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국도 17호선, 공항만 갈 수 있나?
[여수엑스포 점검] 걱정되는 '도로표지판' 소개합니다
▲ 도로표지판자동차전용도로와 국도 17호선이 나뉘는 도로 앞에 설치된 도로표지판입니다. 표시된 글대로 읽자면 국도 17호선은 여수공항 갈때 필요한 도로인듯합니다. ⓒ 황주찬
여수세계박람회가 코앞입니다. 예상 관람객이 천만 명입니다. 많은 이들이 낯선 여수로 차를 몰고 오겠네요. 여행을 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리면 난감합니다. 더 곤혹스러운 일은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연료 표시등은 바닥을 치는데, 주유소가 안 보이면 안절부절하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여수에서 순천쪽으로 달리다 보면 소라교 인근에 덕양교차로가 있습니다. 국도 17호선과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가 나뉘는 곳입니다. 그곳에 도로 표지판이 있는데, 글씨가 이상합니다. 낯선 운전자들이 혼란스럽겠네요.
박람회를 구경한 분이 집으로 향할 때, 기름이 부족하면 국도 17호선을 타야할 텐데 말이죠. 시내로 들어 갈 순 없잖아요. 길이 막힐 테니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주유소가 한 군데도 없답니다.
▲ 요구사항여수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그림과 문구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황주찬
▲ 설명현대오일뱅크 이해진 사장이 자동차 전용도로 개설에 따른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 황주찬
▲ 진정서여수시에 제출한 진정서입니다. ⓒ 황주찬
문제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품고, 고속도로까지 닿았더라도 쉬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유소는 곧 나타나지 않죠. 30킬로미터 더 달려야 합니다. 결국, 자칫하면 차가 도로에 서버리는 황당한 일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국도 17호선에 즐비한 주유소와 충전소, 그리고 식당에 들러 충분한 준비를 마치면 좋겠네요.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표지판에는 마땅한 표시가 없습니다. 더 안타까운 일은 국도 17호선 주변에 있는 상가들입니다. 전용도로가 생기는 통에 국도 17호선이 한가해졌기 때문이죠. 장사가 안 돼, 울상인데 도로표지판까지 도움이 안 됩니다. 주말과 휴일이면 더 심각하답니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도로표지판까지
▲ 임시휴업국도 17호선 주변에 위치한 주유소입니다. 매출 급감으로 휴업했습니다. ⓒ 황주찬
▲ 매출대장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일일 매출대장을 보여줍니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된 12일과 다음날인 13일 매출이 확연하게 구분되네요. ⓒ 황주찬
▲ 교통량 조사자동차 전용도로와 국도 17호선 교통량 조사자료입니다. 수치상으로 보면,자동차전용도로와 국도 17호선은 절반 정도씩 챠량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도 17호선 주변 주유소 사장말은 열에 여덟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한답니다. ⓒ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도로에 차가 없으니, 상가들이 일찍 문을 닫습니다. 귀신이 나올 정도로 조용하다네요. 당연히 주유소와 식당은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뚝뚝 떨어졌죠. 현대 오일뱅크를 운영하는 이해진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이해진 사장은 "새로 난 길 때문에 직원을 두 명이나 내보냈다"고 하소연합니다. 매출도 70% 이상 줄었고요. 또 다른 주유소는 아예 문을 닫았답니다. 국도 17호선 주변 상가들 시름이 깊어갑니다.
맛난 음식과 친절한 웃음 가득한 '국도 17호선'
▲ 텅빈 국도국도 17호선입니다. 텅빈 도로가 쓸쓸해 보이네요. ⓒ 황주찬
▲ 텅빈 식당국도 17호선 주변 식당입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주방 아주머니도 그만두게 해야 한답니다. ⓒ 황주찬
울고 싶은 심정인데 도로표지판까지 속상하게 만듭니다. 국도변 사람이 뜻을 모았습니다. 여수시에 표지판을 고쳐달라며 진정서를 냈습니다. 약 800명 정도가 국도 17호선에 기대 생계를 잇고 있답니다. 그러니 표지판이라도 제대로 세워 달라는 겁니다.
이 사장의 말을 계속 듣자니,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매출 감소는 예상했던 일이랍니다. 더 큰 일은 엑스포 관람하고 돌아가는 손님 중에 기름이 부족한데도 무턱대고 전용도로를 타는 분들이 생길까 봐 걱정이랍니다.
또 "그렇게 가다 기름 넣을 곳이 한군데도 없어 차가 도로에서 멈추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니 "지역경제도 살리고 엑스포에 대한 좋은 추억도 간직하고 갈 겸해서 국도를 이용해 달라"며 "기름 부족한 분은 꼭 국도 17호선을 들러 달라"고 호소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그분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듯합니다. 좋은 구경하고 집에 돌아가다 기름이 떨어져 컴컴한 도로에서 차가 멈추면 큰일이니까요. 또 그 일로 가뜩이나 밀리는 도로에 기다랗다 정체구간을 만들면 큰일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연료 등에 불 들어온 분들은 자동차전용도로 옆길 '국도 17호선'을 타보세요. 그곳에는 주유소뿐 아니라 맛난 음식과 친절한 웃음이 가득한 집이 즐비하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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