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까지 깎은 강기갑... 이것 때문에 졌다
[분석] 사천·남해·하동에서 여상규 승리... 소지역주의가 큰 영향
4.11총선 결과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가 나머지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반면 3선에 도전한 통합진보당 강기갑 후보와 무소속 이방호 후보는 비슷한 득표율을 보이며 낙선했다. 선거에 영향을 준 주요 쟁점과 지역별 투표 성향을 분석해 본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일어난 사천선거구와 남해·하동선거구의 '통합'이었다. 이전까지 사천에서는 강기갑 현역의원과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후보 간의 2파전, 혹은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을 때 무소속 출마를 가정한 '3파전'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선거구 통합으로 선거구도가 매우 복잡해졌다. 사천에선 새누리당에 무려 8명이 공천을 신청했고, 하동과 남해에서도 각각 1명씩 신청했다.
새누리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3월 7일, 새누리당 공천위원회는 남해·하동선거구 현역 의원인 여상규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여 의원이 남해·하동에서 여론이 괜찮은 반면 사천의 이방호 예비후보는 공천하기가 껄끄러웠다. 또 사천의 나머지 예비후보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사천의 나머지 예비후보들은 단일후보를 내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방호 예비후보만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 도의원, 시의원, 당직자 등과 함께 탈당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선거구가 하나로 묶이면서 유권자는 두 배 늘었고, 면적은 세 배 이상 커졌다. 기존의 조직과 인지도만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애초부터 정책과 공약보다는 '소지역주의'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여상규 후보 측은 여유가 있었다. 하동과 남해는 이미 '선거구 지키기 싸움' 과정에서 주민들이 단단히 묶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특성상 유권자들의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다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었다.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외쳐온 강기갑 후보는 사천과 남해, 하동에서 고른 득표를 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특히 남해의 경우 민주당 소속 김두관 경남지사와 정현태 남해군수가 현역으로 있기에 간접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무소속 이방호 후보는 소지역주의와 온정주의에 크게 기댔다. 그는 인구가 월등히 많은 사천지역 후보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새누리당을 적극 비판했고, 거리에서 시민을 향해 무릎 꿇으면서 동정심을 자극했다.
후보자들의 방송 토론회에서도 정책이나 정치적 철학 차이로 논쟁이 붙기보다는 후보의 신상 문제나 과거 행적 등이 주로 거론됐다. 여상규 후보는 선거구획정 당시 국회 본회의장을 지키지 못한 점, 강기갑 후보는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점, 이방호 후보는 탈당에 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점 등이 약점이었다.
사천시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상규 후보와 맞설 사천의 대표 주자가 누구일까에 관심을 뒀다. 여 후보는 남해·하동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이 있었다. 많은 사천시민은 강기갑·이방호 후보 중 지지가 한쪽으로 쏠리면 그 후보를 '여상규 대항마'로 지지할 뜻을 가졌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평소 정치 지향이 크게 달라 타협과 절충을 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사천의 민심을 확실하게 얻지도 못했다.
투표 결과 하동과 남해는 지난 18대와 투표율이 비슷했지만 사천은 크게 올랐다. 선거인 9만1458명 가운데 5만7386명이 투표에 참여해 62.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8대 총선 투표율 57.6%에 비하면 5.1%p 높은 것이다. 남해는 67.0%(2만8445명), 하동은 71.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결과 여상규 후보를 향한 하동과 남해 유권자들의 결집력은 대단했다. 먼저 하동의 경우 유효투표 3만792표 가운데 2만4759표가 여 후보를 택했다. 득표율은 80.41%였다. 강기갑 후보는 15.64%(4815표), 이방호 후보는 2.94%(905표)에 그쳤다.
남해에서는 유효투표 2만7666표 가운데 1만8601표인 67.23%가 여 후보를 택했고, 강 후보 24.49%(6776표), 이 후보 7.27%(2012표)로 뒤를 이었다.
하동과 남해에서 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데 비해 사천에서는 세 후보에게 표를 골고루 나눠줬다. 그 중 가장 많이 득표한 쪽은 이 후보. 전체 5만6513표 가운데 2만5334표를 얻어 44.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어 강 후보가 28.42%(1만6062표), 여 후보가 25.62%(1만4480표)를 얻었다.
하동, 남해와 달리 사천의 표심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평소 선거 때마다 옛 사천과 삼천포 두 지역의 표심이 엇갈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 후보는 동지역(삼천포)에서 60.48%라는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 읍·면지역에서는 31.51%에 그쳤다. 반대로 강 후보는 읍·면지역에서 35.51%로 후보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동지역에서는 20.02%로 크게 밀렸다. 동지역에서 이 후보의 아성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여 후보는 읍·면지역에서 31.44%를 득표해 선전했다. 하지만 동지역에서는 18.99%에 그쳤다. 그럼에도 사천 곤명면에서 42.37%를 얻어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결국 제19대 총선에서는 하동과 남해 유권자들이 지역적으로 똘똘 뭉쳐 여상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시킨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른바 '소지역주의'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기본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성향인데다 여 당선자가 평소 지역구 관리를 잘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천지역 유권자들은 강기갑-이방호 두 후보가 팽팽히 경쟁하자, 두 후보 모두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여 후보를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여 후보는 사천에서도 넷 중 한 명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선거에서 압승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일어난 사천선거구와 남해·하동선거구의 '통합'이었다. 이전까지 사천에서는 강기갑 현역의원과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후보 간의 2파전, 혹은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을 때 무소속 출마를 가정한 '3파전'이 예상됐었다.
