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 책, 윤리 도덕 실종시킨 어른부터 읽어야

[서평]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등록|2012.04.17 18:18 수정|2012.04.17 18:18

10대와 통하는 윤리학함규진 선생님이 들려주는 윤리와 도덕 이야기 ⓒ 철수와 영희


전화가 왔다. 귀찮은 빚쟁이거나 껄끄러운 상대다. 아이가 수화기를 막고 말한다. '아무개 씨가 아빠 계시냐고 하는데요" 당신이 말한다. "나가셨다고 해." 아이가 수화기에 대고 "잠깐 어디 나가셨는데요"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친 것이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면서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고 자라게 될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이전에 모든 도덕과 삶의 근간이 되는 교육은 한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아랫사람이 수저를 드는 일부터 맛있거나 색다른 음식을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대를 위해  양보하는 등 사소해 보이는 것들로부터 함께 살아가면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가정은 작은 사회라고 한다. 그 작은 사회에서의 삶을 위한 교육이 사라지고 공교육에서 윤리 도덕 교육이 사라지면서 사회는 힘과 돈이 권력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철수와 영희 출판사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6번째 <10대와 통하는 윤리학>은 ▲ 윤리란 뭘까 ▲ 가족과 윤리 ▲ 학교와 윤리 ▲ 사랑과 성 ▲ 개인과 국가 ▲ 세계와 윤리 ▲ 생명 윤리 등 7개의 장을 제시한다. 그것을 통해 개인 윤리·사회와 국가 윤리·세계시민으로서의 윤리와 인류로서의 삶의 윤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교육과 가정에서 사라진 윤리와 도덕을 짚어보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라는 것, 개인의 삶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만드는 책이다.

모범을 보여야할  어른과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할 공인들이 거짓말과 성폭력, 자살  전쟁 등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십대에게 윤리와 도덕을 말한다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너는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라'거나 아파트 계단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를 가리키며 '너 공부 안하면 저 아줌마처럼 되는거야'라고 하거나, 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한 대 맞았다고 하면 '너는 두 대 때려 줘. 아빠가 책임질게'라고 말하는 부모로부터 아이는 힘과 권력만 있으면 타인을 무시하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괜찮은 것이라고 배우며 자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먼저 이 책을 어른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 비치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 학교에서 비치는 상급생과 교사의 모습, 사회에서 비치는 지도자의 모습은  곧 십대들을 비추는 거울이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려면  어른들 스스로 저버린 양심. 어른들 스스로 부추긴 경쟁, 어른들 스스로 보이는 탐욕스러운 모습을 어른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을 해야 한다.

학교 폭력과 왕따에 시달리다가 중학생이 또 자살을 했다고 한다.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고 낙인찍어 사회적 타살로 죽음에 이르게 만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까지 스물두 명이 죽음을 맞았는데 사회는 냉담하다. 지히철에서 어깨를 부딪쳤다고 따라가서 살해를 했다고 한다. 저런 현상은 윤리와 도덕, 정의가 사라지고 힘과 자본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십대의 궁금증을 어른이 풀어주는 형식으로 된 이 책이 제시한 윤리적 쟁점들은  질서, 생명, 평화, 비폭력, 배려 등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윤리와 도덕이 살아있는 사회가 너와 내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우리는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 해야만 한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그 소중한 인간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인간은 영혼과 양심을 지닌 존재며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 이타적인 인간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10대와 통하는 윤리학/함규진 글.돌 스튜디오 그림/철수와 영희/11,000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