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가가, 진정한 '공황패션'의 어머니가 오셨다
[공황패션] 가가스타일, 한계와 금기를 넘어서면 패션이 보인다
연예기사의 꽃, '공항패션'을 하고 싶은데, 공항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패션을 모릅니다. 꼭 오뜨쿠뛰르와 쁘레따뽀르떼의 런웨이 위에서만 패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드는 '앗' 아이템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패션, 종종 그 해 S/S·F/W 컬렉션의 트렌드는 벗어나지만 웃음을 주는 패션, 이를 '공황패션'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0일, 레이디가가가 내한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은 그의 '옷'이었다. 다른 스타들의 공항패션에서 기대하는 것이 '어떤 신상을 골라 잘 입었는지'라면, 레이디가가의 경우 '어떤 신기한 걸 입고 왔는지'부터 궁금해진다.
레이디가가 공항패션의 첫 느낌은 '무난하고 예쁘다'였다. 가슴을 강조한 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진주 알이 촘촘히 박힌 가면을 썼다. 155cm 키의 레이디가가가 공중부양할 수 있는 20cm 이상의 통굽 신발 역시 빠뜨리지 않았지만, 긴 드레스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우아한 느낌의 이번 패션은 동방예의지국에 대한 배려, 혹은 자신의 공연에 선정성 등을 이유로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내린 나라에 대한 자체 검열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레이디가가 패션의 행보는 금기에 대한 저항운동처럼 보일 정도였다. 마치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미술품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처럼, 레이디가가는 '옷'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것들을 몸에 걸치고 패션으로 만들어왔다. 때론 전화기나 구두 같은 것을 머리 위에 소품으로 얹었고, 아예 머리카락을 접시나 리본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 레이디가가는 기괴한 소품을 활용하거나, 머리 스타일을 소품으로 만드는 등의 패션을 선보여왔다. 특히 20cm가 넘는 높이의 통굽 구두는 155cm 키의 그가 애용하는 아이템이다. ⓒ 인터넷 커뮤니티, 데일리메일
한 마디로 괴이하다고 할 만한 레이디가가 패션은 그가 늘 주장해온 대로 퍼포먼스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의상을 위해 음악을 만들며,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와 비주얼은 하나의 완성된 세트"라고 자신의 패션을 설명한 적이 있다. 데뷔 초에는 그의 파격 패션이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비교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들조차 따라오지 못할 23세기쯤의 미래로 달아나버렸다.
'패션인가, 아닌가'를 상대적으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가가스타일, 레이디가가의 '공황패션' 몇 가지를 꼽았다.
* 1등급 미국산 생고기 드레스
응용 패션: 대패 삼겹살로 연출하는 시스루룩
▲ 레이디가가는 2010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에 생고기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나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그의 패션에서 원단의 한계는 없어 보인다. 개구리 인형이나 플라스틱 모형으로 만든 비누방울을 몸에 붙인 패션도 유명하다. ⓒ 인터넷 커뮤니티, MTV
레이디가가에게 원단의 한계는 없다. 가장 경악했던 것은 2010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에 입고 나왔던 생고기 드레스였다. '샤부샤부'감에 가까울 얇게 저민 고기를 입었다기보다 몸에 얹었고, 머리 위에는 스테이크 한 점을 올려 모자처럼 장식했다. 사용된 천은 1등급 미국산 소고기였을까. 붉은색의 마블링은 100% 자연이 만들어낸 패턴이기에 경이롭다.
동물애호가들의 공분을 샀을 이 드레스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오히려 모피나 고기로만 여겨지는 동물들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의미의 옷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2010년 뉴욕타임스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아이디어' 중에 선정되기도 한, 이 희대의 의상은 클리블랜드 박물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육포'로 남았다.
* 에미넴도 울고 간 망사 드레스
응용 패션: 양파 망으로 대체 가능
▲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빨간 망사 패션으로 참석한 레이디가가와 에미넴 ⓒ MTV
레이디가가의 망사 사랑은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정점에 달했다. 붉은색 망사 드레스는 물론이고, 손과 얼굴까지 같은 색의 망사로 감싸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이날 가가의 패션을 보고 표정이 굳어버린 천하의 악동 에미넴을 포착한 사진은 우리나라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올해 초 열린 제5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레이디가가는 얼굴까지 덮는 망사패션을 선보였지만, 이목구비가 보여 평범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이외에도 레이디가가는 딱 중요한 부위만 밴드로 가린 채, 옷이라고 명명하기도 무의미할 만큼 성긴 짜임의 망사 옷을 애용했다. 3년 전, 내한 당시도 레이디가가는 티팬티가 훤히 보이는 다이아몬드 무늬의 망사 의상을 입어, '파격'이라는 수식어로 덮인 기사를 쏟아내게 한 적이 있다.
* '겨털' 에너지 폭발
응용 패션: 싸이 '겨땀' 패션과의 접목
▲ 레이디가가는 201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머치 뮤직 어워즈에서 머리카락과 겨드랑이털의 아쿠아 색깔 '깔맞춤'을 선보였다. ⓒ USmagazine.com
작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머치 뮤직 어워즈에 참석한 레이디가가는 '헤어'라는 곡을 부르며 머리카락 색깔과 '깔맞춤'한 겨드랑이 털을 드러냈다.
털은 여자 연예인에게서 머리카락과 눈썹을 제외하고 존재 자체가 괴이하게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제모는 고사하고, 가장 눈에 띄는 피스타치오 아몬드 아이스크림 색상으로 염색하는 파괴력은 가가스타일이 얼마나 금기에 저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하지만 극단적인 것은 항상 호불호도 명확하기 마련이다. 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가스타일은 단순한 노출로 인한 선정성이 아니라 한계를 넘어서는 짜릿함에 있다. 레이디가가를 사탄으로 규정한 기독교단체가 그의 공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7일 내한 공연에서는 어떤 금기를 깨는 패션을 선보일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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