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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이하 아이 있는 집, 전자마약 TV를 꺼라

[서평] 마틴 라지가 쓴 < TV의 무서운 진실 >

등록|2012.04.20 15:17 수정|2012.04.20 15:17

▲ 마틴 라지가 쓴 <TV의 무서운 진실> 겉표지 ⓒ 황금부엉이

4월 마지막 주 일주일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세계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TV-OFF 주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TV가 '바보상자'라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집집마다 TV 대수가 늘어나고 TV의 성능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모모자라 DMB방송이 시작된 후 많은 사람들은 손에 TV를 들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지상파방송, 케이블방송에 뒤이어 종합편성채널이 만들어지고, 대부분의 TV방송은 인터넷을 통해 다시 한 번 유통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오마이TV,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방송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 또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TV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단순한 진실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동비만, 소아당뇨, 성장지체, ADHD, 언어발달지체, 유사자폐, 수명장애 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TV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면, 어른들 중에서도 아이들과 유사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TV 자체를 거부하자는 주장이 통할 리 없으니 우선 폐해가 특히 심각한 아이들이라도 구출하자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65세 미국인, TV 앞에서 9년을 보냈다 

< TV의 무서운 진실 >을 쓴 마틴 라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자는 TV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하고 이 책을 썼습니다. 그는 TV의 나쁜 영향을 술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과하지 않은 양은 마셔도 큰 지장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완전히 격리시켜야 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양을 섭취해서 득이 되는 경우는 절대 없으며, 중독은 개인과 가족, 사회의 재앙이다." (본문 중에서)

술과 TV를 비롯한 디지털미디어가 가진 공통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많은 어른들이 TV와 디지털 미디어가 교육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TV와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을 똑똑하게 만들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고, 학교와 가정에는 점점 더 디지털 미디어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틴 라지는 TV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을 집중적으로 밝히기 위하여 < TV의 무서운 진실 >을 썼습니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TV를 볼까요? 65세가 된 미국인들은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9년쯤 된다고 합니다.

"미국 아이들이 TV를 통해 보는 광고는 1년에 4만 편이 넘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 쓰인 돈은 1992년 62억 달러에서 1999년에는 122억 달러로 증가했다... 유치원생의 비만 위험은 하루 TV 시청이 한 시간 늘어날 때마다(중략) 31%씩 급증한다."

"미국인들은 하루에 3시간 46분씩, 일 년이면 총 52일을 시청한다고 추산했다. 65세가 되면 TV앞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9년에 육박하게 된다.(중략) 18세까지 이들이 보게 되는 폭력행위는 20만 건, 살인은 1만 6천 건에 달한다."

<많아지면 달라진다>를 쓴 IT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인 뉴욕대 클레이 셔키 교수는 세계인들의 '인지잉여'를 모두 합친 시간이 1조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는 '교육 받은 시민들의 여가 시간'을 인지잉여라고 규정하였는데, 그 대부분은 TV를 보는데 사용하고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인이 1년간 TV 보는데 쓰는 시간, 1조 시간=1억 년

세상 사람들이 매년 TV를 보는데 쓰는 시간은 1조 시간, 워낙 큰 숫자에 둔감해졌기 때문에 1조 시간이라고 해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해볼까요? 1,0000,0000,0000 숫자 0이 12개나 됩니다.

그래도 현실감이 떨어지지요? 1조 시간을 날짜로 개산하면 며칠이나 될까요? 자그마치 410억 일입니다. 아라비아 숫자로는 416,6666,6667 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410억 일은 몇 년이나 될까요? 1억 1천만 년이나 됩니다. 정확하게는 1,1415,5251년입니다. 얼마나 긴 시간일까요? 1억 1천만 년 전에는 한반도에 공룡이 살고 있었을 때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시간을 사람들은 TV를 보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른들에 비해 TV 시청으로인해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신경생리학자는 TV를 주의력결핍장애를 위한 훈련센터라고 부른답니다. 예컨대 뉴스는 대부분 비정상적인 일, 재난이나 전쟁, 살인, 사기 등을 다루며 일상적인 사건을 좀처럼 다루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학자들은 TV를 일컬어 '전자마약'이라고 부른답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의 경우에도 한 번 TV를 켜면 스스로 끄기는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전문가들은 TV를 '전자스트레스' 기계라고도 부릅니다.

