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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적은 고립감, 구럼비와 함께 해달라"

[인터뷰] 강정마을 후원 콘서트 제안한 시인 김선우

등록|2012.04.25 20:08 수정|2012.04.25 20:27

▲ 강정마을 위한 시노래 콘서트를 제안한 시인 김선우 ⓒ 이성복


시인을 비롯한 문인들의 글은 그 자체로 사회적 발언이자 사회적 행동이다. 그런데 문인들이 "글만으론 부족하다"며 엄동설한에 임진각에서부터 제주도 강정마을까지 '글발 글발'하며 걷지를 않나, 후원콘서트를 열어 많은 이들이 함께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오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두 번째 강정마을 후원 시·노래 콘서트 '우리의 이름은 구럼비'가 열린다. 강정마을 후원 콘서트를 처음 제안한 이는 시인 김선우. 시인이 작년엔 한진중공업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분투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제주에 갈 수 있는 여유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면 서울에서라도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울다 보니 들었다"는 시인은 강정마을 후원 콘서트를 만들어냈다. 시인은 "콘서트를 조직할 때 노 개런티로 행사에 와달라고 말하는 게 좀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조심하게 되는데, 소설가 현기영 선생 등이 참여한 첫 번째 콘서트 때는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 순조로워서 오히려 놀랄 지경이었다"며 "27일에 진행할 두 번째 콘서트에서는 은희경 작가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강정싸움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되는 싸움"이라며 "설령 구럼비를 모조리 깬 다음이라도 거기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처발라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인은 "강정마을에서 평화에 대한 내적 자각과 충만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얼굴들을 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며 "고립감, 절망감 그런 것이 수시로 끼어들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그 고단함 속에서도 스스로 희망을 북돋우며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주 환하게 웃으며 추던 그 춤을,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댄스를 서울에서도 함께 추고 싶다"는 말로 연대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김선우 시인과의 일문일답. 시인과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 강정마을과는 언제 인연을 맺게 되었나.
"작년 여름 2차 희망버스 때였나, 희망버스 승객들이 모두 돌아간 다음 날 영도조선소 맞은편 길가에서 크레인을 쳐다보고 있을 때 여균동 감독님을 만났다. 그때 여균동 감독님은 강정마을에 거의 살다시피 하던 때였는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한진은 악덕한 자본가에 대한 응징이라는 시민적 합의가 희망버스로 나타나고 있지만, 강정은 국가안보라는 문제로 여론이 희석되어 정말 날마다 전쟁터'라고. '연행, 구속이 밥 먹듯 일어나는데 그놈의 '안보' 논리 때문에 고립감이 크다'고, '강정은 군대와의 전쟁'이라고.... 가슴이 아팠다.

인간과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강정마을 싸움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그런데 작년엔 강정에 가지 못했다. 일상을 유지하면서 한 번에 두 가지 싸움을 동시에 집중하지는 못하겠더라. 강정싸움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그랬다. 강정을 잘 지켜달라고. '저는 한진 문제 잘 해결되고 나면 강정으로 갈게요'라고. 한진과 강정, 작년 내내 마음이 쓰이고 가슴 아팠던 현장들이다."   

▲ 지난 14일 강정포구에서 열린 평화콘서트에 참석해 시를 낭송하고 있는 김선우 시인. ⓒ 김선우 제공

- 강정마을을 방문했을 때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사람들! 그토록 기나긴 싸움을 하면서 지치고 힘든 것이 당연한데, 사제님들, 활동가들의 얼굴에서 빛을 보았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자연의 존재로서의 스스로에 대한 내적 자각과 충만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얼굴들을 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얼굴들이었다.

그리고 강정댄스! 고립감. 절망감. 그런 것이 수시로 끼어들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그 고단함 속에서도 스스로 희망을 북돋우며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주 환하게 웃으며 추던 그 춤!

싸움의 현장에 '율동'은 늘 있지만 어떤 현장에서 본 것보다 예술적이더라.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댄스를 서울에서도 함께 추고 싶다."        

- 강정마을 후원을 위한 시·노래콘서트 '우리의 이름은 구럼비'를 처음 제안했는데.
"구럼비 바위가 예정보다 빨리 깨뜨려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염없이 울었다. 자책감 때문에 흘린 눈물이었을 거다. 울면서 구럼비에 관한 칼럼을 썼는데 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일상을 영위해야 한다는 이유로, 매일매일 강정소식에 마음을 졸이고 안타까워하기만 하면서, 그저 먼데서 후원금이나 보내는 걸로 면피하고자 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구럼비에게 미안하고 그곳에서 싸우는 활동가들, 종교인들, 모든 분들께 하염없이 죄송했다. 제주에 갈 수 있는 여유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면 서울에서라도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울다 보니 들었다.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고립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립되어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 없다. 기억하고 있다고, 연대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강정을 응원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할 분들을 찾았다. 4대강 공연 때 만났던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에 연락했더니, 기꺼이! 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을 진행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발적인 마음들이었으므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 주변 문인들 혹은 예술인들에게 '강정' 문제를 얘기할 때 반응과 참여권유를 할 때 반응은 어땠나.
"주변의 문인들은 거의 대부분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한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실제로 시간을 내어 무언가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가기엔 저마다의 일상이 다들 너무 바쁘다는 것이겠다. 콘서트를 조직할 때 노개런티로 행사에 와달라고 말하는 게 좀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조심하게 되는데, 소설가 현기영, 김연수, 시인 진은영, 그리고 박준, 김현, 황인찬 등 구럼비를 아끼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첫 번째 콘서트 때는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 순조로워서 오히려 놀랄 지경이었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27일에 진행할 두 번째 콘서트에서는 은희경 작가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작가들은 이 계절이 원고 마감들이 몰리는 때라 굉장히 바쁜 때인데, 원래 잡혀있던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강정 살리기 콘서트에 참석하겠다고 해주었다. 대중영향력이 큰 작가들이 움직여주면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과 여론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너무 고맙다." 

