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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태 광주광역시장, '4월은 '잔인한 달'...왜?

검찰 총인비리 수사결과 발표... 광주시 비리공무원 파면 방침

등록|2012.04.19 20:34 수정|2012.04.19 21:04

▲ 19일 검찰이 총인시설 입찰비리 사건에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강운태 시장이 공식사과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제공


광주지검 특수부는 19일 약 980억 원대 광주광역시 총인처리시설 입찰비리와 관련, 공무원·대학교수·업체 관계자 등 모두 28명을 적발, 11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입찰 참여 업체들로부터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500만~4000만 원의 현금을 받았거나, 골프접대와 각종 향응을 받은 광주시 서기관급 공무원 5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는 광주시가 개청한 이래 최대 규모의 공직자 비리사건이다.

총인시설은 영산강에 방류되는 하수처리장 방류수 가운데 인(P)의 허용치를 현재 2㎎/ℓ에서 0.3㎎/ℓ로 낮추는 시설이다. 지난해 3월 광주시가 발주한 이 공사에 현대건설, 금호산업, 코오롱글로벌, 대림산업 등이 입찰에 참여했고 대림산업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총인 입찰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적지 않은 공직자들이 연루된 데 대해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더 투명하고 열심히 일해 시민 여러분의 용서를 받고자 한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강 시장은 "총인시설 입찰비리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부정부패 척결, 깨끗한 입찰행정, 제도개선 등 '혁신'의 자세를 가다듬겠다"면서 "시의회, 언론, 시민사회와 더 넓은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촉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시장, 사업과 인사 모두 실패"

강 시장의 사과와는 별도로 광주시는 '총인시설 검찰수사 결과와 관련한 처분대책'을 발표했다.

광주시는 금품수수로 기소된 공무원 7명은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당연 퇴직하거나 시 인사위에서 파면·해임 등 배제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또한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자체징계 대상인 1명은 경징계하고, 광주발전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재판결과에 따라 당연 면직 또는 해임 처분하기로 했다.

입찰비리로 기소된 대학교수 5명은 참여위원회에서 즉시 해촉하고 5년간 시정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총인시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4곳은 가격담합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정당 업체로 최장 2년간 입찰 제한을 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이번에 논란이 된 턴키입찰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으로 ▲ 지방건설기술심의위에서 발주방법을 결정하고 ▲ 입찰안내 작성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TF팀을 구성하며 ▲ 심의위원 임기를 1년으로 축소하고 ▲ 업체관계자와 설계심의위원 접촉 차단하며 ▲ 심의 후 사후평가 실시와 평가항목 세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시 총인처리시설 입찰비리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참여자치21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입찰비리의 구조적 문제를 밝혀내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수사의 성과지만 사건의 '몸통'에 대한 수사까지 나가지 못한 점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자치21은 "검찰이 업체 간 가격담합 의혹을 밝혀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의뢰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성과"라며 "광주시는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시정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총인시설 입찰비리 사건으로 강운태 시장은 여러 면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때 '대선 출마'까지 언급하던 그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 될 전망이다. 한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강 시장이 시정 현안이 아닌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사건건 논평을 하며 '논평정치'를 계속해 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행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한 강 시장의 행정조직 장악력 역시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 시장은 자신이 '정통 행정관료 출신, 중진 정치인'임을 내세워 조직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번 수사결과는 강 시장의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만들었다.

한 광주시청 공무원은 "시장은 사업과 인사로 지도력을 검증받을 수밖에 없는데 강 시장은 이 두 가지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강 시장 체제가 처음으로 발주한 대규모 사업은 비리로 얼룩졌고, 인사는 측근 정실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 시장은 자신에게 찾아온 '잔인한 4월'을 극복해가는 방법으로 '혁신'과 '소통'을 내세웠다. '강운태식 혁신'과 '강운태식 소통'이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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