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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민영화가 재벌 특혜인 이유

등록|2012.04.30 14:02 수정|2012.04.30 14:02
KTX 민영화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단순한 민간위탁일 뿐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민간기업이 경영 주체가 되어 이익을 챙기려는 구조다.

국토해양부(국토부)는 그동안 민영화의 명분으로 철도공사(코레일)의 비효율성과 철도운임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일반 철도의 경우 시설의 낙후로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지만 고속철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교통연구원의 연구보고서(2010년 9월)는 현재 민간기업이 운영하면서 요금인상 문제로 서울시와 다투고 있는 서울메트로 9호선보다 철도공사가 운영 중인 광역철도가 시설·승객대비 효율성이 훨씬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철도공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선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주요국의 매출액 대비 선로 사용료는 프랑스 12%, 독일 9.7%, 스웨덴은 3.7%인데 한국은 14.7%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고속철도 운임 수준은 주요국의 2분의 1,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은 한국의 3배, 일본은 2.2배, 영국은 2.8배, 프랑스는 1.4배, 독일은 1.9배 이상이다.

게다가 철도운임은 철도공사가 마음대로 올리고 내릴 수 없고 국토부 및 기획재정부의 인가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고속철도 운임이 높다고 판단되면 국토부는 코레일에 운임을 낮추라고 명령하면 된다.

국토부는 민영화를 빌미로 관제권도 분리시키려 한다.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열차의 안전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일사불란해야 할 네트워크 산업을 운영, 관제, 유지보수 등으로 쪼개버리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안전성 및 효율성이 떨어진다. 원래 한몸이었던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이 현재 분리되어 알력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하나로 재통합해야 한다.

수서발 KTX 민영화가 왜 특혜인지를 짚어보자. 첫째, 총 35조 원이 투입된 경부선·호남선 고속철도 사업에 민간기업은 단지 4000억 원으로 노른자위 노선을 차지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이 처음부터 한다면 적어도 18조원을 투자해야 할 사업이다.

둘째, 현재 KTX 전체 수요의 70~80%가 수도권 승객이다. 민영화가 강행되면 코레일의 서울역발 KTX와 민간기업의 수서발 KTX가 수도권 승객을 양분한다. 즉 KTX 전체 승객의 35~40%가 수서발 KTX로 전환하게 된다. 민간기업은 4000억 원의 투자로 KTX 전체 승객의 35~40%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새마을·무궁화호를 함께 사용하는 서울~시흥 구간은 선로용량이 포화상태라서 열차의 추가 투입이 불가능한 데다 시속 120㎞ 이하의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 구간에서 KTX 열차를 늘리려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수서~평택 구간은 이러한 제약이 전혀 없다. 고속운행도 가능하고 승객이 늘면 열차의 추가 투입도 가능하다.

'2009년 고속철도 건설기본계획' 등에서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건설은 서울~시흥 병목구간의 선로용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이용객을 증대시켜 철도공사의 경영개선(약 2700억원)을 도모할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수서~평택 구간을 민간기업에 떼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서발 KTX를 빼앗기면 철도공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고 철도는 없앨 수 없으니 혈세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규모의 경제에 미달하는 한국의 철도산업이 쪼개지면 철도산업의 파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국가와 국민에게 짐을 안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관련기사 : KTX 경쟁체제 효과 없다).
덧붙이는 글 임석민 교수는 한신대 교수입니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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