▲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넉넉히 따돌리고 당선했다. ⓒ 뉴스사천
새누리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3월 7일, 새누리당 공천위원회는 남해·하동선거구 현역 의원인 여상규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여 의원이 남해·하동에서 여론이 괜찮은 반면 사천의 이방호 예비후보는 공천하기가 껄끄러웠다. 또 사천의 나머지 예비후보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사천의 나머지 예비후보들은 단일후보를 내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방호 예비후보만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 도의원, 시의원, 당직자 등과 함께 탈당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선거구가 하나로 묶이면서 유권자는 두 배 늘었고, 면적은 세 배 이상 커졌다. 기존의 조직과 인지도만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애초부터 정책과 공약보다는 '소지역주의'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여상규 후보 측은 여유가 있었다. 하동과 남해는 이미 '선거구 지키기 싸움' 과정에서 주민들이 단단히 묶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특성상 유권자들의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다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었다.
▲ 여상규 새누리당 후보는 남해와 하동에서 압도적 우위를, 이방호 무소속 후보는 사천 동지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는 사천, 남해, 하동에서 고른 득표를 했다. ⓒ 뉴스사천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외쳐온 강기갑 후보는 사천과 남해, 하동에서 고른 득표를 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특히 남해의 경우 민주당 소속 김두관 경남지사와 정현태 남해군수가 현역으로 있기에 간접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무소속 이방호 후보는 소지역주의와 온정주의에 크게 기댔다. 그는 인구가 월등히 많은 사천지역 후보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새누리당을 적극 비판했고, 거리에서 시민을 향해 무릎 꿇으면서 동정심을 자극했다.
후보자들의 방송 토론회에서도 정책이나 정치적 철학 차이로 논쟁이 붙기보다는 후보의 신상 문제나 과거 행적 등이 주로 거론됐다. 여상규 후보는 선거구획정 당시 국회 본회의장을 지키지 못한 점, 강기갑 후보는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점, 이방호 후보는 탈당에 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점 등이 약점이었다.
사천시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상규 후보와 맞설 사천의 대표 주자가 누구일까에 관심을 뒀다. 여 후보는 남해·하동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이 있었다. 많은 사천시민은 강기갑·이방호 후보 중 지지가 한쪽으로 쏠리면 그 후보를 '여상규 대항마'로 지지할 뜻을 가졌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평소 정치 지향이 크게 달라 타협과 절충을 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사천의 민심을 확실하게 얻지도 못했다.
▲ 이번 선거에서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지역' 바람이 크게 불었다. 사진은 <뉴스사천>이 서경방송과 남해신문, 하동신문과 함께 개최한 후보자 토론회 모습. ⓒ 뉴스사천
투표 결과 하동과 남해는 지난 18대와 투표율이 비슷했지만 사천은 크게 올랐다. 선거인 9만1458명 가운데 5만7386명이 투표에 참여해 62.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8대 총선 투표율 57.6%에 비하면 5.1%p 높은 것이다. 남해는 67.0%(2만8445명), 하동은 71.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결과 여상규 후보를 향한 하동과 남해 유권자들의 결집력은 대단했다. 먼저 하동의 경우 유효투표 3만792표 가운데 2만4759표가 여 후보를 택했다. 득표율은 80.41%였다. 강기갑 후보는 15.64%(4815표), 이방호 후보는 2.94%(905표)에 그쳤다.
남해에서는 유효투표 2만7666표 가운데 1만8601표인 67.23%가 여 후보를 택했고, 강 후보 24.49%(6776표), 이 후보 7.27%(2012표)로 뒤를 이었다.
▲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개표 결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하동과 남해에서 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데 비해 사천에서는 세 후보에게 표를 골고루 나눠줬다. 그 중 가장 많이 득표한 쪽은 이 후보. 전체 5만6513표 가운데 2만5334표를 얻어 44.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어 강 후보가 28.42%(1만6062표), 여 후보가 25.62%(1만4480표)를 얻었다.
하동, 남해와 달리 사천의 표심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평소 선거 때마다 옛 사천과 삼천포 두 지역의 표심이 엇갈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 후보는 동지역(삼천포)에서 60.48%라는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 읍·면지역에서는 31.51%에 그쳤다. 반대로 강 후보는 읍·면지역에서 35.51%로 후보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동지역에서는 20.02%로 크게 밀렸다. 동지역에서 이 후보의 아성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여 후보는 읍·면지역에서 31.44%를 득표해 선전했다. 하지만 동지역에서는 18.99%에 그쳤다. 그럼에도 사천 곤명면에서 42.37%를 얻어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 새누리당 여상규 당선자가 사천 선관위에게 당선증을 받는 모습. ⓒ 뉴스사천
결국 제19대 총선에서는 하동과 남해 유권자들이 지역적으로 똘똘 뭉쳐 여상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시킨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른바 '소지역주의'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기본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성향인데다 여 당선자가 평소 지역구 관리를 잘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천지역 유권자들은 강기갑-이방호 두 후보가 팽팽히 경쟁하자, 두 후보 모두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여 후보를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여 후보는 사천에서도 넷 중 한 명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선거에서 압승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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