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
[생명누리공동체 인디고여행학교 인도여행기 25] 바라나시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블랙홀
▲ 성스런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인도인 순례자들 ⓒ 오문수
"람람 사떼헤, 람람 사떼헤."
'람람 사떼헤'는 인도어로 '신은 진실하다'라는 의미다. 바라나시에서는 어디를 가도 하루에 몇 번씩 시체를 둘러메고 가는 사람들이 내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라면 죽은 사람의 시체를 보는 것 자체를 꺼림칙하게 여기지만 바라나시에서는 아니다. 이곳 갠지스 강가에서 화장을 하면 윤회의 사슬이 끊어지고 더 좋은 생으로 환생한다고 하니 좋을 수밖에.
인도 제일의 성지 바라나시는?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바라나시. 누군가는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인도를 본 것이 아니다.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를 모두 본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라는 말로 바라나시를 압축해 표현했다. 내가 인도여행에 나선 것도 '바라나시를 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 바라나시 거리 모습. 사람들이 붐빌 때는 인파에 거의 떠밀려 갈 정도로 사람이 많다 ⓒ 오문수
▲ 인도 3대 라씨 집 중 하나라는 '블루 라씨' 가게에는 외국 관광객 행렬이 줄지어서 차례를 기다린다 ⓒ 오문수
바라나시는 여행자들이면 꼭 봐야 할 베스트 코스가 없다. 강가 어디를 가거나, 도시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널려 있다. 그렇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인도 각처에서 온 순례자들에 밀려 아예 인파에 떠밀려 간다고나 할까.
좁은 골목에는 사람, 소, 개들이 몰려 혼잡하고 시체 태우는 냄새와 인분, 소똥과 썩은 하수구물에서 나오는 온갖 역한 냄새들로 힘들다. 자동차와 오토 릭샤, 시장 상인들의 외침소리가 상승작용을 하는데 사람들 얼굴은 평안하고 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하루에도 200~300구의 시체를 태우는데 까짓것 애증과 미추, 빈부 차이 쯤은 죽음 앞에서 문제가 안 된다. 바라나시는 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가트와 아르띠 뿌자
'가트'란 강가에 맞닿아 있는 계단이나 비탈진 면을 말하는 것으로 바라나시에는 100여 개의 가트가 조성되어 있다. 가트가 조성된 목적은 종교적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강가에 만들어진 가트에서 목욕을 하면서 자신의 죄업을 씻는다. 계단처럼 생긴 가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강가로 내려와 목욕할 수 있게 만들었다.
▲ 강변에 자리잡은 가트. 많은 사람이 목욕하기 쉽도록 계단으로 만들었다 ⓒ 오문수
▲ 배를 타고 강에서 아르디 뿌자 행사를 구경하는 관광객들 ⓒ 오문수
가트 주변에는 사원처럼 생긴 웅장한 건물이 몇 채 있는데 명망가의 가문에서 지은 것들이다. 사람들은 가트 주변에서 경건한 자세로 몸을 씻는다. 힌두교 교리에 따라 다르지만 몸을 씻으면 전생, 현생, 내생 등의 죄업이 씻어지고, 강가에서 화장을 하면 윤회의 사슬이 끊어진다고 믿는다.
우리가 보는 기준으로는 강물이 더럽다. 타다 남은 시체를 강물에 버리기도 하는데 신성시 여겨 목욕하는 동안 감격해 하는 인도 순례객을 보면 조금 의아스럽다. 하지만 문화란 차이를 인정하는 것.
여자는 원피스를 입고, 남자는 치마만 입고 온몸을 씻은 후 수건으로 온몸을 닦는다. 그런 다음 치마를 들춰 팬티를 입고 물에 젖은 겉옷을 벗어버리면 탈의와 옷 입는 모든 과정이 끝난다.
해질녘 강가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의식인 '아르띠 뿌자'는 굉장한 볼거리다. 힌두교 전통 의식에 따라 제사장들이 고둥을 소리 내어 분다. 왼손에는 작은 종을 들고 종소리를 내며 오른손에는 향불을 들고 성호를 그리며 주문을 왼다.
▲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들이 아르띠 뿌자를 집전하기 위해 제단에 서있다. ⓒ 오문수
▲ 제사장들이 향불을 들어 올리며 제사를 지내고 ⓒ 오문수
향불과 연기가 짙어지며 예식이 진행되는 주변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강에는 배를 타고 의식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호객꾼들은 한 시간에 200루피를 요구한다.
다샤스와메드 가트는 바라나시는 물론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트 중 하나다. 전설에 의하면 창조의 신 브라마가 10마리의 말을 바치는 희생제를 치른 곳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나뭇잎을 실로 꿰어 물에 뜨게 만든 '디아'에 작은 초를 얹어 자신의 소원을 빌며 강물에 띄워 보낸다.
죽음을 성스럽게 하는 화장절차
가트를 따라가면 화장터가 나온다. 한 사람이 다가와 절대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당부하며 화장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집에서 씻는다. 버터, 꿀, 산드루우드 오일에 장미 기름, 자스민 오일, 연꽃 오일을 믹스한 오일 마사지를 한다.
마사지를 한 다음 '람람'하고 주문을 외면서 강가까지 온다. 이때 늙은 노인은 금색, 빨간색은 결혼한 여인, 젊은이들은 하얀색 천으로 시체를 덮어 천만 봐도 어떤 연령층이 죽었는지 알 수 있다.
▲ 죽은 이를 태우는 화장장 모습. ⓒ 오문수
사람들은 시체 주위에서 다섯 바퀴를 돈다. 다섯 바퀴는 물, 불, 땅, 공기, 하늘의 우주 만물을 상징한다. 시체는 성스런 갠지스 강물에 담가 성스럽게 한 후 30분에서 1시간 후 나무를 사서 쉬바불로 인화한다. 시체 1구가 타는 시간은 보통 3시간. 타다 남은 부분은 강에 버린다. 남자는 가슴 부분이, 여자는 히프 부분이 남아 강에 버린다.
수행으로 높은 도를 쌓은 사두는 거룩한 사람이기 때문에 태우지 않고 돌을 달아 강에 버린다. 12살 이하 어린이와 임산부 및 시바신의 화신인 코브라, 동물도 태우지 않는다. 가트 상단에 있는 쉬바 신전에는 3000년 동안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망자의 가족들은 이 불과 나무를 사서 화장을 한다.
▲ 사람들은 나뭇잎을 실에 꿰어 만든 '디아'에 자신의 소원을 실어 강물에 띄워 보낸다. 디아에는 작은 초가 놓여 있어 불을 붙여 강물에 띄운다. ⓒ 오문수
강에서는 사람들이 체로 바닥을 긁어모아 잔류물을 걸러낸다. 알고 보니 금니 같은 장신구를 건진다고 한다. 이걸 건질 수 있는 자격은 화장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을 대신한다고 한다.
장례식 때 아버지가 죽으면 장남이, 어머니가 죽으면 막내아들이, 부인이 죽으면 남편이 머리와 수염을 깎는다. 1구를 태우는 데 보통 2㎏의 나무를 사용하며 가족은 이 나무를 사야 한다.
가족은 강물을 떠서 뒤로 돌아 어깨 너머로 강물을 버린다. 그러면 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 나무를 살 돈이 부족한 사람은 덜 탄 시체째 강에 버려야 한다. 죽어서도 빈부격차를 경험한다니 씁쓸하다. 죽음을 목도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경건한 자세로 걸으며 제각기 갈 길을 떠난다. 삶이란 뭘까?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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