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피묻은 다이아몬드' 찰스 테일러, 유죄 판결

시에라리온 특별법정, 테일러 전 대통령에 유죄 선고... 2차 대전 이후 처음

등록|2012.04.27 10:26 수정|2012.04.27 10:26

▲ 시에라이온 특별법정의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을 보도하는 CNN 방송 ⓒ CNN

전쟁 범죄로 국제 법정에 오른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BBC, CNN 등 주요 외신들은 26일(한국시각) "시에라리온 특별법정(SCSL)이 이웃국가 시에라리온의 내전에 개입해 전쟁을 일으키고, 사주한 테일러 전 대통령에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유엔(UN)의 지원을 받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은 시에라리온 내전에 무기를 공급하고 살인, 성폭행, 소년병 징집 등에 연루된 11가지 죄목으로 기소된 테일러의 유죄를 인정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제 재판이 국가 정상에 유죄를 선고하는 기념비적인 판결이다.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후임이었던 카를 되니츠는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라이베리아 내전에서 승리해 1997년 대통령이 된 테일러는 1990년대 벌어진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해 반군 조직인 혁명연합전선에 무기, 식량, 통신장비 등을 제공하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

테일러는 무기를 공급한 대가로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를 받았고, 이는 '피묻은 다이아몬드'로 불렸다.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놓고 벌어진 시에라리온 내전은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10년 동안 무려 12만여 명이 사망했다.

특히 테일러가 지원한 시에라리온 반군은 내전 기간 동안 소년병을 동원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노예를 동원해 다이아몬드를 채취했으며 수많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테일러는 이렇게 얻은 다이아몬드를 세계적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캠벨은 특별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러운 돌덩이(dirty-looking stones)를 받았다"며 다이아몬드 수수를 인정했다.

다음 달 형량 선고... 최대 종신형 가능

시에라리온 내전에 국제사회가 개입하며 유엔전범재판소로부터 기소된 테일러는 2003년 나이지리아로 망명했다가 3년 뒤 추방되면서 체포됐다. 테일러는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나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했다.

검사 측은 테일러가 반군을 돕는 것을 넘어 직접 지휘에도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판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엘리스 케플러 변호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테일러 같은 권력자는 법 위에서 오랫동안 부귀를 누렸다"며 "테일러에 대한 유죄 판결은 중대한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모든 권력에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평했다.

테일러의 형량 선고는 5월 30일에 내려질 예정이며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그동안 테일러는 영국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