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거론한 홍준표, 민병두에게 잡혔네
[현장 - 서울 동대문을] 민 후보 여유있게 승리... 홍준표 "30년 공직 마감"
▲ 동대문을에서 승리한 민병두 당선인 ⓒ 김혜란
민병두가 '대어' 홍준표를 낚았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는 1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52.9%의 득표율을 기록해 4선 현역 의원인 홍준표 후보(44.5%)를 제압했다.
반면, 민병두 후보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일찌감치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1일 오후 8시 30분께 "승리를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막상 이기니 별거 아니라는 허망함과 같은 게 든다"고 여유(?)있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승리의 원인에 대해 "주민들과 일체감을 이뤘고, 4년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 주민과 만나면서 동고동락했다"며 "4년 후에 오로지 내 힘으로 홍 후보를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맞춤형 전략을 구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 당선인은 "홍 후보가 TV에 나올 때, 나는 주민들에게 직접 얼굴을 보여줬다"며 "'이런 사람이면 열심히 주민들을 섬기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신뢰감을 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4년을 회고하며 "4년 동안 정치인으로서 한계를 넘어서서 열심히 했다"며 "정치인으로서 잊혀진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렇게 동네 사람들 속에 묻혀 지냈다"고 말했다.
민 당선인은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이번 선거를 통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주민들의 심판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며 "동대문 주민을 받들어 섬김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 승리를 자축하는 민병두 후보 지지자들. ⓒ 김혜란
이어 그는 "산업화에 20년, 민주화에 20년이 걸린 것처럼,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데 약 20년은 걸릴 것이다"며 "이는 전략이고 과학이다. 다른 의원들과 뜻을 모아 '지혜의 그룹'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 민 당선인은 "정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민 당선인은 오후 9시 10분께, 선거사무실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직접 인사를 했다. 약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민병두!"를 연호하며 갈채를 보냈다. 또 꽃다발을 민 후보에게 전달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민 당선인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답십리 주민 김동하(27)씨는 "새로운 사람이 당선했으니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농동 사거리에서 만난 박아무개(56)씨는 "(홍 후보 낙선으로) 아쉽고 마음이 무겁다"며 "이왕 민병두가 승리했으니 공약 잘 지키고 열심히 서민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동대문을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냈다. 그는 유세 기간 동안 "이번에 승리하면 갈 곳은 대통령 선거밖에 없다"며 '동대문이 만든 큰 인물'을 적극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총선에서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 15일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장안동 일대를 돌며 점포 안의 유권자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 안홍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