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KGC가 정말 무서운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상범 감독도, KGC 구단과 선수들도 리빌딩 완성 첫 시즌부터 이런 좋은 성적을 남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시즌은 이 젊은 선수단을 하나로 뭉쳐 나가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부터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낸 KGC. 다음 시즌 주전급 선수들 중 전력에서 제외되는 선수는 상무에 가게 된 박찬희뿐이다. 은희석을 비롯한 식스맨이 대거 FA가 되지만, 이번 시즌 전력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는 다음 시즌의 KGC다.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농구의 메카로 자리 잡은 안양. 2009년 안양 KT&G (現 KGC) 감독 부임 이후 3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둔 이상범 감독.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룬 안양 KGC 구단. 그리고 하나로 뭉친 초호화멤버 선수단. 진정 즐길 줄 아는 그들의 농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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