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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시켜달라는 전화에 호주산으로 바꿔줄 수밖에"

[르포] 휘청거리는 미국소에 마장축산물시장도 '휘청'...발길 끊긴 시장, 손길 끊긴 미국소

등록|2012.04.26 21:40 수정|2012.04.26 21:40

▲ 26일 오후 한 시민이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 정민규



"나부터 먹기가 꺼려지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할까요?"

마장동에서 2대째 축산물 유통업을 해오고 있다는 임효령씨에게 "광우병 이후 장사가 좀 어떠세요?"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광우병이 휘청거리게 만든 것은 미국소만이 아닌 듯 했다. 26일 오후 찾은 국내 최대 축산물 시장인 서울 마장축산물시장도 미국 발 광우병 소식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아예 몇몇 미국산 소고기 전문 유통업체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인근의 상인은 "찾는 사람이 줄다 보니 가게 문을 일찍 닫아버린다"고 귀띔했다. 문을 열어놓은 곳도 반품된 미국산 소고기만큼이나 쌓인 시름이 한 가득이었다.

축산물 유통업체인 ㅇ푸드 관계자는 "반품 요청이 밀려든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마트에서 주로 반품 신청이 온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호주산을 찾는 소비자는 크게 늘었다. 광우병 보도 이후 호주산 소고기 값이 하루만에 킬로그램 당 500원이나 올랐다. 이렇게 오르는 경우는 웬만해서는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미국소는 반품 쇄도, 호주소는 주문 쇄도

▲ 26일 오후 서울 마장축산물시장에서 미국 수입육을 취급하는 한 유통업체 직원이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 정민규

반품 전화에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 질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통사정 하는 것은 그의 새로운 일이 됐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반품시켜달라는 전화에는 호주산으로 바꿔줄 수 밖에 없다. "냉동창고에 쌓인 반품 미국 소고기를 어쩌냐"는 질문에 그는 "기다려봐야지 할 수 있나요"라며 한숨쉬었다.

ㅅ축산 사장에게 "광우병 때문에 장사가 잘 안 되서 어쩌나요"라고 묻자 "원래부터 안 됐는데, 뭘"이란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어 "진짜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에도 미국소 수입하면서 장사가 안 됐는데 다시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우나 다른 수입산 소고기는 미국산에 비해 타격이 크지 않아 보였다. 성동구청과 마장축산물시장이 만든 마을기업 '고기익는 마을'은 여느때처럼 저녁 식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 식당 이종선 팀장은 "우린 시장에서 사오는 한우만 팔다보니 예약이 취소된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ㅈ푸드 박갑모 이사는 "미국산 소고기는 원래 수요가 크지 않았다"며 "당장의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광우병 발생하면 중단한다더니 거짓말 아니었나"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미국 소고기의 광우병 발병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 40대 여성이 진열된 소고기를 꼼꼼히 살피더니 "진짜 호주산이냐"고 묻자 "원산지 속이면 벌금이 얼만데 큰일 날 소리하지 말라"며 상인이 손사래를 쳤다. 제사 준비를 하러 나왔다는 모녀는 "정부에서는 젖소라고 안심하라는데 그게 말처럼 쉽나요"라고 불안해 했다.

시장에서 만난 중년의 남성들은 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성토했다. 임아무개씨는 "정부가 광우병이 발생하면 중단한다고 해서 믿었는데 거짓말 아니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아무개씨가 "나중에 여·야가 수입 중단 조치까지는 안 하겠다고 자기들끼리 법을 고쳤다고 하지 않느냐"며 "국민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들만 책임을 회피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남성도 "돈 없는 우리같은 서민이나 수입먹지 그 사람들이 미국소를 먹겠느냐"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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