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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갓'을 어떻게 다 먹지?

일본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갓(적겨자)

등록|2012.04.17 09:27 수정|2012.04.17 09:27

▲   갓을 수확하기 전 갓이 자란 모습입니다. 가로 3 미터, 세로 10 미터입니다. 반으로 나누어서 갓 씨 두 종류를 심었습니다. ⓒ 박현국


주말농장을 시작한지 세 해째입니다. 지난가을에는 적겨자라고도 하는 갓 씨를 두 종류 사다가 심었습니다. 원래 논이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갓이 정말 정말 잘 자랐습니다. 초겨울 크게 자란 갓을 수확하고 지난 2월에 가보니 다시 갓이 팔뚝 크기로 자라 있었습니다. 아마도 승마장 마구간에서 나온 말똥을 뿌린 다음 파서 엎고 씨를 뿌린 탓입니다.

▲   시중에서 구입한 갓 씨 가운데 가라시나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이탈리아에서 만든 것입니다. 이것으로 보아서 이탈리아에서도 갓을 먹는가 봅니다. ⓒ 박현국


일본 사람들은 갓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습니다. 그래도 재배하는 사람이 있어서 저도 그것을 보고 갓 씨를 구입해서 뿌렸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갓김치를 만들거나 푸성귀로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시중에서 구입한 갓 씨 가운데 다카나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든 것입니다. 이것으로 보아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갓을 먹는가 봅니다. ⓒ 박현국


요즘 여러 곳에서 갓을 적겨자, 청겨자라고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갓이 맞습니다. 갓 씨를 뿌리고 잎사귀를 따지 않고 그냥 놓아두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이 열매를 간 것이 겨자, 즉 머스터드(mustard)입니다. 갓은 따뜻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도 잘 자랐습니다.

▲   잘 익은 갓김치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김치를 처음 담을 때는 어머니에게 국제전화로 물어서 담았습니다. 무청으로 김치를 담을 때처럼 살짝 소금에 절여서 담거나 잘 씻어서 양념과 버무려 두면 됩니다. 갓 김치는 잘 익어야 매운맛이 가시고 똑 쏘는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사람들은 갓을 가라시나(芥子菜)라고 합니다. 가라시나는 겨자 잎이라는 뜻입니다. 그밖에 다카나(高菜)라는 말도 있습니다. 두 가지는 모두 갓입니다만 모양이 약간 다릅니다. 가라시나는 잎이 갈라져 있고, 다카나는 우리나라 갓 잎과 비슷합니다. 두 가지 모두 맛을 비슷합니다.  

▲   갓을 다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어서 데친 다음 냉동시켰다가 나물로 무쳤습니다. 약간 질기긴 하지만 먹을 만합니다. 갓을 데치면 진한 검정 물이 나옵니다. ⓒ 박현국


저희가 하는 주말농장은 원래 논이었던 곳을 가로 3미터, 세로 5미터 크기로 나누어서 한해 동안 3000엔에 빌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좀 싼 편입니다. 마을에서 가깝거나 수도 시설이 있어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거나 밭두둑이 잘 갖춰져 있으면 좀 더 비싼 곳도 있습니다.

▲   냉동시킨 갓으로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갓에서 나온 검정색 물로 된장 색깔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흰 두부도 점점 검정색으로 바뀝니다. ⓒ 박현국


일본도 요즘 주말 농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논이나 땅을 가진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이상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땅을 놀리기 아까워 주말농장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주말농장으로 사용하는 땅 주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이 일이 사업이냐고 물으니 봉사활동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정년퇴직하신 어르신들은 거의 날마다 주말농장에 나오셔서 심어놓은 푸성귀를 손봅니다. 그밖의 직장인들은 주말에 가족과 나와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잘 심어놓아도 까마귀를 비롯한 노루, 멧돼지 등 야생 짐승이 많아서 수확 때까지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습니다.

▲    가라시나라고 하는 갓입니다. 갓과 달리 잎이 갈라져 있습니다. 그래도 맛은 갓과 같습니다. ⓒ 박현국


봄이 되면서 결명자와 감자를 심기 위해서 갓을 모두 뽑아서 거두어 들였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시에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그래서 갓김치를 담고, 나머지는 모두 데쳐서 물을 뺀 뒤 냉동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야채가 필요할 때 녹여서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먹습니다.

한동안 야채를 살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양입니다. 냉동고를 비롯해서 냉장고 냉동실에 갓 얼린 것이 가득합니다. 비싼 야채를 살 필요가 없어서 즐겁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부터 갓 맛에 길들여진 어른들은 잘 먹는데, 아이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   다카나라고 하는 갓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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