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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 빠져 현지인과 결혼한 그, 지금 뭐할까

[인디고여행학교 네팔여행기 26] 휴양도시 포카라

등록|2012.04.20 18:40 수정|2012.04.21 21:25

▲ 아름다운 페와 호수. 물관리를 철저히 한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 들어온 페와 호수는 정말 아름답다 ⓒ 오문수


아! 드디어 35일간의 인도여행을 마치고, 네팔로 들어왔다. 인도와 네팔의 국경 도시인 소나울리에서 포카라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280㎞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버스로 8시간이나 걸렸다. 그만큼 길이 좁고, 구불구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내린 비로 높은 산지에서 도로가 무너져 내려 한참 동안 기다린 후 운행했으니 늦을 수밖에.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8000m급 높이의 산과 세계 10대 산 중 8개를 가진 네팔. 산이 많아서일까? 네팔 국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각형을 두 개 잇대어 놓은 모습이다. 테두리는 파랑, 가운데는 적색이다. 파란색은 평화, 빨간색은 네팔인의 용맹을 상징한다. 위쪽에는 달이, 아래쪽에는 태양이 그려져 있다. 태양과 달이 존재하는 한 네팔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포카라 겨울... 추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보다 덜 추워

히말라야만 생각하고 두꺼운 겨울옷을 여러 벌 가지고 다니느라 고생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2월인데도 춥지 않다. 포카라 날씨는 여름에 우리나라보다 덜 덥고, 겨울에는 덜 춥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기 때문이었다.  

▲ 포카라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제기 차기를 하고 있다. 제기는 긴 고무줄을 접어 가운데를 묶어서 찬다. 고무줄이라 탄력이 있다 ⓒ 오문수


▲ 결혼식 행렬에 앞서 악대들이 나팔을 불고 있다 ⓒ 오문수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수도 카트만두 북서쪽으로 약 200km, 해발고도 900m에 있는 교육과 관광의 도시다. 도시명은 '호수'라는 뜻의 네팔어 '포카라'에서 유래하였다. 그래서일까. 포카라에는 그림 같은 페와 호수 외에도 베너스호, 루파호 등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과거에는 인도·티베트와의 무역 중개지역으로 번성했다. 하지만 현재는 인도와 네팔을 연결하는 동시에 평지와 산지를 이어주는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히말라야 등산과 트레킹을 시작하는 서쪽 출발점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여기서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50여 개의 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

▲ 뒤에 보이는 만년설로 뒤덮인 산이 네팔인들이 신성시 여겨 올라가지 않는다는 마챠푸챠레. 포카라 시내는 이렇게 바나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히말라야라는 말에 놀라 두꺼운 동복을 50일 동안 배낭에 넣고 다녀 엄청 고생했다 ⓒ 오문수


▲ 아름다운 페와 호수 주위를 걷다가 연인들이 보트를 타고 즐기는 것 같아 한 컷 ⓒ 오문수


도시에서 보는 7000m급 안나푸르나와 뾰족 솟은 마챠푸챠레 등의 만년설은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동안 인도의 지저분한 도시와 매연만 보다 포카라를 보니, 일 년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페와 호수 가운데 조그만 섬위에 있는 사원. 달 바라히 몬디르 ⓒ 오문수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려 이루어졌다는 거대한 페와 호수 가운데에는 힌두교 사원인 '달 바라히 몬디르' 사원이 있다. 달은 네팔어로 호수, 바라히는 절, 몬디르는 사원이라는 의미다. 그림 같은 호수 위의 조그만 사원에는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사원에는 멧돼지의 화신인 바라히를 모신 사당이 있다.

일본인, 세계평화 염원하며 지은 '샨티 스투파'

페와 호수 왼쪽에 있는 조그만 산 정상에 샨티 스투파는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일연정종에서 사운 사찰겸 불탑이다. 평화라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 '샨티'를 전면에 내세울 만큼 세계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 일본인들이 지은 '샨티 스투파'.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지었다고 한다. ⓒ 오문수


샨티 스투파에서 페와 호수를 내려다보며 포카라 시내와 만년설을 바라보는 전망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여러 차례 피해를 본 한국인의 처지에서는 그들의 평화가 공염불로 들리고 고운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어쩌면 돈의 힘이 아닐까. 스투파를 바라보는 입맛이 씁쓸하다.

포카라와 카트만두 중간 지점인 치트완 출신의 알킬을 포카라에서 만났다. 알킬은 여수의 한 수산회사에 근무하는 이주민 노동자다. 때마침 휴가를 얻어 고국에 돌아왔다가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포카라에 있는 숙소를 방문했다. 알킬은 여수에 와서 일하는 이주민노동자 중에서 가장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는 포카라대학교 영문과 재학 중 휴학하고 한국에 왔다.

▲ 네팔 주유소. 돈이 있어도 기름이 떨어져 주유를 못할 때가 많아 운전자들은 주유소를 보면 미리 기름을 넣는다고 한다 ⓒ 오문수


"네팔에서는 대학을 나와도 직장이 없어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월급이 10만 원 정도밖에 안 돼요.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 운전하는 운전사가 하루에 만 원 벌어요. 포카라에서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포카라를 단순하게만 봐서는 안 돼요. 외국인들은 땅을 살 수 없고, 임대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래도 굳이 사려면 믿을 수 있는 네팔 사람을 대표로 내세워 살 수 있지만 위험해요. 

포카라 시내에는 포카라의 매력에 빠져 현지 여인들과 결혼했던 미국인이 있었어요. 남편이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 오는 동안, 현지처가 살던 집을 처분하고 행방불명이 된 사례도 있어요."

▲ 왼쪽부터 산악 가이드 '가지 엉클', 알킬, 호텔 주인. 호텔 주인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5년간 노동자로 일했다고 한다 ⓒ 오문수


페와 호수 북쪽에는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 연봉들을 훨씬 잘 볼 수 있는 사랑고트가 있다. 시내 중심부에 샨티 스투파가 있는 언덕보다 훨씬 높아 전망대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는 매일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네팔은 산악국가인지라 평지에 농경지가 별로 없다. 따라서 높은 산에 사는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먹으려면, 경사지를 깎아 논밭을 만들어야 한다. 스투파와 사랑고트를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경작지는 수십 개의 계단식 논으로 되어 있다.

▲ 산악국가인 네팔 어디에서나 볼 수있는 계단식 논과 밭 ⓒ 오문수


아름다운 만년설이 보이는 포카라의 페와 호수 주변에는 도시의 혼잡함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산책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곳을 찾은 한국인도 꽤 많은 듯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몇 개 된다. 
덧붙이는 글 1월 5일부터 2월 24일까지 인도 네팔을 여행했습니다.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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