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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천성산 보도에 대한 지율 스님의 반격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 기획전시, 서울-부산 동시 마련

등록|2012.04.18 09:15 수정|2012.04.18 09:15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때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벌였던 '도롱뇽 소송'에 대해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였던 지율 스님이 '반격'에 나섰다.

지율 스님을 비롯한 '초록의공명'과 '도롱뇽의 친구들'은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조계사 내 공간 '모래'와 부산교대 앞 공간 '초록'에서 각각 기획전시를 갖는다.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공간초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전시를 연 배경에 대해 밝힌다.

'도롱뇽 소송'은 2003년 지율 스님을 비롯한 '도롱뇽의 친구들'이 도롱뇽을 원고로 해서 경남 양산 천성산을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터널 공사를 중지해 달라며 법원에 냈던 소송을 말한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가 2002년부터 시작되었고, 천성산을 관통하는 13.3km의 '원효터널'을 뚫기 시작했던 것이다.

환경·종교 단체들은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저지 전국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지율 스님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5차례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2006년 6월 도롱뇽을 소송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소송을 기각했던 것이다. 대구~부산 구간 고속철도는 2010년 10월 개통했다.

▲ <중앙일보>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운동과 관련해 계속해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 중앙일보 갈무리


<중앙>은 KTX 개통 직전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천성산과 관련해 보도하고 있다. "올 봄 천성산 웅덩이엔 도롱뇽·알 천지였습니다"(2010년 10월 17일자), "천성산은 도롱뇽 알 천지였다"(2011년 3월 11일자), "KTX 달려도-천성산 도롱뇽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2011년 6월 21일자) 등이다.

지율 스님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천성산에 도롱뇽이 있다"고 했지만, KTX 건설을 맡았던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은 "천성산에 도롱뇽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룡뇽의 친구들'은 "도롱뇽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천성산에 도롱뇽이 천지였다는 보도를 했더라면 소송 결과를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 기획전시 까닭?

'초록의공명'과 '도롱뇽의 친구들'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이번 기획전시를 열게 된 경위와 사실 관계를 밝혔다. 이들은 "천성산은 소금강이라 불렸던 늪과 계곡, 10여 개로 중복 지정된 법적 보존지역에 대한 훼손과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이 문제가 되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천성산의 경우, 환경영향평서에 누락 되었던 환경 지표종 도롱뇽을 원고로 소송을 진행하였다"며 "비록 수조원의 경제적 손실이라는 허위사실이 수백 회에 걸쳐 언론에 유포되면서 시비에 휘말려 터널이 뚫리고 말았지만 41만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생명 가치의 존귀함을 알리고 경종을 울렸던 시민환경운동이었다"고 덧붙였다.

<중앙> 보도에 대해, 이들은 "2009년 늦가을 1면 머리기사와 관련 기사는 대서특필했다. 이를 빌미로 사설과 칼럼, 독자투고 등 10여 편에 가까운 기사를 써냈다. 그 중에는 '모두가 잊고 있어도 중앙일보는 잊지 않는다. 강력한 기사였다'는 내용의 청와대 격려문자를 받았다는 기사도 있었다"며 "청와대의 격려에 고무되었던 것일까? 다음해 봄 다시 천성산에 올랐고 1면에 도롱뇽 알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중앙> 기사에 언급된 대성늪의 '오리나무'에 대해, 이들은 "만일 기자가 중고층 늪의 특성에 대해 약간의 상식이라도 있었다면 이 웅덩이를 대성늪 전경이라고 소개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늪에 빼곡히 들어선 수십 그루의 오리나무의 수령이 대부분 5-6년생이라는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리나무가 늪에 뿌리를 내렸을 6년 전(2006년)은 바로 밀밭늪과 대성늪 주변 구간을 관통하는 터널공사가 진행 된 시기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1월 천성산 자락에 있는 양산 대동아파트에서는 '단수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 아파트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물이 줄어든 것이다. 주민들은 단수와 관련해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롱뇽의 친구들'은 "당시 지하수를 사용하던 주민들은 소방호스를 통해 식수를 공급받았고 이후 고속철도 공단으로부터 보상을 받아 상수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도롱뇽의 친구들'은 "아무리 세상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이라지만 단수와 물 마름으로 고통 받는 지역주민들과 늪 중앙에 빽빽이 들어선 오리나무는 보려하지 않고 물웅덩이의 도롱뇽 알만을 들여다보는 <중앙>의 보도를 단지 언론의 편향적인 편집방향이라고 치부하여 버릴 수 없음은 비약해가는 논리가 지시하는 지점에서 바로 우리 국토를 파괴하는 개발이 정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해는 본래 밝지만 한 조각 어두운 구름이 그 빛을 가린다고 했다"며 "이번 전시는 <중앙> 기사를 한자리에 모아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한 조각 어두운 구름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 왜 중앙이 천성산 도롱뇽 기사를 계속 써야만 하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그 살핌 속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생명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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