- 4·11 총선 이후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염려하며 낙담하는 이들이 많다.
"총선 다음날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더라.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패배감에 시달려 무력해지는 거야말로 정치를 권력 계승 장치로 생각하는 이들이 바라는 거다. 더디더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려는 사람들, 정의와 공공선과 공생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더 잘했어야 했다. 결국 강정싸움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되는 싸움이다. 총선 결과가 좋았다면 강정문제를 국회에서 풀어나가기가 보다 수월했을 테지만, 입에 쓴 약을 미리 받아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다만 끈질기게 기억하며, 저마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난번 강정에 갔을 때 강정포구에서 구럼비를 바라보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그러더라. '구럼비가 통짜 너럭바위라, 단단하기는 또 얼마나 단단한데, 만날 폭약 넣어 폭발시키고 난리쳐도 이제 십분의 일이나 깼을랑가 십분의 일'. 그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그분은 '고작' 십분의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어투였다. 그 말에는 '대자연의 것인 구럼비가 그리 쉽게 망가질 것 같은가!' 하는, 절박함과 위엄이 동시에 가득 차 있었다. 누구는 삼분의 일이 깨졌다고도 하고 누구는 십분의 일이라고도 하는데, 구럼비를 절반 가까이 깨는 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설령 모조리 깬 다음이라도 거기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처발라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을 비롯해 육지에서도 그런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해 가야 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제주도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강정마을 바깥에서 제주도내 여론 확산의 계기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민들이 더욱 강하게 도지사를 압박해야 제주도지사가 정신 차린다. 서울을 비롯해 육지에서도 꾸준히 관심과 연대를 지속할 것이다."      

- 지금도 '두 걸음 떨어져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저대로 구럼비를 죽이고 나면,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자연 중 일부를 영원히 잃어 버리게 된다. 복구 불가능한 파괴이자, 무수한 생명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방조한 자가 된다.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의 몫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에 가해지는 인간의 죄는 부메랑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 오는 27일 열리는 강정마을 후원 시노래 콘서트 '우리의 이름은 구럼비' 웹홍보물 ⓒ 문화생각 사람


- 시인이 생각하는 '평화'는 무엇이고 지금 이 순간, 구럼비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인의 노래는 무엇인가.
"평화란 지구 위의 모든 존재들,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낱낱의 생명들이 억압이나 착취 없이 자유로운 상태로 스스로의 삶을 영위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7일 금요일 오후 7시에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강정마을 후원 두 번째 콘서트가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 나누게 될 모든 이야기들이 구럼비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의 노래다. 강정에 가지 못하고 육지에서 애만 태우던 분들, 가능한 많이 오셔서 강정마을을 향한 응원의 노래를 함께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오랜 싸움으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많이 지쳐 있다. 지쳐 있지만 꼭 지키고 싶은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른다. 지쳐 있는 마음들을 보듬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강정과 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모이는 거다. 구럼비, 아직 죽지 않았다. 매일매일 온힘을 다해 공사를 막고 있는 분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자. 끈질기게 강정마을을 기억하고 '구럼비'를 말해주는 것이 육지의 사람들이 강정과 연대하고 강정마을에 힘을 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더불어 서명 플랫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지금 두 개의 플랫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제시민연대 아바즈(www.avaaz.org)와  국내서명플랫폼(www.100kpropose.com)이 있다. 국제적 관심과 국내 청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이고 서명에 필요한 절차도 매우 단순하다. 단 몇 분이면 되는 일이니 서명운동부터 참여해주시길 호소 드린다."

강정마을 후원 시노래콘서트 "우리의 이름은 구럼비"
출연 :  (문인) 은희경, 김선우, 천운영
        (노래손님) 이지상, 요술당나귀, 바닥소리, 방기순, 사이
        (이야기손님) 도법스님, 강동균(강정마을회 회장), 손문상(프레시안, 시사만화가)
                    노회찬(19대 국회의원 당선인), 최재천(19대 국회의원 당선인) 
        (사회) 여균동(영화감독)

일시 : 2012년 4월27일(금) 오후 7시30분
장소 : 명동가톨릭회관(명동성당 옆)
입장료 : 10,000원(강정마을석)/20,000원(구럼비석)
    입장료는 1. 콘서트 현장에서 주시거나                
                 2. 미리 입금(입금계좌 우리은행 1002-440-136803 예금주 이종수) 하시면 됩니다.
                 3. 구럼비석 예매하신 분에게는 이경화 화가님, 도자 작업실 <더함>  김응철, 김효영 화가님이 준비해주신 아기자기 예쁜 도자기 팬던트와 소품을 그리고 헤르츠나인에서 제공하는 한국의 대표적 시사만화가-손문상(프레시안), 장봉군(한겨레), 김용민(경향), 권범철(노컷뉴스)-의 시사만화 대형브로마이드를 드립니다.                 
4. 어린이, 중고생은 무료입장입니다

주최, 주관 :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 문화발전소
후원 : 생명평화결사, 디자인사강, 헤르츠나인, 강정생명평화캠프,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 산돌학교

문의 :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www.artizen.or.kr, jslaura@chollian.net, 02-336-5642)

* 공연의 수익금은 강정마을 후원에 쓰여집니다.
* 당일 행사장에서 작가 펜사인회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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