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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먹는 아이...우리 사회 탓이었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의 <솔루션>과 <일주일>

등록|2012.04.28 18:54 수정|2012.04.28 19:01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숏!숏!숏! 2012'로 박정범 감독의 <일주일>과 김곡, 김선 형제감독의 <솔루션>을 선택했다. <일주일>은 '떼인 돈'과 '줘야할 돈'을 해결하지 못한 가난한 남매의 일주일을 건조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떼인 돈, 갚을 돈, 받을 돈.. 돈을 둘러싼 <일주일>

▲ <일주일>의 한장면. 작품중 '철이'는 돈 때문에 비굴하고 가난해도 끝까지 인간성을 잃지않는다. 박정범 감독 본인이 직접 '철이'역으로 출연해서 화제를 모았다. ⓒ JIFF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동생 '철이'는 사측으로부터 몇달째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있다. 게다가 아는 형으로부터 돈까지 떼였다. 받아야할 돈이 있다. 그런가하면 누나 '진이'는 대리운전을 하다 실수로 손님의 차를 흠집낸다. 여기에 손님 몰래 달아난 죄목까지 더해 4백만원을 일주일 안으로 갚아야할 상황이다.

이 영화에는 돈을 받아야할 사람과 줘야할 사람이 있다. 하지만 둘 다 모두 곤궁하다. 감독은 마치 시트콤 형식처럼 두 남매의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대사도 간결하고 짧다.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응시하고 있을 뿐인데 무척 건조하다. 조그만 힘에도 금방 부서질 것처럼 심하게 메말라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감독은 끝내 버릴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이'는 자신의 돈을 갖고 도망간 사람의 아들을 불러 밥을 먹인다. '진이' 역시 한 푼이 아쉽지만 '2차 영업'을 제안하는 대리운전회사 측의 권유를 거절한다. 현실은 남루하지만, 인간으로서 끝내 저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돈보다 소중한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결코 드러나지 않게, 무심하게.

'똥먹는 아이'를 소재로 한 기발한 <솔루션>

▲ 자녀의 똥먹는 습관을 바꿔달라는 한 '황당한' 제보로 이야기를 시작해, 결국 이들 가족이 안고있는 총체적 문제와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에 전반에 걸친 부조리,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는 <솔루션>. 극중 '똥'은 초록색으로 특수제작됐는데, 똥의 색깔을 두고, 원래 갈색으로 하자는 쪽(김선)과 좀더 비현실적인 측면을 내세운 초록색쪽(김곡)으로 나뉘어 2시간동안 토론을 했다고 한다. 결국 초록색 똥이 영화에 낙점. ⓒ JIFF


김곡, 김선 형제감독의 <솔루션>은 대한민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문제해결 <솔루션>을 통해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식변증'에 걸린 아이를 취재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렇다고 단순 화장실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오산.

처음에는 웃고 포복절도하다 어느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 기발한 상상력의 형제 감독이 단순히 한번 웃자고, 이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된다. 아이가 똥을 먹는 이유가 결국 이 가정이 안고있는 총체적 모순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가정의 문제는 결국 과거 군부독재시절부터 현재까지,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만연한 독재와 폭력, 모순이 낳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황당코미디에서 정치코미디로 급선회하는 마지막 부분이 좀 급작스럽다는 느낌이 없잖아있지만, '형광등 백 개의 아우라' '5세 아이가 쌓은 산성' '계엄령' '쥐사장' 정도의 키워드를 눈치챌 수 있는 관객이라면 그닥 급작스럽달 것도 없다. 평소 <나꼼수>같은 정치풍자에 익숙해있는 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한바탕 재밌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게 영화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라고 가정한다면, 그야말로 '이보더 더 끔찍할 수 없는 영화'다. 어쨌거나 '똥'얘기에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시 묻고싶다. 과연 요즘 우리사회는 똥보다 낫냐고.   

아니! 송호창 변호사가 영화에?
<숏숏숏>에 등장하는 '깜짝출연' 까메오들
어느 때부턴가 요즘 한국 영화에는 유명인들이 '까메오'로 깜짝 출연하는 현상이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다. 어느 영화에 누가 까메오로 출연했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더구나 그 까메오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라면, 즐거움은 두 배. <일주일>과 <솔루션>에도 낯익은 얼굴이 등장한다.

▲ <숏!숏!숏!2012>에 까메오로 출연한 김영진 영화평론가(일주일), 변영주 감독(솔루션>, 송호창 당선자(솔루션) ⓒ 씨네21.뉴시스.스타뉴스


<일주일>에서는 '진이'가 대리운전을 하다 손님의 차에 흠집을 내게 된다. 진이는 술에 취한 손님 몰래, 그곳을 빠져나오는데 이 장면이 지하 주차장 감시카메라에 잡히게 되고, 이 손님은 진이에게 4백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한다. 이 손님역할을 한 사람이 김영진 영화평론가다. 평소 부드럽고 분위기있게 들렸던 그의 낮은 음성이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고압적이고 위협적으로 들린다. 돈 갚을 기간을 조금만 더 늘려달라는 진이의 간절한 요구에도 '왜 그랬어요?'만을 반복적으로 묻는 장면에서 오만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건조하고 딱딱한 영화에서 감초역할을 해주고있다. 물론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상,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아주 성격 고약해보이는 배우로 보였을 수도 있다. 

<솔루션>에는 반가운 두 얼굴이 등장한다. 변을 먹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루션' 제작진이 전문가를 찾아가는데, 이 때 소아심리학과 의사로 나온 배우가 이번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송호창 당선인(경기 의왕·과천)이다. 영화도중 송호창 당선인이 나오자 객석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그만큼 의외였다는 반증이다. 변을 먹는 아이의 문제를 두고, 학계에 발표된 내용을 좔좔 읊는 전형적인 범생이 의사로 등장한다.

역시 또 한명의 주인공. 변을 먹는 아이의 해결 전문가 중의 한 사람으로 변영주 감독이 출연한다. 다소 과장스러운듯한 코믹연기가 일품이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배우인 줄로 착각했을 정도. 영화에서 이들 까메오가 차지하는 존재감은 짧은면서도 인상깊다. 어쨌든 올 5월부터 국회의원이 될 송호창 의원을 국회가 아닌 스크린에서 보고싶은 사람에게 <솔루션> 강추! 하지만 일반 극장에서 이 영화를 언제 만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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