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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동영상까지 나왔는데...허위사실공표?

[서평] 변호사와 기자들의 선거법 분석...<리트윗의 자유를 허하라>

등록|2012.04.24 18:43 수정|2012.04.25 11:30
귀하의 게시물은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제3항의 규정에 위반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 위원회는 같은 법 제82조의4(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제3항 및 공직선거관리규칙 제45조의3(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제1항에 따라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오니 지체없이 이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삭제요청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82조의4 제4항 및 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제2항제1호마목의 규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어지럽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며칠 전 문재인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부산선관위가 보냈다는 트윗이다. 일반인이라면 법전을 뒤적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쉽게 풀자면 '선거 당일 트위터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트윗을 삭제하라. 안 하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말이다(관련기사 : <부산 선관위, 문재인 잡으려다 '망신살'>).

▲ 지난 19일 부산선관위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면 문재인 당선자 트위터에 올린 글 ⓒ 문재인


하지만 며칠 후 이 사건은 트윗 게시 날짜를 잘못 본 선관위의 착각으로 결론이 났다. 선관위는 뒤늦게 사과를 하는 등 체면을 구겼다. 어찌 되었건 20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한 문재인 당선자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게 바로 선거법이다. 만일 일반 누리꾼이 이런 경고성 트윗을 받았다면 영문도 모른 채 '쫄' 수밖에 없다. 선거법은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헌재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는 위헌"... 하지만 선거법은

작년 10.26재보궐선거에서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도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해석이 논란이 되었다. 인증샷을 올린 방송인 김제동을 한 시민이 고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런 판단이 시대착오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2011년 12월 29일 헌재는 "인터넷에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한 것이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광고, 벽보, 사진,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인데, 헌재는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인터넷 게시물을 포함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언론들은 즉각 "SNS나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으며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등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족쇄가 풀린 것일까.

리트윗의 자유를 허하라<리트윗의 자유를 허하라> 책표지 ⓒ 위즈덤하우스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 <리트윗의 자유를 허하라>(위즈덤하우스)의 저자들은 인터넷이 "여전히 처벌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선거법은 어떻게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었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변호사(박성철)와 기자들(박수진, 노현웅, 오승훈)이 뜻을 모아 만든 책이다.  

2012년 2월 29일 선거법 개정으로 단순히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와 선거일이 아닌 때에 인터넷이나 이메일 등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저자들은 여전히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조항이 후보자 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이다.

후보자 비방죄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자의성' 때문이다. 저자들은 책에서 판례를 몇 개 소개한 뒤 "인터넷 사이트에 쓴 글에 후보자비방죄가 적용돼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과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쓴 내용은 사실 큰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이 욕인지에 대한 해석이, 선관위나 검찰, 법원의 판단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BBK 저격수를 감옥에 보낸 '허위사실공표죄'

▲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송별회를 마친 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의 손을 잡고 자진 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다음은 허위사실공표죄다. 작년 12월 이른바 BBK 저격수로 활약했던 정봉주 전 의원이 결국 감옥에 가게 된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이 필요하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 보장과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을 위해 의혹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봉주 판결에서는 이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편,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줄임)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 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하며 (줄임)

대법원은 문제제기가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던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의혹을 제기하는 자에게 '소명자료'를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더 나아가 소명자료도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성에 관한 검사의 증명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의혹 제기자가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정 전 의원은 김경준씨의 주장, 김백준씨의 명함, 광운대에서 한 대통령 연설 등 수많은 증거와 자료를 제시했지만 '충분히 소명되지 못한 의혹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②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저자들은 현행 선거법이 선거운동에 대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대부분 "누구든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줄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방식이다. 즉, 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행위를 나열하고 나머지는 안 된다는 식이다.

법에서 말하는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추상적으로 나와 있다. 다만 선거에 관한 단순의견 개진, 단순한 지지-반대 의사표시, 선거운동 준비행위, 투표 권유, 통상적인 정당활동 등은 선거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다.

선거운동과 아닌 것을 구분하기란 법 전문가에게도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다가올 대선 무렵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A 후보의 과거 행적을 비판하면서, B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경우에 따라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선관위나 법원 검찰의 판단에 맡기거나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마다 선관위에 질의를 해서 검사(?)를 맡든지.   

이 책에서 말하는 대안은 유권자 중심의 법을 만드는 것이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선거운동을 정의하지 않고, 선거운동 기간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투표율이 낮은 원인도 낙후된 선거법에서 찾는다.

그동안 공직선거법 개정과 해석에 대한 논의는 '뽑히려는 자', 그러니까 후보자 중심이었다. 유권자들은 투표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투표나 하라고 하니, 투표율도 높을 리 없었다.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게 허용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는 꾸준히 확대되어 왔지만, 유권자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는 완화되지 않았다.

시민의 정치적 표현 욕구가 증대되고 인터넷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상 표현이 대중화, 일반화되고 있는데도 이러한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입법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선거법이 지금보다 더 합리적으로 바뀌면 좋겠지만, 그 전까지는 아는 게 힘이다. 이 책에 나온 실제 사례를 꼼곰히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3장은 선거판의 '관리자'를 자처하고 있는 검찰조직의 현실과 공직선거법 수사의 특성을 담고 있고 4장은 재외동포 선거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유권자 중심의 선거법으로 판을 바꿔야"

오늘날 선거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으로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수년에 한 번씩 통치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정책방향에 대한 찬반과 선호를 표현하는 기회의 장"인 선거에서 "한정된 자료만으로 도박하듯 투표를 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공정을 해하는 반칙만 벌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특히 온라인은 더욱 시급하다. 총선은 지났지만 대선은 남아있다. 대선 때는 SNS를 통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할까.
덧붙이는 글 <리트윗의 자유를 허하라> 박수진 박성철 노현웅 오승훈 씀, 위즈덤하우스 펴냄, 2012년 4월, 256 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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