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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나는 시골교회가 희망입니다

[서평] 마을을 섬기는 시골교회

등록|2012.04.17 10:41 수정|2012.04.17 10:41

▲ 뉴스앤조이가 펴낸 <시골교회>. 사람냄새나는 교회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뉴스앤조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대'(大)를 유난히 좋아합니다. 나라 이름부터 '대'한민국입니다. 그리고 다리 이름마저 동작'대'교, 성수'대'교, '반포'대'교, 성산'대'교입니다. 외국에 다리 이름에 'Great(크다)'가 들어간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 교회에도 '대형교회'를 좋아합니다. 예배당을 수십억 원, 수천억 원을 들여 짓습니다.

강남에 있는 한 대형교회(사랑의교회)는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 건축을 하면서 '공공도로'를 가로막고 공사를 하다가 특혜 의혹까지 받았습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청구 심의회는 지난 9일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에 대한 감사 청구를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감사한 결과 특혜가 아니라는 결정이 났지만 이미 한국교회가 권력화되었다는 점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대형교회가 '지성전'(성경에는 없는 개념)을 세웁니다. 지성전이 어렵다면 대형마트와 프렌차이즈에 비유하면 '지점'입니다. 교회가 본점과 지점이 있다는 발상 자체가 성경이 아니라 자본주의 아니 천민자본주의입니다. 그러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어느 대형교회는 지성전이 21개, 다른 대형교회는 7개, 일본에 5개를 둔 교회도 있습니다. 낯부끄러워 교회 이름을 밝히지 못하겠습니다.

큰 대(大)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한국교회도 대형교회를 좋아해

이처럼 부끄러운 교회도 있지만, 하나님 냄새, 사람냄새, 생명이 넘치는 교회도 많습니다. 기독교 인터넷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펴낸 <마을을 섬기는 시골교회>(이하 시골교회) 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올해 4월부터 1년에 4번 분기별로 작은 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첫 작품이 <시골교회>입니다. 제목부터 사람냄새, 생명냄새가 가득합니다.

교회를 자랑하고 싶으면 성공한 교회, 전도 많이 하는 교회, 선교 많이 하는 교회, 사람 많이 모이는 교회를 찾아 전하는 것이 우리 시대 한국교회 상식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이를 거부하고 마을을 섬기는 시골교회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회복지법인 '우양'과 함께 2개월 동안 준비한 다음,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뉴스앤조이> 취재 기자들이 마을을 섬기는 시골교회들을 찾아온 나라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이들이 간 곳은 강원도 홍천부터 전남 보길도까지 17개 교회였습니다. 이들 교회 성도들은 대부분이 5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50명이라면 목회자 생활비도 빠듯합니다. 하지만 이들 교회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서, 노인들을 위해서, 자연을 위해서, 재정 자립을 위해서 여러 모양으로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진짜 생명이 넘치는 교회였습니다.

건강한 교회를 찾아 나선 이들은 숨조차 쉬기 어려운 여름에는 땀을 흘려가며, 섬에 들어가는 날에는 뱃멀리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생각하면 2천 년 전 아기 예수님도 유대 종교 중심이면서 권력의 중심지였던 예루살렘이 아니라 변두리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나셨습니다. <시골교회>는 바로 예수님이 말구유에 나신 참된 이유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전합니다.

돈벌이 남 주는 석천교회, '붉은 교회'일까

▲ 노래부르며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 전남 완도 보길중앙교회 ⓒ 뉴스앤조이


전북 완주 석천교회(안재학 목사)는 돈벌어 남 주는 교회입니다. 닭을 팔아 절반은 남을 위해 씁니다. 애써 농사를 지었는데, 콩을 판 값을 교회 재정으로 쓰지 않고, 모두 외부(지역아동센터, 다문화 가장지원센터)로 보냈습니다. 교인들도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지원센터와 교회는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고, 두 기관 중에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합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교회를 통해 사랑을 받아 얼굴이 밝아지고, 어머니들은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교회는 더 자본주의입니다. 그런데 돈 벌어 남을 주는 교회가 있다니. 전면무상급식을 주장하자 붉은 덧칠을 했던 일부 목사들이 보면 여지없이 '빨갱이' 교회라고 몰아붙이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우리나라 문맹률은 0%라고 합니다. 전남 완도 보길중앙교회(류영구 목사)는 이런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칩니다.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이 참 재미있습니다.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학교만 가면, 한글만 보면, 설레는 마음을 달랠 길 없어. 공부가 하고 싶은가 봐요."라는 노래를 흥을 돋우면서 한글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보길중앙교회 예배당은 밤마다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 노래로 '꿈꾸는 학교'가 시작됩니다. 가장 기쁜 일은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 제목을 읽을 수 있었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21세기 세종대왕이 전남 보길도에 있는 것이지요.

