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요가의 본고장, 리쉬케쉬
[생명누리공동체 인디고여행학교 인도여행기 23] 세계적 음악가 비틀즈가 머물던 곳
▲ 마을 양쪽을 이어주는 현수교 ⓒ 오문수
델리를 떠난 일행이 야간열차를 타고 하리드왈에 도착한 것은 새벽이다. 하리드왈은 목적지인 리쉬케쉬에서 약 40km쯤 떨어진 곳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리드왈 풍경은 여태껏 보았던 인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맑은 강물이 흐르고 시가지의 모습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녹색 나무와 풀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토릭샤를 타고 리쉬케쉬의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해발 356m에 자리 잡은 리쉬케쉬는 히말라야의 관문이자 힌두교 성지다. 구불구불한 강이며 강 건너편 예쁜 집들이 동화 속 마을에 도착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설렌다.
리쉬케쉬가 명성을 얻은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당시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반전, 민권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허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짙은 좌절감 속에서 인간의 내면탐구에 눈을 돌리던 이들에게 인도와 리쉬케쉬는 마음의 평화를 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었다.
▲ 세계적 음악가 비틀즈가 일년간 머물러 유명해졌다는 요가 아쉬람이 '강가' 강 주위에 보인다. 조용하고 아름다워 명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 오문수
▲ '강가' 강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명상에 잠겨 있거나 자연을 관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있다 ⓒ 오문수
특히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영국 출신 팝가수 비틀즈가 1년 동안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명소가 됐다. 실제로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람줄라에서 락시만 줄라까지 가는 도로 위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며 걷고 있다. 행여 명상을 방해할까 인사하기가 조심스럽다. 마을 중심을 흐르는 '강가'에 내려 모래밭을 걸을 때도 커다란 바위 밑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가부좌를 한 채 명상하는 외국인들이 보인다.
갠지스 강의 상류로 깨끗함에 감탄해
갠지스 강은 하류로 흘러가 바라나시를 통과한다. 바라나시를 먼저 본 외국 여행자들은 갠지스 강의 더러움에 고개를 돌리겠지만 리쉬케쉬에서 갠지스강을 본 사람들은 같은 강 지류라는 데 깜짝 놀랄 것이다. 강 이름도 우리말과 똑같은 '강가'라서 혹시 강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리쉬케쉬는 히말라야의 발 뿌리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산 아래 인도 평야와 만나는 첫 번째 도시다.
▲ 원숭이가 많아 먹을걸 들고 다닐땐 조심해야 한다. 잘못 건드리면 큰 곤욕을 치른다고 ⓒ 오문수
▲ 산비탈과 골목길은 좁아서 차가 들어갈 수 없다. 노새는 최적의 운반 수단이다 ⓒ 오문수
넓이 2~3m, 높이 50m 길이 약 5백m 정도 되는 현수교를 건널 때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나 상쾌하다. 피로를 싹 날려 버린다. 리쉬케쉬는 유명세에 비해 유서 깊은 사원이나 유적지가 없지만 주황색 옷을 입은 인도인 수행자인 '사두'를 자주 만난다.
전통 요가는 신과의 합일
요가의 본고장은 인도다. 인도 전설에 따르면 요가의 창시자는 쉬바신으로 쉬바는 인간에게 신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요가를 창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도에서 요가란 '인간이 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뜻한다. 호흡법, 명상법, 신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 체위법을 모두 종합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내면의 신성을 찾는 과정이다.
▲ 요가 체험교실. 안 쓰던 근육을 쓰려니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오문수
▲ 아유르베다 오일 치료. 자연에서 추출한 약초를 섞어서 만든 오일을 머리에 흘린다. 두통, 수면장애, 아토피에 좋다고 한다 ⓒ 오문수
현재 리쉬케쉬에는 100여 개의 요가 아쉬람이 있고 요가 체험 교실도 곳곳에 있어 여행자들이 들른다. 요가 초고수들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세로 수행을 하고 있다. 요가체험에 나선 학생들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자세를 취하느라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리쉬케쉬는 힌두교 성지라 육식은 물론 음주도 금지돼 있다. 단순히 관광하기 위해 리쉬케쉬를 들른 여행자들에게는 음식 문제로 불편할 수도 있다. 심지어 계란이나 마늘, 양파까지도 금기시 하는 식당도 있지만 잘만 찾으면 정말 맛있는 음식점도 있다.
힌두교 종교의식 아르띠 뿌자
아르띠 뿌자는 람줄라의 강가 여신에게 바치는 힌두교 종교의식이다. 해질녘이 되면 아쉬람에는 아르띠 뿌자를 준비하는 악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주황색 옷을 입은 사두가 주문을 외면 하얀색 옷을 사람들이 종을 흔들고, 코브라 모양 향로에 향과 등불을 태워 그 연기를 강가에 날린다.
▲ 길을 걷다 보면 수행자인 사두들이 보인다. ⓒ 오문수
▲ 성스러운 '강가' 강변에서 힌두교 죵교의식인 아르띠 뿌자를 집전하고 있다 ⓒ 오문수
진한 향냄새와 연기가 강물에 비치면서 의식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춤은 계속된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명의 구경꾼 앞에서 진행되는 바라나시의 아르띠 뿌자와 달리 소박하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리쉬케쉬의 풍광을 바라보며 인도의 다양성에 다시금 감탄한 일행은, 명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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