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민간인 학살지 훼손... 도대체 왜?
[주장] '찢기고 찌그러진' 강화지역 민간인 희생사건 기록... 조속히 수습되길
▲ 강화학살지 안내판 ⓒ 서영선 제공
2008년 7월 8일, 진실화해위원회(진실위)는 강화(강화도·석모도·주문도)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을 진실규명했다. 이 사건은 1951년 1.4 후퇴 당시 430여 명 이상의 이 지역 민간인들이 강화향토방위특공대(강화특공대)에 의해 집단 학살된 것을 일컫는다. 이 집단 학살은 강화군 12개 면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졌고, 강화특공대가 한국전쟁 기간 중 북한점령 시기의 이른바 '부역자' '부역혐의자' 등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학살한 비극적 사건이다.
2008년 진실위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원이 확인된 139명의 희생자 중 부역혐의자 가족이 83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피신귀향자가 9명으로 6.4%, 부역혐의로 이미 사법상 처벌을 받은 특사령 출소자는 8명으로 전체 5.8%를 차지했다. 또, 여성은 42명으로 전체 30%를 차지하고 있고, 10대 미만 희생자도 14명으로 전체 희생자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12개 면 중 삼산면 매음리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7가족 53명이 학살됐다.
진실위는 당시 조사를 통해 가해자가 강화특공대라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당시 경기도 경찰국장의 부역자 처리와 관련된 지침에 따라 1951년 1.4 후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화경찰서장 등으로부터 가해 관련 지시와 함께 무기를 지원받았다. 경찰서 등의 묵인·방조 하에 민간인을 살상한 것이다. 강화특공대는 1951년 1.4 후퇴 이후에도 한국군과 미군으로부터 무기 등을 지원받고, 그들의 묵인·방조 하에 민간인을 계속 학살했다. 강화특공대의 민간인 살해행위는 전시에 군경이 후퇴한 치안공백 상태에서 향토방위를 목적으로 행해졌다 하더라도 명백한 위법행위다.
진실위 "강화 민간인 학살... 국가도 잘못"
▲ 훼손되기 전 유해매장 안내문. 안내문에는 "이 장소는 1951년 한국전쟁 시기에 발생한 강화지역 집단학살 유해매장 추정지이므로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2009년 3월 작성). ⓒ 강화·강신천 제공
2008년 진실규명 당시 진실위는 "강화(강화도·석모도·주문도)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직접적 지휘책임은 관할 경찰과 군에 있지만 궁극적 책임은 전시 사회혼란기에 군경과 강화특공대의 폭력행사를 통제·감독하지 못한 국가에 귀속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009년 3월 진실위와 강화군청은 억울하게 국가폭력의 의해 희생된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위해 '강화도 민간인 집단학살 희생지'라는 유해매장 안내문을 학살 현장에 세웠다. 안내문에는 '이 장소는 1951년 한국전쟁 시기에 발생한 강화지역 집단학살 유해매장 추정지이므로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은 국민의 정부 시절 전까지 말 못 할 고통과 수모를 겪으며 살아왔다. '반공'이 국가종교화 된 권위주의 독재정권 아래서 이들은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 하지도 못하고 '빨갱이 자식'이라는 낙인으로 울분과 비애의 세월을 살 수밖에 없었다.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은 취직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자녀들 역시 혼인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훼손된 안내문... 강화군청 "복구할 계획"
▲ 훼손된 유해매장 안내문. 화살표 한 부분에서 안내문이 찢겼다는 것을, 아래 동그라미 친 부분에서 도구로 안내문을 찌그러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강화·강신천 제공
지난 6일 강화양민학살 희생자 유족회 서영선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관련기사 보기). 그는 "3월 말 강화도 민간인 집단학살 희생지를 방문했는데, 진실위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 놓은 유해매장 안내문이 심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사진을 보니, 유해매장 안내문은 철제로 제막한 튼튼한 구조물임에도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누군가 안내문을 감싼 파란 시트지를 뜯어내고 뭔가로 긁어낸 흔적이 보였다. 철제 기둥도 도구를 사용해 찌그러트린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위가 해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부서나 강화군청이 훼손된 유해매장 안내문을 즉각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해매장 안내문의 훼손은 역사와 기록의 훼손이다. 강화양민학살 희생자 유족회 서영선 회장은 "정부기구인 진실위와 강화군청이 세운 시설을 일부 세력이 훼손한 것은 곧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그 가족의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는 비인도적 행위는 이 땅에서 결단코 없어져야 한다.
유해매장 안내문 훼손에 관련해 강화군청 아무개 과장은 "상황을 파악하고 유족들과 협의해 훼손된 안내문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불미스러운 강화집단 학살지 안내문 훼손사태가 조속하게 수습되길 바란다.
[기자회견] "새누리당 공약에 과거청산 내용 없다" |
▲ 지난 9일 집회 현장 ⓒ 유가협 지난 9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연합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재경유족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 연대회의, 의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공동으로 '과거청산왜곡·부정하는 새누리당 규탄기자회견'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열었다. 이날 유족들이 발표한 성명서 일부를 옮겼다. "우리 한국전쟁 전후 피학살자 유족들은 지난 60여 년의 세월을 눈물로 보내왔다. 전쟁을 빌미로 무참히 학살당하신 우리의 조부모형제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참극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독재정권이었다. 연좌제의 이름 아래 정보기관과 경찰은 우리 유족들의 삶 하나하나에 끼어들었다. 직업을 갖는 것도 방해했고, 심지어 가정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진실화해위원회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다는 것은, 발굴하다 만 유골들이 여전히 방치돼 있으며 유골을 안장하고 싶어도 관련 법률의 미비나 단체장 사이의 의견 차이로 인해 추진이 안 되는 현재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우리의 조부모형제를 학살한 최고 책임자 이승만은 미화됐고,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숱한 의문사를 만들어낸 박정희의 기념관은 건립됐다. 우리는 독재자를 추종하는 이들로부터 사과의 말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 우리는 지난 3월 29일 유족들의 당면 과제에 대해 새누리당에 질의했으며,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응대하고 있다. 우리는 새누리당의 정책공약에서 과거청산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 이로보아 우리는 새누리당이 지난 잘못에 대해 전혀 성찰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재집권할 경우 또 다시 잔인한 국가 폭력이 다시 벌어질까 심각히 우려하며 우리의 결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과거청산 가로막는 새누리당은 즉각 사죄하라! 과거청산 외면하는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전국 유족 단결했다, 새누리당 각오하라!" 2012년 4월 9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연합회 /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재경유족회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 / 의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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