선한 사마리아, 경남 고성 선한이웃 교회

▲ 인천 강화 아차도 교회는 어르신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했다. ⓒ 뉴스앤조이


'선한 사마리아' 비유는 비기독인들도 잘하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교회도 더 잘 압니다. 하지만 선한 사마리아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남 고성에는 선한 사마리아 교회(강석효 목사)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없고, 암으로 고생하는 손버릇이 유난히 나쁜 '000'도 있었습니다. 강 목사는 이 아이에게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손버릇이 고쳐졌습니다. 이후부터 진주에 있는 박물관에서 특별 기획전이 열릴 때마다 박물관에서 아이들을 무료로 초대해 줍니다. 매주 토요일은 함께하는 등산과 목욕도 합니다.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도 합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아이는 피아노,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아이들은 중국어를 배웁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닙니다.

아이스크림,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하지만 배(아이스크림)보다 배꼽(드라이아이스)이 더 크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천 강화 서도면 아차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1만 5천 원 하는 드라이아이스 값을 내야 합니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먹이려다가 기둥뿌리가 뽑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 안타까움을 없애기 위해 아차도교회 김부린 목사가 '우리섬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24시간 편의점이 아닌데도 24시간 문이 열려 있고, 비를 막을 때만 문을 닫을 뿐 자물쇠도 채우지 않습니다. 그럼 돈이 없어지고, 적자를 볼까요?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2010년 여름 한 달 만에 180개가 팔렸습니다. 한 마디로 대박입니다. 더이상 아차도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권장도서 목록'을 가져왔습니다. 권장도서란 말 자체가 이미 아이들 생각을 제한시켜 버립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 책을 읽는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경남 합천,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고향입니다. 전두환 고향이라는 말에 이상한 동네로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곳에 초계중앙교회가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과 청소년 공부방인 '도토리와 친구들'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교회에 돈이 생기면 먼저 책을 삽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새 책을 들였더니 4년 만에 7500권입니다. 왠만한 시내 도서관 부럽지 않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고향 신안 하의제일교회, 기타 연주가 척척

아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원한 우리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김 대통령 고향은 전남 신안군 하의도입니다. 이곳에 교회가 있는데, 하의 제일교회입니다. 대통령 고향이라 엄청나게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1만 명이었던 인구가 하나둘씩 떠나가 이제는 약 2000명 남짓입니다. 그러니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아닙니다. 영어, 붓글씨, 기타, 드럼, 피아노, 하모니카로 도시 아이들 못지않는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먹을 갈기도 싫어하고, 손이 아프다며, 애먼 기타 줄만 튕기든 아이들이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도 척척 됩니다.

사람은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는 흙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립니다. 그게 좋다고 합니다. 흙을 없애버리고 무슨 생명을 논할 수 있습니까. 한 목사가 있습니다. 손에 흙을 묻히는 목사입니다. 그가 있는 교회는 전북 남원 갈계교회입니다. 흙에는 콩을 심습니다. 콩을 심어 청국장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갈계교회는 돌담도 쌓고 대나무 숲 마을을 조성하고 마을 문화제를 가꿔 도시 사람들이 다녀갈 만한 갈계마을로 꾸미는 것이 바람입니다. 도시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휴식해서 좋고, 마을 사람들은 도시 소식과 함께 도농 직거래의 길을 열어 농가 경제의 활력을 찾는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000억 원짜리 교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산들교회

▲ 2000억원 짜리 예배당보다 더 멋진 산들교회. 예수님도 부담없이 문 열고 들어가실 것입니다 ⓒ 뉴스앤조이


<시골교회>에서 가장 감동은 '산들교회'였습니다. 책에 소개된 사진을 본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 허물어진 옛날집에 '산들교회'라는 보일 듯 말 듯한 이름이 없었다면 그곳이 교회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2000억 원짜리 예배당은 들어가지 못해도 틀림없이 산들교회는 들어가실 것입니다.

예수의 노예가 아니라 자본의 노예가 되어 버린 한국교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17곳 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소개되지 않는 작은 교회들이 많습니다. 한국교회가 아직도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들 교회 때문입니다. 아직 한국교회가 희망이 있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마을을 섬기는 시골교회 ㅣ 바른신앙 시리즈 1 뉴스앤조이 취재팀 (지은이) | 뉴스앤조이(토탈북) | 2012년 4월 값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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