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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 부추겼던 <조선> "정책선거 실종"

"한미 FTA·해군기지, 총선으로 결판내자!" 해놓고, 정책 사라져 비판

등록|2012.04.11 11:13 수정|2012.04.11 11:13
"이번 총선에선 제대로 된 정책 이슈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상대방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공방만 난무했다. 지난 2~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폐기 주장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논란이 일어났지만, 정책 이슈라기보다는 이념 논쟁의 성격이 강했다. 불법 민간인 사찰 논란과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이 터지면서 정책대결은 완전히 실종됐다."

<조선>11일 자 5면 '정당·정책·인물 다 어디로… 희한한 3無 선거' 기사 한 토막입니다.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이 터져 정책대결이 완전히 실종됐다며 타박하는 <조선> 역시 1등 신문답습니다. 얼굴이 철판을 깔지 않았다면 정책대결이 실종됐다고 비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는 7일 자 신문 1면 머리기사로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는 제목에 "인터넷 방송 <나꼼수> 출신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며 김 후보가 기독교 모독 발언을 한 것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사진도 대문짝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은 이 날짜 신문을 인천지역 곳곳에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 보도로 확인되었습니다. 김 후보 발언을 집중하여 보도해놓고 이제 와서 정책선거가 실종됐다고 타박하는 <조선> 역시 '1등 신문'입니다.

과연 <조선>이 이런 기사를 쓸 자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3월 30일 자 김대중 고문은 '한미 FTA·해군기지, 총선으로 결판내자!'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총선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의사를 표시하는 '국민투표 격(格)' 행사가 됐으면 한다. 서로들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번 붙어보라는 것이다. 한미 FTA 같은 국가적 과제를 서울 강남을 한 선거구의 결과만을 가지고 이겼다거나 졌다거나 입씨름하지 말고, 이를 전국화하자는 것이다."

김대중 고문이 <조선>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런데 김 고문이 직접 나서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전국화하자고 촉구했습니다. 불과 열흘 전에 자신들이 총선 이슈로 부각하자고 주장해 놓고 이제와서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이념만 난무했다고 타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정당의 색채가 퇴색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총선 올인해라"면서 '대권주자만 부각'

▲ 정치 혐오감을 부추겼던 조선일보, 이제와서 정책은 실종됐다고 타박하고 있다. ⓒ 조선닷컴



김 고문은 지난해 12월 13일 '박근혜, 마음을 비울 때'에서 "대권주자로 남아있는 한 정치적 함정과 모략, 반대를 위한 반대 피할 수 없다"면서 "보수우파 정치 구하기 위해 '대통령의 꿈'까지 포기하고 총선 올인하면 살아날 길 있다"며 박근혜는 총선에 다 걸기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에게 총선에 다걸기하라고 대놓고 칼럼을 썼던 것이 불과 넉 달 전입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대선주자들만 부각되었다고 타박합니다. '대권주자' 박근혜를 강조한 것은 <조선>입니다. 자신은 대권주자 박근혜에게 총선에 올인하라고 하면서 누구를 탓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정책대결 실종이라고 타박할 자격이 없는 사설 하나가 있습니다. 10일 자 '국민이 달라져야 저질 선거판 바꿀 수 있다' 사설입니다. 사설은 "우리 정당들이 국민에게 나라를 이끌고 가려 하는 아무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불량 저질 후보들을 공천하고, 그러고도 표를 주지 않으면 나라가 잘못된다고 협박까지 하는 것은 한마디로 유권자를 우습게 안다는 뜻"이라며 "우리 정당이 아직 이런 수준이라면 국민도 대의정치 정신에 맞춰 선거 때 먼저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대놓고 선거하지 말라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조선>이야 말로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은 고상하고, 옳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1등신문 <조선>. 누가 말했지요. <조선> 잡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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