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최시중에 돈 건넨 이는 구룡포 향우회 후배

최시중은 고문, 이씨는 부회장... MB 대선활동 시기에 건네져

등록|2012.04.23 19:51 수정|2012.04.23 20:30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을 전달한 인사로 지목된 건설브로커 이아무개씨가 재경구룡포 향우회(회장 강대석) 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재경구룡포 향우회 임원진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이씨는 재경향우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고문은 최시중 전 위원장과 이춘우 부림약품 회장이다. 이춘우 회장은 재경향우회 전임 회장을 지낸 바 있다.

강대석 회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모른다"며 "그것은 이 부회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경북 영일군(현재 포항시) 출신인 최시중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5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재경구룡포 향우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바 있다. 그는 거액의 뇌물 수수 의혹이 터진 직후 자신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는 이씨를 "고향 후배"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사업을 벌이던 이아무개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로비자금 61억여 원을 받아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대우건설에서 근무했던 그는 건설사와 디자인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혐의로 구속됐다.

▲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 2008년 5월 30일 열린 재경구룡포 향우회 ㅣ정기총회에 참석했다. ⓒ 재경구룡포 향우회



로비자금 건네진 시기, MB 대권도전 과정과 맞물려

특히 이 대표가 이씨에게 로비자금을 건넨 시기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도전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로비자금 중 일부가 대선자금의 일부로 사용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대우건설에서 근무했던 이 대표는 부동산개발회사인 넥서스건설을 설립한 뒤 서울 영등포 대우드림조합 아파트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건설시행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사업을 위해 파이시티(2003년)와 파이랜드(2006년)를 잇달아 설립했고, 두 회사는 공동 시행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2005년 양재동 개발사업이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이 대표는 심각한 금융압박에 시달렸다. 이에 대우건설에서 같이 근무했던 브로커 이씨가 최 전 위원장을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그가 최 전 위원장의 고향 후배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최 전 위원장을 처음 소개한 자리에는 박 전 차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이렇게 이 대표에게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소개한 시기는 지난 2005년 12월께였다. 당시 최 전 위원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 박 전 차관은 서울시 정무국장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2006년 10월(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부터 2007년 8월(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까지 'MB캠프'의 핵심참모로 활동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MB캠프에서 활동한 시기와 로비자금이 집중적으로 이씨에게 전달된 시기가 대체로 일치한다. 이 대표는 지난 2005년 12월부터 지난 2008년 5월까지 총 61억여 원의 로비자금을 이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2월부터 5월까지 이씨에게 건네진 총 7억 원의 로비자금이 건너갔다는 점을 헤아리면 50억 원 이상이 그 이전에 전달된 셈이다.

게다가 애초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던 최 전 위원장도 23일 "금품을 일부 수수해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인정했다. 자신이 받은 자금의 사용처로 '대선캠프의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적시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MB정부 실세'로 행세한 최 전 위원장이 시행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대선자금의 일부로 사용했다는 것으로 이는 야당의 집중적인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최시중 전 위원장 오는 25일 소환조사

한편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오는 25일 최 전 위원장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22일 최 전 위원장을 출국금지했다.

대검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받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했다"며 "인허가와 관련한 대가성을 입증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최 전 위원장은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 대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