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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걸린 서류 접수에 3년 세월과 스물두 명 목숨이..."

9일 쌍용차 노동자, 청와대에 면담요청서 접수

등록|2012.04.10 13:42 수정|2012.04.10 13:42

면담 요청서를 들고 있는 문기주 쌍용차 지회장문기주 쌍용차 지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서류를 들고 잇다. ⓒ 이명옥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하고 노사합의를 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사 합의된 내용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적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스물두 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불법적으로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이명박 정부가 알아보시라고 면담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4월 21일 전국에서 수만의 노동자들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모입니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이명박 대통령이 꼭 그 자리에 나와주길 바랍니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닷새째 길거리 잠을 자며 분향 객을 맞이하고 있는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이 9일 청와대 앞에서 면담요청서를 들고 한 말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22번째 죽음 이후 23번째 죽음은 막아야 한다며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린 것은 지난 5일이었다. 경찰의 제지로 길바닥에 작은 현수막 한 장을 펼치고 얼굴 없는 영정을 놓고 고인을 추모하려 했지만 경찰은 분향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씩이나 영정을 찢고 현수막을 탈취했다.

종교계와 시민들이 분향소를 지켜주자며 연대해 겨우 분향소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수시로 침탈과 폭력이 이어졌다. 9일 문기주 지회장은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하겠느냐.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느냐.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상복을 벗고 서류를 접수하러 가는 문기주 지회장'상복을 벗어야 통행을 허락하겠다는 제안에 상복을 벗고 면담요청서를 접수하려는 문기주 쌍용차 지회장 ⓒ 이명옥



상주로서 상복을 입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상복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화장실을 가거나 움직일 때마다 상복을 벗으라고 강요했다. 9일 청와대에 민원서류를 접수하러 갔을 때 앞길을 막아선 경찰은 길을 막은 데 대해 '상복을 입어서 안 된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문 지회장이 그러면 상복을 벗고 가겠다고 하자 서너 시간이 지난 후에 마지못해 통행을 허락했다.

문 지회장은 면담요청서를 접수하러 다녀와서 "민원서류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접수함에 넣으면 되는 것이더라. 서류함에 접수하는 데 꼭 15초 걸렸다. 15초 걸리는 민원서류 한 장 접수하는 데 3년의 세월과 22명의 목숨 값이 들었다. 그 서류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나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꼭 전달돼서 마지막 남은 임기에 옳은 일 한번 하는 뜻으로라도 4월 21일 4차 희망텐트가 열리는 평택에 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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