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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와 바르샤가 '축구부'

[참관기] 막둥이 공개수업에 다녀왔습니다

등록|2012.04.15 10:40 수정|2012.04.15 10:40

▲ 아빠가 학과공부에 참관하자 막둥이는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 김동수


"아빠 오늘 학교 올 수 있어요?"
"아빠가 왜 학교에 가야하는데?"
"오늘 공개수업 하는 날이잖아요."

"아빠는 몰랐다. 가기 힘들 것 같다. 아침에 그런 말 하면 어떻게 하니. 엄마가 가시면 되잖아."
"아빠가 오면 좋겠어요."


엄마보다 아빠가 학교 오면 더 좋아요

지난 금요일(12일) 막둥이는 집을 나서면서 오늘 학교에 올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엄마보다 아빠가 오기를 더 바라는 막둥이에게 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자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 갔습니다. 그렇게 보내놓고 나니 마음 한켠이 아팠습니다. 엄마보다 아빠가 오면 더 좋다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중2인 큰 아이와 중1인 딸 아이 때부터 공개수업이 있는 날엔 꼬박꼬박 갔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엄마와 아빠가 올 줄 알았고, 아내와 저도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가다 보니 조금은 식상했고, 모든 부모님들이 참관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올해 한 번쯤은 빠져볼까 했는데 막둥이 소원을 내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와 함께 학교로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아빠를 보자 막둥이 얼굴은 함박웃음이었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 친구들과 신문을 작성기 전 토론을 하면서 좋아라 한다 ⓒ 김동수


막둥이 반이 공부할 내용은 '신문 만들기'였습니다. 함께 만드는 아이들 중 하나가 집에 자주 오는 친구였습니다. 아침마다 집 앞에서 "체헌아 학교 가자"는 아이입니다. 키도 둘다 작습니다. 기사 내용이 무엇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지난 3일 <체헌일보> 기자가 되어 "한 표가 우리나라를 이끌어갑니다"라는 칼럼까지 썼기 때문에 멋진 기사 하나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맨유와 바르샤가 '축구부'?

그런데 기사 제목이 조금 황당했습니다. '유명한 축구부'였습니다. 방과후 학습으로 축구부에 몇 년 활동했고, 방학 때마다 축구부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기 학교 축구부를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였습니다.

▲ 맨유와 바로셀로나를 '축구부'로 생각한 막둥이 ⓒ 김동수


"김 막둥 맨유와 바르샤가 '축구부'라고?"
"응."
"맨유와 바르샤는 축구부가 아니라 클럽이야."

"축구부와 클럽이 무슨 차이에요."
"응… 축구부는 학교 같은 곳에서 쓰는 말이지. 맨유와 바르샤 같은 팀에 쓰는 말은 아냐. 아빠도 잘 모르겠네. 그럼 나중에 네가 무엇이 다른지 신문기자인 네가 취재하면 되겠네."

▲ 맨유와 바로셀로나에는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면서 두 팀과 다른 팀도 응원해 달라고 합니다 ⓒ 김동수


축구부와 클럽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네가 나중에 취재하라는 아빠의 궁색한 변명이었습니다. 그럼 막둥이가 두 팀을 취재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맨체스트터 유나이트와 바로셀로나는 유명한 축구부다. 그래서 유명한 축구 선수가 많다. 장년(작년)에 맨체스터유나이트VS 바로셀로나가 축구를 했다. 바로셀로나가 3:1로 이겼다. 이 경기는 결승전이었다. 2012년에도 이 두팀을 많이 응원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팀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지난해 5월 29일 두 팀 간 결승전에서 바르샤는 전반 27분 페드로 선취골, 후반 메시 추가골에 이어 후반 24분 비야 골로 전반 33분 루니가 넣은 골에 머문 맨유를 3:1로 이겼습니다. 당시 경기를 막둥이와 함께 봤는데 정말 바르샤는 하늘이 내린 팀이었습니다. 맨유는 바르샤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바르샤 선수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맨유 선수들을 보면서 황당함마저 들었습니다. 막둥이가 이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팀들도 응원해달라는 넓은 마음을 가진 막둥이 앞으로 삶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삼국시대 역사 작품, 정말 놀랐습니다

▲ 교실 한켠에 삼국시대를 정리한 글 모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 김동수


아이들 교실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그 중 눈길을 끈 작품 하나가 있었는 데 삼국시대 역사를 연구해 놓은 작품이었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적은 삼국시대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한 아이 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함께 연구하면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마음을 배웠을 것입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공동체 정신을 알게모르게 배웠을 것입니다.

맨유와 바르샤가 축구부라는 막둥이와 함께 연구하는 아이들 작품을 보면서 공개수업 참관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 말을 들으면 복이 옵니다. 복이 와. 함박웃음 복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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