한편, 저자는 TV 프로그램의 유해성 뿐만 아니라 TV라는 전자기기가 가진 위험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TV가 뿜어내는 빛이 바로 그런 위험요소인데요. 사람들이 TV를 통해 보는 것은 영상이 아니라 '빛'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줍니다.

수명이 다 된 형광등이 1~2초 간격으로 깜박거리는 경우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TV가 내보내는 빛은 고장 난 형광등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입니다.

TV의 실체를 깨닫게 해주는 맥그레인 교수의 실험
1.아무 TV프로그램이나 틀어서 소리를 끈 채 10분 동안 연출기법 횟수를 세면서 보라
2.아무 뉴스나 틀어서 10분 동안 소리를 끄고 보라
3. 똑같이 횟수를 세어보되, 이번에는 화면은 보지 말고 소리만 들어보라
4.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로 10분 동안 텔레비전을 쳐다보라.

꼭 직접 실험을 해봐야 한다. 학생들은 세 번째 실험을 할 때까지 30분을 낭비했다고 대답했지만, 네 번째 실험을 한 후에 지금껏 살아오면서 TV 앞에서 엄청난 시간을 허비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보면 TV가 연출기술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당신이 왜 TV 앞에서 좀비가 되는지 알게 된다.


TV는 디지털 마약이다

TV가 내보내는 빛은 1초의 30배 혹은 50배의 속도로 만들어지는 강한 빛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눈과 두뇌는 1초에 20개 이하의 시각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TV로 인해 과도한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TV 화면을 주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한 자세로 눈과 머리를 고정시키고, 눈동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스크린 전체를 약간 초점을 흐릿하게 한 상태로 뚫어지게 응시한다." (본문 중에서)

혹시 TV를 보는 당신의 모습은 아닌가요? 호주의 심리학자 에머리부부는 TV를 '전자 신호로 두뇌를 지배하는 기계문명의 최면술사'라고 비유하였습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최면술에 걸리는 것처럼 '넋이 빠진 상태'가 되어 두뇌를 지배당한다는 것입니다.

TV 시청 중 뇌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을 연구한 크루그만은 뚜렷한 뇌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합니다.

"TV 시청자를 대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실험을 해 보니 시청을 시작한 지 30초 안에 뇌파가 알파파로 전환되었다. 알파파는 초점 없고 수용적인 주의력 결핍 상태, 즉 어렴풋한 백일몽이나 정처 없이 방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TV가 두뇌를 마비시키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텔레비전이 논리적인 좌뇌의 활동을 차단시키고 쏟아져 들어오는 영상들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우뇌만을 남겨둔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TV와 컴퓨터 같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스스로 끄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는 주의력 결핍입니다. 대부분이 아이들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급격히 퇴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25년 전 사람들은 30만 가지 쯤 되는 소리를 분간하였는데, 지금은 18만 가지 소리만 분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보기에 해당된다면 당신도 TV 중독

< TV의 무서운 진실 >을 쓴 마틴 라지는 심각한 중독을 가늠하는 지표를 보여줍니다. 당신은 얼마나 해당되는 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딱 한 프로그램만 보려고 TV를 켰다가 결국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본다.
▲자신이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TV 시청을 줄이지 못한다.
▲TV를 보기 위해 중요한 사회활동(집안 일)을 희생한다.
▲오래볼수록 끄기가 더 어렵다.
▲시청 후 허탈함이나 금단 증상이 찾아오기도 하고, 과도하게 시청하던 이들이 시청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거실(혹은 침실)에 TV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면 대부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은 전문제작자가 어떻게 든 사람을 사로잡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TV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대화 도중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TV를 향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TV는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도 저항하기 힘든 강력한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디지털 기기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학교, 디지털교과서보다 정규직 교사가 필요하다

