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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식보수주의자 MB가 '통중봉북'을?"

[인터뷰②]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등록|2012.04.29 15:40 수정|2012.04.29 15:40

▲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 최경준


'중국과 교류하고 북한을 왕따 시킨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통중봉북'(通中封北) 정책은 가능할까? 미국 내 북한 연구의 차세대 선두 주자 격인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게는 '통중봉북'을 실현할 대북 영향력이 없고, 북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남한도 '통중봉북'을 실현할 만큼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 이치에 맞지 않는 발언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그의 많은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생산적이었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자도 신보수주의자도 아닌, 구식보수주의자(paleoconservative)"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군사독재 시대로 회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MB는 신보수주의자도 아닌 구식보수주의자"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와 관련 "북한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를 보기 위해서는 엘리트층의 젊은 세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젊은 세대를 권력내부로 끌어들일 것이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한은 미중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좋은 위치에 놓여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과만 동맹을 맺음으로써 한국을 과거 50년대로 되돌리고 있는데, 중국에 대한 경제 투자를 통해 한미 동맹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암스트롱 교수와의 인터뷰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암스트롱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중 일부이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통중봉북'(通中封北)이라는 말을 했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뒤집어 표현한 것이다. 북한은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특별한 행동"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통중봉북'이 가능한 정책인가?
"먼저 북한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편리한 존재이다. 모든 문제를 '이명박 탓'으로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최악의 '반(反) 남한 대통령' 수사를 쏟아내고 있다.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통중봉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일부 레토릭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북한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중국에게는 '통중봉북'을 실현할 대북 영향력이 없다. 물론 중국이 식량원조나 연료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살아남고, 안정되기를 원한다. 또한 남한도 '통중봉북'을 실현할 만큼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 단순한 수사였다면, 왜 이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했을까?
"일부 사람들은 중국에게 압력을 가하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부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자주하는 생각이다. 반면 중국은 중국이 북한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한다고 해서 그냥 따라오는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북한은 지극히 독립적인 나라이다. 내가 보기에 이 대통령의 '통중봉북'은 미국 정책입안자들의 영향을 일부 받았다. 뭐랄까, 이 대통령은 이치에 맞지 않는 발언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대북정책에 대해서 그랬다.

그의 많은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생산적이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예컨대 '비전 3000'이 그랬다. 북한은 정말 그것을 혐오했다. 그런 식의 경제유인을 북한이 원치 않아서가 아니다. 북한은 경제 원조를 원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양보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대북 발언 방식은 "참 가난하네. 돈 줄께. 협조 좀 해'하는 식이었다. 북한은 매우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마디로 현명하지 못한 처사들이었다."

▲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 최경준


"MB의 '통중봉북'은 실현불가... 대북정책은 군사독재 시대로 회귀"

- 이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 등을 자신의 치적으로 남기고 싶은 정치적 욕망이 있었을 법한데.
"이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했을 때, 나는 그가 현대에서의 비즈니스 경험으로 말미암아 신보수주의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의 사업자 경험으로 말미암아 대북 포용정책의 경제적 이익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었다. 정치적 좌우 문제를 떠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이래로 경제적 이익은 북한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살펴보면 두 개의 요소를 볼 수 있는데, 사업적 실용주의와 이념적 보수주의이다. 분명히 대북문제에서 이념적 보수성이 사업적 실용성을 이겼다. 아마도 이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개인적 감정과 느낌 탓이었을 것이고, 그의 주변의 참모들 탓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명박 집권 2년차 즈음, 나는 이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자도 신보수주의자도 아닌, 구식보수주의자(paleoconservative)라고 칭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군사독재 시대로 회귀한 것이다."

- 앞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한 근거는 무엇인가?
"그녀는 보수주의자고 그녀의 지지층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녀는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그녀의 아버지는 1972년에 최초의 공식 남북대화를 시작했다.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대북정책 입안을 돕고 있는 참모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보다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인물들이다."

- 한마디로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낫다는 것인가?
"물론 민주통합당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포용정책을 펼 것이다. 자꾸 반복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지난 많은 세월 중에서 가장 최악이다. 이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했을 때, 보수인사들이 김대중·노무현 집권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서 모든 것을 저버리고 과거로 회귀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남북관계로 보자면 이명박 집권기 5년이 바로 '잃어버린 5년'이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규모 외국기자단을 로켓 발사뿐만 아니라, 로켓 발사 시설에까지 초대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이 외부세계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PR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외국 언론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금까지 김정은 권력은 공고해 보인다. 장성택, 김경희, 이영호, 최영해 등 김정은 위원장의 주변 인물들이 여전히 권력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지지하고 있다.

