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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 있다

상위 7%를 위한 새누리당 민생대책 1호... 장기적 부작용 우려돼

등록|2012.04.17 14:03 수정|2012.04.17 14:03
새누리당 원내대표 황우여 의원은 수도권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을 18대 국회 종료 전 임시국회를 열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50%, 3주택 이상자는 양도차익의 60%를 양도세로 내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입법화되면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주택을 팔 때 기본세율(6~36%)로 양도세를 내게 된다.

장기적 부작용 예상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법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말까지 적용이 유예된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적용을 유예했음에도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입법화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몇 채씩 소유하고 있는 이유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 주택가격의 시세차익을 통해서 토지불로소득을 얻기 위함이다.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양도세 중과 폐지 등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다 해체한다면,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부나방처럼 몰려들 때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도소득세는 거래의 동결효과 등 일부 부작용이 있음에도 토지불로소득 환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적 상황에서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부동산 시장 과열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유용한 정책적 수단이다.

또한 한국사회의 주거정책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토지와 주택이 교환가치 중심의 상품이 아니라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한 거주 공간이 돼야하며 실제로 사용할 사람이 토지와 주택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와 주택을 '사는'(buy) 상품이 아니라 '사는'(living)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토지불로소득에 기반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는 시도가 근절돼야 한다. 이를 위해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양도세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누리당이 민생대책 1호로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라는 단기적인 효과는 없이 장기적인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 

상위 7%만을 위한 새누리당 민생대책 1호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의 명분으로 "수도권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이미 102~150%에 달하기 때문에 현실에 맞지 않는 1가구 1주택만을 고집하며 징벌적 중과세를 부과하는 문제를 고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황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싶다. 수도권지역의 주택보급률이 102~150%에 달하는데 수도권 내 40% 이상의 수많은 서민들은 왜 집 한 칸 없이 전·월세난에 허덕이는가. 주택보급률이 100%가 훨씬 넘는 상황에서 1가구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하는 현실이 문제인가. 40% 넘는 가구가 땅 한 평, 집 한 채 없이 전·월세난에 허덕이는 현실이 문제인가.

선거기간 동안 서민경제, 민생을 그토록 외치던 새누리당이 민생대책 1호로 입법화하고자 하는 정책이 대한민국 가구 중 7% 밖에 되지 않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감세의 혜택을 주고 땅 한 평, 집 한 채 없는 40%가 넘는 서민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라면 새누리당이 말했던 '서민'은 대한민국 상위 7%의 부동산 부자들이었음을 반증할 뿐이다. 투표자의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지지한 정당답게 새누리당은 집 없는 40%의 서민들을 위한 민생정책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서민주거 안정화를 위한 정책 도입 필요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뿐만 아니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 등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19대 국회는 부동산 정책에 관하여 지난 정부들을 돌아보며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참여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들이 경제전반의 경기활성화를 위해 언 발에 오줌누기 식 부동산경기 부양 정책을 써 차기 정권에 큰 부담을 안겼던 지난 역사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가 부동산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황비율(DTI) 규제 등 참여정부의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18대 국회는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단기적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서민주거 안정화를 위한 전월세 임대차보호법이나 차기정권의 도덕성과 개혁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 등 차기정권이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반들을 닦아 놓고 가는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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