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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탐정, 매력있지만 무엇보다 단점은...

[서평] 마이클 코리타 <오늘 밤 안녕을>

등록|2012.05.02 10:51 수정|2012.05.02 11:46

<오늘 밤 안녕을>겉표지 ⓒ 랜덤하우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사립탐정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사립탐정은 경찰처럼 조직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다.

또 경찰처럼 맡기 싫은 사건을 억지로 수사할 필요도 없다.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신의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돈 많은 의뢰인을 만나서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면 두둑한 보수도 챙길 수 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정말 멋진 직업 아닐까?

물론 이것은 모두 사립탐정의 장점만을 극대화시킨 경우다. 단점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수사하는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사립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경찰이 아니라 탐정을 찾는 것이다.

탐정의 장점과 단점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감추려는 사람도 있다. 어느쪽이건 간에 탐정에게 협박과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탐정은 경찰에 비해서 만만하기(?) 때문에 폭행당할 일도 그만큼 많아진다.

마이클 코리타의 2004년 작품 <오늘 밤 안녕을>의 주인공 링컨 페리도 사립탐정이다. 그는 동료인 조 프리처드와 함께 '페리 & 프리처드 사설탐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와 링컨 모두 예전에 클리블랜드 경찰서 마약국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경찰을 그만두고 탐정 사무소를 개설한 것이다.

일을 시작한 지 여섯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초라한 실적이 고객들에게 알려질까봐 조심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과 며느리, 손녀를 한꺼번에 잃은 존 웨스턴이란 노인에게서 사건을 의뢰 받는다. 이 사건은 이미 경찰이 수사를 종료한 사건이다.

존 웨스턴의 아들 웨인 웨스턴이 얼마전에 시체로 발견되었고 웨인의 부인과 딸은 사라졌다. 경찰은 웨인이 처자식을 모두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존 웨스턴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의 아들이 처자식을 죽이고 자살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웨인의 부인과 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존 웨스턴은 무능한 경찰을 원망하면서 링컨 페리에게 이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링컨은 의뢰를 수락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웨인 웨스턴은 링컨처럼 사립탐정이었다. 링컨은 웨인이 죽기 직전에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사라진 부인과 딸

링컨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립탐정의 장점을 골고루 맛본다. 의뢰인은 두둑한 보수를 약속했고 링컨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사건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자신을 유혹하기도 한다.

반면에 더 지독한 단점을 접한다. 자신의 바로 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을 보는가 하면 조직 폭력배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단점은 바로 추악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탐정은 의뢰인에게 진실을 가져다 준다. 링컨은 그것이 탐정의 고귀한 임무이며 그런 행동을 자랑스럽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드러난 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 때도 있다는 점이다.

추악한 진실과 마주할 때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진실을 알리는 일이 기쁘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사립탐정도 직업의 장점을 맛보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도 큰 것처럼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오늘 밤 안녕을> 마이클 코리타 지음 / 김하락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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