2009년부터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위한 권력망을 완성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실각할 어떠한 위험에 처해있지는 않다. 계속 김정은 위원장 주변 인물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누가 실각하고, 누가 임명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직은 김정은 위원장 주변 인물이 아닌,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서클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 구세대와 신세대를 절반씩 적절하게 요직에 배치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신세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실제적으로 50~60대가 통치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세대는 이들과 사뭇 다르다. 북한은 변하고 있다. 특히 엘리트층의 젊은 세대는 외부세계와 매우 익숙해져 있다. 이들은 외부세계 소식을 알고 있고, 남한 연속극도 보고 남한 대중음악도 듣고 있다. 북한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를 보기 위해서는 이들 젊은 세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점차로 김정은 위원장은 젊은 세대를 권력내부로 끌어들일 것이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줄지를 지켜봐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유주의적 개혁자가 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적어도 엘리트층의 젊은 세대도 이점을 알고 있다. 적어도 이런 변화는 1~2년은 걸릴 것이다.

오바마·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두 정부는 모두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다. 그런 붕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년 동안 그런 식의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노릇이다. 북한은 아직 건재하다. 이것이 (오바마 정부의) 인내의 정책의 오류이다. 그런 식으로는 사태가 전개될 것 같지 않다. 요즘에도 한국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조차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체재에서도 상당기간 동안 존속할 것이다."

- 지난해 6월 세번째 북한을 다녀왔는데, 뭘 보고 왔나?
"평양은 활기차 있었고, 많은 건축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많은 것들이 '김일성 100주년'에 맞춰있었겠지만 말이다. 도로 교통량도 많았고, 유경호텔도 마무리지었다. 후대젼화도 흔해졌다. 평양시민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옷차림이나 머리 매무새 또한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상당히 세련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들은 표면적 변화지만, 보다 거대한 변화의 표출이기도 했다. 북한이 덜 고립적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북한정권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러한 변화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었다. 휴대전화는 외국통화가 불가능하고, 인터넷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북한 내에서만 사용가능하더라도, 그것은 커다란 변화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며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정권은 이런 것들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통제하려 하겠지만, 변화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올 것이다.

경제상황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데, 내가 가 본 평안도와 황해도는 과거보다 나아진 것 같다. 교육정책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띠었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을 단순한 젊은 지도자에서 정보기술의 지도자로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인상 깊었다. 북한은 여전히 가난하고 고립된 나라이지만, 변화가 신속하고 빠르게 올 것 같다. 이번 여름에 다시 방문한다. 김정일 사후 첫 방문이 될 것이다."

"미국,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무게 추 옮기려... 긴장하는 중국"

▲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 최경준


-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미국은 남북통일이 평화적으로 그리고 한국인의 뜻대로 이뤄지려한다면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이 당장 이뤄질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주된 목표는 남한의 방어이다. 동맹관계 중에서 군사적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사그라지면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무게 추를 옮기려고 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남한은 전략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동맹이다. 이제는 일본보다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에 기반하고 있다.

군사적, 안보적 측면이 매우 중요하고, 그 다음이 경제적 측면이다. 남한은 미국의 중요한 교역파트너이고, 오바마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도대체 '코리아'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이 남한과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우연히 남북이 같은 반도에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인들은 남북이 단일국가, 단일민족이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 결국 한미FTA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미 양국의 전략적 재편성의 일부 아닌가?
"그것이 한미FTA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에 반한 전략적 균형추를 원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곧잘 이런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북한과 미국이 동맹을 맺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웃음). 물론 심각하게 얘기한 것은 아닌 듯 한데, 북한도 사실 중국을 딱히 좋아한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의 부상은 그들에게도 위협이다. 북한은 한 나라에 의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게 중국이든 아니든 말이다.

중국 역시 미국이 자신을 견제할 균형 축을 건설하려는 것을 알고 있고, 염려하고 있다. 이제 미얀마가 서방에 접근하게 되자, 중국은 미얀마와 그 주변의 영향력을 상실할까 봐 염려하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 중국은 제주도에 건설 중인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데.
"물론 일정정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책이다. 중국은 남지나해에서 필리핀, 타이완, 베트남 등 많은 나라와 영토분쟁을 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 모두 미국과 이러저러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현재, 아마도 북한을 제외한 모든 주변국가와 적대적이거나 중립적이다.

북중관계도 일종의 정략결혼과 같다. 러시아와 인도 역시 역사적으로 중국과 많은 문제가 있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강력해 보이고, 실제로 강력하다. 그러나 중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상황은 불안하다, 친중적 국가보다 친미적 국가에 의해 둘러싸여있기 때문이다."

- 현재와 같이 군사·정치적으로 복잡한 주변 환경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주변국가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남한은 미중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좋은 위치에 놓여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정자 역할'이라는 외교노선이 크게 비난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 옆에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 미중 모두와 강력한 경제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 두 나라사이에서 균형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교노선이 기본적으로는 옳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구식보수주의자이다. 외교적으로 보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과만 동맹을 맺음으로써 한국을 과거 50년대로 되돌리고 있다. 세계는 변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투자를 통해 한미 동맹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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