심지어 학교 교실마저도 디지털 기기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스마트교실'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재벌 대기업과 정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비롯한 첨단 기기들로 교실을 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을 보면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자는 교실에 컴퓨터를 놓는 것은 '낭비'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가 늘어날수록 예술과 같은 중요한 활동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교실에 첨단기기를 들여놓은 대신 학교마다 이른바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의 숫자는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첨단 디지털 기기들이 좋은 교사보다 더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요?

"나는 최신 곤충학 연구 자료가 담긴 인터넷 동영상을 보느니 차라리 6학년짜리 아이가 금관화 꽃 들판에서 제왕나비 애벌레를 관찰하고 쓴 나비에 관한 작문을 읽겠다." (본문 중에서)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크릴포드 스톨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밤하늘 별 보기, 개구리잡기, 으슥한 밤중에 오소리 관찰하기 와 같은 진짜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수칙
▲ 7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금한다.
▲ 주중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다. 학교 가는 아침에 밥을 먹으며 TV를 보지 않는다.
▲ 아이 방에는 TV도 PC도 두지 않으며 거실에만 둔다.
▲ 하루 1시간씩 반복해서 TV나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는 일은 없도록 한다.
▲ 자녀가 PC를 사용할 나이가 되면 함께 사용법을 익히라.
▲ TV1시간 시청하면 그 2배인 2시간 동안 운동하게 하라.
▲ TV와 관련된 부가 상품, 장난감 등을 구입하지 말라
▲ 정확히 뭘 볼 것인지 먼저 선택하고 TV를 켜라
▲ 인터넷 오용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를 취하라



TV 속 가짜에 익숙해진 아이들, 진짜는 시시해

이 책에는 아빠와 함꼐 동물원에 간 아이가 '이런 거 TV에서 벌써 다 봤어요'하면서 시큰둥해 하더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현실의 동물원이 TV 카메라의 적수가 되지 못한 것입니다. 호랑이, 사자, 코뿔소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장면들을 연속해서 보여주는 TV를 결코 따라갈 수 없지요.

물론 아이들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까?>라는 책에 텔레비전에서 어떤 여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던 어린 소녀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자기도 요리를 하고 싶어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아이는 엄마가 요리를 하고 있던 부엌으로 갔지요. 하지만 엄마는 가서 조용히 TV나 보라고 말하는 거예요."(본문 중에서)

책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어른들은 TV를 베이비시터로 활요하고 있습니다. TV, 비디오, 컴퓨터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디지털 미디어들이 '전자 베이비시터'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살 이하 아이 TV 시청금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이들의 TV시청과 디지털 미디어 노출은 언제까지 막아야 할까요? < TV의 무서운 진실 >을 쓴 마틴 라지는 미국소아과협회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2살 이하 어린이의 TV 비디오 시청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8세 이하의 아이들은 광고를 무조건 신뢰하고 프로그램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7세가 될 때까지 디지털 미디어를 규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하하기 전까지가 그래도 부모가 미디어 노출을 제한하기 가장 쉬운 시기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스웨덴 같은 나라처럼 12세 미만의 아이들에 대한 광고규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어린이 시청시간에 나오는 어린이 대상 광고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겁니다. 광고 제작자는 어른이지만 광고 시청자는 어린이입니다. 결국 광고는 제작자인 어른과 시청자인 어린이의 대결이라는 겁니다. 누가 이길까요? 아이들이 TV 제작자를 이길 수 있을까요?

이 책의 결론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하인으로서는 꽤 괜찮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주인행세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TV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TV와 스마트폰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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