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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0월 유신 입장도 안 밝히고 있다"

정몽준 대선 예비후보, 경남 방문... "박근혜 측근, 대표와 주요 직책 맡으면 안돼"

등록|2012.05.04 14:17 수정|2012.05.04 17:24
연말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경남을 방문했다. 정 의원은 4일 오전 마산 국립3·15묘지를 참배한 뒤,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발언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열심히 투혼을 발휘했고 승리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 연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4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윤성효


이어 그는 "저는 홍준표 전 대표 뒤에 새 지도부를 구성하려고 할 때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것이 좋지 않고 전당대회가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 위원장은 시간이 없고, 전당대회를 하면 '친이(이명박)' '친박(박근혜)' 갈등이 생긴다고 했다"면서 "박 위원장은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 리더십은 확보했지만 당은 사실상 1인체제가 됐다. 당의 자생력과 생명력은 상실되거나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해, 그는 "당내 경선도 중요하지만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 박 위원장은 흔히 2%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누가 새누리당 후보가 되느냐에 있어서는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 저는 수도권에서 재선했다. 20~40대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은 산업화를 위해, 민주화를 위해 일한 분들이 같이 힘을 합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산업화의 유산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0월 유신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당대표 선출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대표를 새로 뽑는다는 것은 비대위 체제가 끝나는 것이다.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정상 체제로 가는 것이다. 당헌에 보면 당권과 대권은 분리하는 조항이 있다"면서 "박근혜 위원장 가까운 분들이 당 대표가 되고 주요 직책을 다 차지하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당헌에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몽준 의원은 "바깥 세상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안전하게 열 것이라 본다. 주변 강대국 지도자와 실제 만나서, 직접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한 경험이나 그럴 수 있는 준비가 된 분들이 많지 않다. 국내 정치에 함몰된 정치인은 밤길에 전조등 없이 차를 몰고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회양극화 해소와 관련해, 정몽준 의원은 "양극화가 심각하다. 세계 현상이다. 기술격차가 심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는 원칙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야당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70~80%로 하자고 하는데, 많은 고민 끝에 제안한 방법이라고 보나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연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4일 오전 경남도의회 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새누리당 경남도당 원내대표인 김오영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이명박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질문에 정몽준 의원은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당대표일 때 이명박 대통령한테 인사 문제에 대해 거의 매일 이야기를 했다. 시중에서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고, 신문을 잘라서 드린 적도 있다"며 "정부기관의 중요한 직책에 대한 인사가 잘못 됐다고 하며 20여 분 열띤 토론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을 내걸었는데,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5000만 민족을 이끌어 가는 데는 빈약하다"면서 "대통령은 정치를 가볍게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일이 정치라 생각하고, 온 몸을 던져야 하는데 정치를 멀리하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이 정치를 대신해 호가호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제에 대해, 그는 "우리는 대통령 권력이 미국보다 집중돼 있다.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 권한을 국회로 분산해야 한다. 국회 예결위에 예산을 실제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과도한 집중이 부패의 원인이다"고 말했다.

대선 캠프 참모진 구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선거 때 많은 참모와 측근들이 등장한다. 현역 의원은 후보 캠프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3선, 4선 의원이 캠프에서 후보의 차량 문이나 열어주는 모습은 맞지 않다"면서 "2007년 당내 경선 때 국회의원은 캠프에 참여하지 못하는 규정을 만들려고 했는데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2007년 경선 때 '친이' '친박' 갈등이 고착화됐다. 당내 갈등을 고착화하는 제도를 다 고쳐야 한다. 후보 캠프에 보면 법률적으로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일을 하면서, 그런 분이 공식적으로 캠프 책임자라고 뉴스에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창한 캠프를 운영하면 선거가 끝나고 난 뒤 그 분들에게 다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권력을 둘러싼 부정비리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의원은 "규칙도 고쳐야 하지만, 후보도 세를 과시하듯이 하면 안 된다. 당대표일 때 규칙을 바꾸는 데 실패했지만, 후보들이 자제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연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4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마산 3.15국립묘지를 참배했으며, 이날 기잔간담회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 윤성효


대통령 연임제 질문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반대는 아니다. 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한 분이 8년간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볼 만큼 인내심이 있지 않다는 말도 하더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기용되는 것에 대해, 그는 "집권여당은 행정부를 도와주는 일도 해야 하지만, 3권분립으로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국회에서 능력 있는 분들이 행정부로 가면 국회는 뭐가 되나. 국회 공동화가 되는 거 아니냐"며 "국회의원이라는 면이 더 중요하다. 3권분립으로 방대한 권력을 가진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없앨 수는 없지만,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정몽준 의원은 "이곳은 경남도청 옆이다. 지사께서 계시면 당연히 뵈올려고 했는데, 서울에 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김두관 지사와 그동안 여러 번 뵙고 식사도 한 적이 있다. 장점이 많은 분이지만, 지사 본인이 했던 약속을 못 지키는 것 같다. 임기 중에 특정 당적을 갖지 않겠다고 했지만 못 지켰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의 경남 방문에는 정양석 의원(서울 강북갑)과 안효대 국회의원 당선자(울산 동구) 등이 동행했으며, 새누리당 경남도당 원내대표인 김오영 의원이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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